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와 협력'의 정신을 내건 남미은행이 9일 밤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공식 출범식을 가졌다.
남미은행에는 베네수엘라를 비롯해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에콰도르,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7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이후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 남미의 12개 국가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출범식에는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비롯한 5개국 정상이 참가했으며, 파라과이는 정부의 대표가 참가했다.
남미은행은 운영위원회 의결권 등 구체적 운영에 대한 합의를 마친 2008년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며, 본부는 남미은행의 구상을 제안하고 앞장서 추진해 온 베네수엘라의 수도 카라카스에 마련된다.
‘신자유주의 모델을 넘어설 것’ 기대...남미 공동화폐의 첫 걸음
'연대와 협력'을 모토로 하는 만큼, 남미은행의 목적은 이 지역의 국가들이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금융기구로부터 정치적, 재정적으로 독립하는 것이다.
니카노르 두아르테 파라과이 대통령은 “현실과 상관없이 이들 국제금융기구는 외채를 받는 조건으로 저개발 국가에게 그들의 규칙을 따르도록 했다”며 국제금융기구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라파엘 코레아 에콰도르 대통령은 “남미 국가들은 그들이 신자유주의 모델에 대한 정치적, 재정적 의존을 종식시키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국영기업의 사유화를 요구해온 국제금융기구의 압력에 저항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밝혔다.
아울러, 모랄레스 대통령은 은행이 남미국가의 공동 화폐를 위한 첫 걸음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밝혔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도 공동의 개발펀드를 통해 지역 중앙은행의 핵심 축으로 기능하면서 남미 국가 사이의 공동 화폐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은 “어떤 것도 우리가 공동 화폐를 창설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남미은행 출범식에서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지역 통합에 있어 남미은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진행되고 있는 남미 통합프로젝트인 미디어 관련 텔레수르(Telesur)와 에너지 공급을 통합 프로젝트인 페트로수르(Petrosur)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이런 통합은 민중의 건강, 주거, 그리고 괜찮은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국 1표' 동등한 의결권은 쟁점...차베스, "동등한 의결권 없으면 세계은행과 같다"
남미은행의 출범의 공식 출범은 애초에 6월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11월로 연기된 후 12월에서야 공식 출범하게 되었다.
이렇게 남미은행의 공식 출범이 연기된 데에는 남미은행의 역할과 자본금 분담비율, 의사결정권을 둘러싸고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간의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룰라 다 실바 브라질 대통령은 “남미 은행의 목적을 밝히라”며 차베스 대통령을 공격한 바 있다. 브라질은 개발원조를 제공하는 역할에 중심이 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온 반면, 베네수엘라 차베스 대통령은 그가 주창해온 21세기 사회주의의 노선에 입각한 남미 지역의 통합을 위해 남미 은행이 건설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더욱 구체적인 쟁점은 운영위원회의 ‘1국 1표’의 의결권 문제다. 베네수엘라를 비롯한 다수의 참가국은 자본금 분담 비율과 상관없이 회원국들에게 동등한 ‘1국 1표’의 의결권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렇지 않는다면, 세계은행, IMF 등 국제금융기구와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브라질은 분담금 규모에 따라 의결권 행사에 차등을 두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7월만 하더라도 “남미은행 설립 및 운영에 참가하는 모든 국가가 균등한 분담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과는 입장이 달라진 것으로 보인다.
약 70억 달러로 출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참여하는 모든 정부가 애초 차베스 대통령이 제안했던 대로 동일한 비율의 자본금을 분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1,105억 달러의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는 브라질은 313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와 375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크게 앞서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많은 자본금을 낼 수 있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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