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일이지만 특별한 행사 없어요”

부산지하철매표소 해고노동자, 천막농성 200일 맞다

  19일 천막농성 200일을 맞는 부지매 천막의 모습
“200일이지만 특별한 행사는 없어요”

부산지하철매표소(부지매) 해고노동자 서재관 씨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이들에게 부산시청 앞 천막농성 200일이라는 기간은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지금도 지하철로 돌아가는 날을 기다리며 여전히 고용승계 투쟁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대신 오늘 3조 사람들끼리 천막에서 계란찜을 반찬 삼아 저녁을 먹기로 했어요(웃음)”

19일 부산지하철매표소 해고노동자들의 부산시청 앞 천막농성이 200일을 맞았다. 처음 100여 명에 달했던 비정규직 해고노동자들이 이제 24명만이 남아 지하철로의 고용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천막농성 200일, 해고당한지 282일

이들은 지난해 9월 부산지하철 매표소 무인화로 인해 일터에서 쫓겨났다. 2002년 8월 부산교통공사가 부산지하철 1, 2호선 34개 매표소 매표 업무를 민간에 위탁해 운영하다 매표소 무인화를 추진하면서 이들에게 계약 종결을 통보했기 때문이다.

서재관씨는 이대경 부지매 수석의 근황도 들려줬다. 이대경 수석은 부지매를 이끄는 부산지하철매표소 현장위원회 대표로 지난 5월 30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15일간 단식농성을 벌이다 건강악화로 춘해병원에 입원한 바 있다.

“지난주 토요일, 이대경 수석이 퇴원했어요. 입원 중에 위내시경 검사를 하니깐 위염증세와 췌장염이 있다고 합니다. 눈도 많이 나빠졌데요. 당분간 현장복귀는 힘들 것 같아요”

마침 지하철역에서 서명운동을 받던 부지매 이용재 씨가 천막 안으로 들어왔다. 이들은 천막 당직을 맡은 3조의 동지들이다. 이들이 천막에서 당직을 선 것만 해도 벌써 6개월을 넘어가고 있었다. 이용재 씨가 오늘 자갈치역에서 벌인 서명운동 성과에 대해 얘기해 줬다.

“5시간동안 지하철역에서 서명운동을 벌렸어요. 오늘 부산시민 400여 명의 서명을 받았어요. 서명하는 대부분의 시민들이 부산지하철 매표소 복원에 긍정적이었어요”

부지매 해고노동자들은 지난 16일 지하철 서면역 한 곳에서만 매표소 복원을 요구하는 1천명의 서명을 받았다. 부지매에 따르면 현재 6천 명의 서명을 받았다고 한다. 부산지하철매표소가 무인화되면서 발생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매표소 복원의 지지로 나타난 것이다.

  부지매 박정민씨가 천막농성 200일에 대한 소회를 얘기해주고 있다

최근까지 부지매에서 홍보를 담당했던 박정민 씨가 천막농성 200일의 소회를 들려줬다.

“인터넷 사이트 200군데에 부지매를 알렸어요. 지금은 인터넷에서 많은 분들이 덧글로 부지매를 응원해 주지만, 처음에는 ‘부지매’가 ‘아지매’인줄 착각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지금에야 말하지만, 집에서 반대가 심했어요. 그래도 참고 집에서 컴퓨터를 이용해 홍보활동을 계속 했는데 집에서 방에 난방을 해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추운 겨울날 손에 온기를 불어가며 키보드를 친 적도 있었어요(웃음)”

현재 부지매 해고노동자들은 지하철매표소 복원을 위해 서명운동과 1인 시위를 펼치고 있다. ‘부산지하철비정규노동자 고용승계대책위’에 따르면 지난 12일 대책위 차원에서 서명운동을 결정, 앞으로 한 달간 지하철 역사를 이용하는 시민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허남식 부산시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부지매는 천막농성 200일을 맞아 자체선전문을 통해 “산업폐기물도 아닌데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현실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고 미약하지만 하나하나의 힘을 보태고자 하는 의지로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모습에 서명운동을 촉구하는 조합원들은 ‘우리의 싸움이 헛된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천막농성 200일을 맞는 부지매의 투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부지매, 부산지역 최장기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지난 2월 23일 부산지하철매표소 해고노동자 고용승계를 촉구하기 위한 5보 1배가 열리고 있는 모습

부지매 해고노동자들의 고용승계 투쟁은 현재 부산지역 비정규직 투쟁사업장 중에서 최장기 투쟁사업장이다. 천막농성 200일째를 맞는 부지매의 투쟁은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부지매는 지난 2월 23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서면로터리 부근 허남식 부산시장 선거준비사무소까지 5보 1배를 벌였으며, 지방선거운동이 한창이었던 3월 10일에는 서면 아이온시티 7층에 있는 허남식 부산시장 선거준비사무소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이 때문에 허남식 선거준비사무소가 갑작스럽게 폐쇄되는 황당한 경우가 벌어지기도 했으며, 부지매 해고 노동자를 포함해 이국석 부산지역 일반노조 위원장,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 등 20여 명이 ‘업무방해죄’로 검찰에 고소되기도 했다. 이들은 아직도 검찰로부터 출두요구를 받고 있다고 한다.

  지난 3월 13일 허남식 부산시장 선거준비사무소가 폐쇄되자 점거농성 중인 해고노동자들이 회의를 하고 있는 모습

이들에게 지난 3월 17일은 끔찍한 추억으로 기억된다. 부산시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부지매 해고노동자의 시청 화장실 이용을 막아 이에 항의하는 여성 해고노동자 2명이 실신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부산지역 일반노조와 '부산지하철매표소 해고노동자 고용승계를 위한 대책위원회'은 부산시의 해고노동자 인권차별과 경찰의 과잉진압에 대해 허남식 부산시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부지매 투쟁의 정점은 바로 지난 3월 29일.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서면 허남식 선거준비사무소 앞에서 무기한 노숙투쟁에 들어가면서부터다.

특히 노숙투쟁 중에 이대경 수석은 단식농성을 벌였고, 부산민주노총 조합원 120명의 연대단식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대경 수석은 지난 5월 15일 단식농성 15일 만에 건강악화로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지난 4월 5일에는 부산민중연대와 동아대 사회대학생회가 일주일간 지하철을 이용하는 부산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한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72.6%가 매표소 폐쇄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19일 ‘부지매 천막농성 시작 200일에 부쳐’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부산시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허남식 부산시장 당선자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공약을 하나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부산시와 공사가 앞장서서 대거 비정규직만 늘렸다. 그리고 매표소가 없어졌으니 나가라고만 했다. 이들이 고용승계를 요구하자 시와 공사는 용역업체에 책임이 있다며 발뺌했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또 “허남식 당선자가 부산시장으로 새로 취임하는 7월이면 부지매가 지하철에 직접 고용승계를 요구하면서 투쟁을 벌인지 1년째가 된다”며 “허남식 부산시장은 잘못된 정책이 평범한 그들을 투사로 만든 것은 아닌지 뒤돌아보고 이제 그들의 절규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말

정연우 님은 참세상 부산경남지역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