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바닥에 나앉아도 수업은 계속된다"

노들장애인야학 2일 대학로 마로니에 개학식 가져

지난 93년 8월 8일 개교해 17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명문(?)학교 노들장애인야간학교가 지난 2일 자리를 옮겨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개학식을 가졌다.


14년간 한국소아마비협회 소속기관인 정립회관 3층의 공간을 무료로 빌려 사용하고 있던 노들야학은 정립회관 측으로부터 2007년 12월 31일까지 퇴거요청을 받아왔다. 정립회관 측은 퇴거요청의 이유로 "회관 프로그램실과 업무용 공간 부족 및 운영비, 관리비 부족" 등을 들었다.

이날 개학식에 힘주는 발언을 자청한 박김영희 민주노동당 장애인차별철폐본부 본부장은 "세상과는 다른 시작을 하려한다. 슬프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길바닥에서라도 수업은 계속된다. 내 권리를 스스로 찾고자 한 선택이며 가장 행복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권오일 에바다복지회학교 전 교감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권오일 전 교감은 "공부할 공간을 빼앗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서될 수 없다"며 "이 엄동설한에 학생들을 거리로 내모는 것은 비겁하고 야만적이며 비열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전보다 넓은 부지와 운동장(?)으로 학교를 옮겼지만 누구보다 불편한 사람은 장애학생들이다. 37명의 노들야학 재학생들은 개학식 다음날인 3일부터 정규수업을 받아야 한다.


박경석 노들장애인야간학교 교장은 개학식 이후 가진 오리엔테이션에서 "혜화역에 엘리베이터가 없었다. 노들야학 이 모 동문이 혜화역에 오다가 떨어져 사망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이후로 혜화역에 엘리베이터도 생겼다"며 "그렇게 따지고 보면 이곳은 투쟁의 역사이기도 하다"고 학생들을 북돋았지만 학생들의 얼굴에는 개학의 설레임 뒤로 걱정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

  재학1년생인 문혜란 학생은 올해 고입시험을 치른다. 문혜란 학생은 사회과목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2002년도에 입학해 올해로 7년차 맏언니 축에 속하는 이영애 씨는 몸을 움직일 수 없는 중증장애인으로 아직 초등학교 과정을 배우고 있다. 다른 친구들과 마찬가지로 4월 시험을 앞두고 있는 이영애 씨는 "올라가는 길이 가파른 정립회관도 등교하기 어려웠는데 이곳은(마로니에 공원) 더욱 힘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천막이 추위를 막아주지 못하는 것도 문제지만 공간의 협소함은 더욱 큰 문제다.

박경석 교장은 다시 공간확보를 위한 싸움을 진행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힌다. 노들야학은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3개월에 걸쳐 교육인적자원부와 서울시교육청, 서울시에 교육공간 확보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으나 모두 "규정된 학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노들야학의 요청에 퇴짜를 놓은 바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는 4월 검정고시 시험을 앞둔 학생들의 걱정도 한시름 늘었다. 이영애 씨는 새해소원 및 새 대통령께 드리는 말에서 "대통령도 새로 뽑혔는데 장애인들의 배울 권리, 알 권리 확보를 위해 힘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신한나 교사와 3년째 재학중인 최우준 학생.
노들야학에는 총 17명의 교사가 '우리','청솔','불수리','한소리' 4개 반의 학생들 37명을 가르치고 있다. 벌써 3년째 노들야학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신한나 교사는 "반은 네 반이지만 과목별, 수준별 학습이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교사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활동보조인이 꼭 필요한 중증장애인들이 많은 노들야학에는 1대1 수업에 가까운 조건이 성립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한나 교사는 "노들야학 학생들이 제도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검정고시에 힘쓰고 있지만, 그런 의미 외에도 노들야학은 장애인들에게 집에만 있다가 사람을 만나는 등의 작은 사회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장애인들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교육 투쟁의 공간이며 복합적 공간으로, 일종의 대안학교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애성인 교육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는 노들야학이 천막을 교실로, 마로니에공원을 운동장 삼아 "길바닥에 나 앉아도 수업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각오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도 관할구청에서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천막수업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발, 우리 '불빛'을 끄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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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장애인교육권 , 노들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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