김우중 전 회장, 1일 구속 기소

재산은닉, 로비의혹 등 추가 수사 방침, 투명사회협약 덕 보나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구속 기소된다. 조사를 진행 중인 대검 중수부는 “7월 1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41조 분식회계 및 10조원 대 사기대출, 200억 달러(당시 환율 기준 25조원) 외환유출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한 검찰은 이후 30일 정도 추가 수사해 김 전 회장의 출국배경 및 재산은닉 의혹, 정·관계 로비의혹 등을 집중 수사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대우그룹이 영국에서 운영했던 BFC(British Finance Center)자금의 국내 유입분과 대우자동차판매 등 계열사 외에 대창기업 등 위장계열사를 통해 비자금이 조성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BFC를 전반적으로 관리해온 이상훈 전 ㈜대우 전무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했고, 이동원 전 대우 영국무역법인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BFC 자금의 흐름 및 사용처 등을 조사할 계획이다.

그리고 언론들에 의해 김우중 전 회장의 출국배경 및 해외도피 과정이 보도되기도 했다. 입국 당시 김우중 전 회장은 “채권단이 나가 있으라 했다”고 진술했으나 여기서 좀더 나아가 "이기호 당시 청와대 수석과 이근영 당시 산업은행 총재가 잠시 나가있으라고 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우중 전 회장의 구속기한 만료일은 7월 3일이나 그 날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1일에 기소되게 됐다.

  최종영대법원장과 이건희 삼성회장이 서로 손을 잡고 있다. [출처: 청와대 홈페이지]

부정부패 방지하자던 투명사회 협약

고령에, 병색이 완연한 김우중 전 회장의 수사 과정은 지난 3월 9일 '한국사회의 역사적 첫발'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등장한 투명사회 협약과 연결될 수밖에 없는 조건이 있다.

연초 '반부패투명사회협약을 촉구하는 1백인 시민선언'에서 촉발되 2개월여의 준비과정을 거쳐 완성된 투명사회협약. 대대적인 ‘사회적 연대 강화 방안’이라고 선전하며 진행된 협약 선포식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권, 재계, 시민 사회단체 등 이 참여해 손을 맞잡고 '부정부패 척결'을 약속했다. 당시 다수의 언론들은 이 협약 체결식을 놓고 '정부 수립 이후 부패 극복을 위한 4대 부문이 함께 한 최초의 사건'이라고 칭찬해 마지않았고, 당시 비정규 법안 투쟁을 전개하고 있던 노동계는 참석하지 않았다.

협약 체결식에 참석한 전원은 '법과 원칙의 준수, 연고주의 등 부패친화적 문화 극복, 건전한 경제적 의무의 이행과 정부 부패의 극복, 적극적 참여고발정신발휘, 반부패 교육의 실천’ 등을 포함하여 모두 10개조로 구성된‘투명사회 실현을 위한 시민헌장’에 다정하게 서명하기도 했다.

당시 협약 내용이 ‘공문구’라는 비판이나 비현실성에 대한 지적은 차치하고, 이 협약이 등장한 시기와 배경을 두고 ‘투명사회협약을 내거는 마당에 과거는 잊고 가자’는 물타기용이라는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민주노동당은 “불법대선자금환수와 재벌의 과거 분식회계 해소가 이루어지지 않는 협약은 오히려 과거부패에 면죄부를 줌으로써 부패청산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저버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며 협약 참여를 거부하기도 했다.

  김우중 회장 환영 캐리커쳐, 자세히 보면 '경제'를 발로 밟고 오고 있다. [출처: 하이대우 홈페이지]

과거는 잊고 가자, 면죄부 협약

당시 이런 투명사회협약이 준비되는 과정과 선포 이후 정·재계 인사들의 특별 사면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여러 후보들이 과거 청산의 대상의 후보자로 물색되는 가운데, 여권에서는 “김우중 전 대우 회장도 사면대상에 포함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구체적으로 흘러나왔으며 실제 ‘대우 출신들이 움직인다’는 소문은 세계경영포럼으로 결실을 맺으며 김우중 전 회장의 귀국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이어졌다.

당시 동아일보는 “열린우리당 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 그룹이 광복 60주년을 맞아 분식회계로 기소됐던 재계 인사들에 대해 사면 복권을 하는 방안이 검토됐지만 연기됐다”고 보도하며 그 자리에서 “김우중 전 회장에 대한 선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보도했다.

투명사회협약 발표 이후 문희상 의원은 프레시안과 인터뷰를 통해 “김우중 전 회장을 정치적으로 사면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사면 심사의 대상은 돼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이후 참여정부 탄생의 1등 공신인 정대철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5월 2일로 형집행정지로 불려났고 김우중 전 회장 또한 유랑의 세월을 마무리하고 협약공표 3개월 만에 '죄값을 치르겠다'며 돌아왔다. 정,재계가 나서 마련한 사회적 연대를 위한 '과거 덮기식' 투명사회협약이 김우중 전 회장의 부패로 얼룩진 과거에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불름버그통신, 김우중 전 회장 무거운 처벌 받아야

한편 불름버그통신도 지난 6월 17일 "김우중 前 대우 회장은 무거운 처벌 받아야" (Dont' let Daewoo's Kim pull a Kenneth Lay / William Pesek Jr.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칼럼의 내용에 섣부른 무게를 싣기는 어렵지만 통신은 "김우중 前 대우 회장 처리 방식은, 한국이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얼마나 변했는지를 가늠 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다. 한국은 여러 면에서 '버블'의 화신인 그에게 관용을 베풀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1997년 한국이 IMF로부터 57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요청하게 된 것은, 대우를 비롯해 부채를 통해 사업을 확장했던 재벌들 때문"이었음을 지적하며 "金씨에 대한 처벌이 가벼운 선에서 그친다면, 투자자들은 한국의 재벌 규제 의지에 의문을 가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 측면에서 블룸버그통신은 "金씨가 공항에 도착하자 규탄시위대가 '사면 반대'를 외친 것은 옳다"고 덧붙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