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리해서 고맙습니다!

울산과학대 여성노동자와 독자들에게 보내는 편지

지난 5월 16일 투쟁승리보고대회가 비로 인해 울해협 사무실로 갑자기 변경됐지만, 그간 함께 했던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술잔과 이야기 그리고 노래를 나누며 보낸 시간으로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은 완전히 마무리됐습니다.

  이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울산과학대 투쟁을 마무리하는 기사를 쓰려고 고민을 했습니다. 일정정리를 할까, 모듬 사진전을 할까, 개략적 투쟁평가를 할까 등등... 다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편지형식으로 대신합니다.


울산과학대를 처음 간 것이 2월 9일이었습니다. 전임기자가 된지 열흘만이었지요. 김성민 전 울산노동뉴스 기자가 이미 투쟁 초기 보도를 한 후였죠. 간담회 취재를 위해 갔는데, 울산과학대 학장 면담을 위해 굳게 닫힌 학장실 문 앞에서 모두 계셨죠. 사진기를 드는데 외치는 목소리가 절절해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졸업식, 농성투쟁 처음 들어가던 날, 교직원과 싸우던 날, 집회가 있던 날... 취재를 위해서기도 했지만, 마음이 저의 발걸음을 울산과학대로 날랐습니다.

그런데 끔찍했던 3월 7일,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일어났습니다. 당시 제가 없었지만, 다행히도 정기애 기자와 나연정 기자가 있어 천만다행이었습니다. 현장에 있던 두 기자들은 울면서 취재를 했더군요.

  벚꽃보다 더 아름다운 것은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날은 저에게 다른 몇 가지 이유로 아프기도 합니다.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 농성장을 지키기 위해 했던 행동들이 언론에 급속히 보도되면서 울산과학대의 투쟁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지만, 다수 언론의 보도가 적나라한 사진과 부적절한 언어사용으로 여성으로서 자존감이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

수위는 비교적 낮았으나, 울산노동뉴스도 피해갈 수는 없었습니다. 당일 보도기사를 네 번이나 고치면서 많은 자괴감과 어떻게 보도하는 것이 올바른 보도인지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내홍은 울산노동뉴스 모든 식구를 힘들게 했습니다. 지금도 올바른 보도가 어떤 것인지 명확하지 않지만, 그 사건을 계기로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리고 정기애 기자가 찍은 사진이 다양한 언론과 매체에 실린 과정에서 생긴 문제의식입니다. 저희의 사진이 출처 없이 다른 언론사에 게재된 것, 그리고 위의 문제인식으로 폐기했지만 다양한 경로로 꾸준히 돌아다닌 사진들 때문입니다.

울산노동뉴스는 정보공유를 옹호하기 때문에 저희의 기사와 사진이 자유롭게 사용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다른 언론매체에 출처도 없이 저희의 기사와 사진이 사용하는 것은 정보공유와는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출처도 없이 울산노동뉴스의 기사가 사용되는 것은 저희의 노동의 산물인 기사를 도둑맞은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취재대상이기는 하지만 그간 호흡을 나눴다고 생각했던 분들이 저희의 의견을 묻지도 않고 임의적으로 사진을 유통시킨 것은 많은 상처가 됐습니다.

  이 때도 사건이 터진 후에 도착해 찢어진 현수막만 찍고 말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의 개인적 오명입니다. 울산과학대에 있다가도, 결정적일 때 자리에 없어 ‘사건현장에 피해가는 기자’라는 칭호를 수여받은 것입니다. 기자로서 이것만큼 수치스러운 것은 없지만, 뭐 어쩝니까. 다 팔자려니 해야지. 지금부터라도 잘할게요. ㅠ_ㅠ

하지만 어떤 욕을 먹더라도, 울산과학대 청소용역 여성노동자들이 승리해서 너무 기쁩니다. 이겨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아무리 찾아도 대신할 말을 찾지 못하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전임기자 시작과 함께 밀착한 취재가 끝나니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답니다. 일종의 공황상태인 거죠. 어떤 분은 “매일 농성장에서 밥을 먹었는데, 어디서 밥을 먹어야할지 난감하다”고 말씀하시기도 했죠. 아마도 이런 분들 꽤 있을 겁니다. ㅋㅋ

이 현상은 물리적 시공간을 함께 많이 사용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마음을 나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울산과학대 투쟁의 소중함이겠지요.

주변의 분들이 울산과학대 투쟁을 다양하게 평가하고 있더라고요. 작년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자발적 연대로, 문화적 운동으로, 여성의 권리와 여성 노동권으로, 새로운 비정규직 투쟁 등등으로 말이죠. 그 다양한 평가 모두 곱씹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평가들을 이제부터 어떻게 다른 시공간에서 이어가느냐일텐데, 모두 노력하실 거죠? 그래야 이 공황상태가 빨리 정리될 듯합니다. 저도 기자로서 또 다른 역할로 노력하겠습니다.

울산과학대 투쟁에 마음을 나눴던 모두모두 너무 고생하셨습니다.

  투쟁승리 보고대회에서 우리가 나눈 것은 음식과 술이 아니라 마음이었죠?

끝으로 연대온 모든 사람들이 천사라며 이들을 위해 기도를 했다는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얌전하신 분인데 학교 측의 행태에 어설픈 욕하고는 민망해 하셨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평소에는 참으로 씩씩하신데 사진 울렁증땜시 저를 애먹였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몸을 잠시도 가만두지 못해 무엇이든 찾아서 일을 하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글을 참으로 예쁘게 쓰신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밥을 잘 안 드시고 라면같은 것으로 끼니를 해결해 혀를 내두르게 한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모두들에게 미안하다고 말씀하시던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웬만한 대공장노조 위원장보다 훨씬 훌륭하게 투쟁을 이끈 청소용역 여성노동자

정말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다시 한 번 고맙습니다! (정문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