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87년 "노동자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며 민주노조를 건설하고 투쟁을 시작한지 23년째다.
투쟁을 통해 일정 정도 임금인상과 물질적 향상도 이뤘지만 불과 10년이 지나는 97년 외환위기 사태로 말미암아 OECD 가입 전제조건이었던 '노동의 유연성 확보'를 위해 정리해고제와 비정규직법이 도입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분할지배관리 정책이 도입된 것이다. 합법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저임금 착취 노예노동'으로 이윤을 확대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2004년 현대중공업 사내하청노동자 박일수 열사는 자신이 일했던 공장 바닥에서 분신하며 유서에 "비정규직도 인간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적었다.
만약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현재 비정규직 노동자들처럼 차별과 격차를 노예 신분처럼, 팔자소관으로 여기며 살아가라고 한다면 참을 수 있는가? 87년 노동자대투쟁 당시 본관 잔디밭에 모인 조합원들의 첫번째 요구가 인사고과 철폐, 상여금 차등지급 철폐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시급 5원, 10원 인상 차이에 분노하며 단체협약에 못을 박을만큼 선진적인 노동자들이 현재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과 격차를 못본 체하는 것은 자신의 양심을 속이는 일이다. 현대차 노동자들이 정의로운 노동조합으로, 정의로운 투쟁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우리 공장에 있는 비정규직 문제부터 해결해야, 밖에 나가서 비정규직 철폐와 탄압 중단을 말할 자격이 있다.
올해도 1사1조직 규약을 지킬 것인지 말 것인지 투표하는 일은 없어야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부모님이 계신다. 어른들은 아내와 남편이 있고, 청년들은 애인이 있다. 그들도 고향 친구가 있고, 학교 동기도 있다. 수많은 지인을 사귀며 사회적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이번 설날에 고향에 가서 아는 이를 만나서 비정규직의 설움과 한을 토로할 것이다. 결국, 현대차 공장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 국민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비정규직 제도로 착취를 일삼는 정권과 자본이 먼 곳에 있는 적이라면 함께 일하며 월급봉투 두께 비교가 가능한 정규직들은 눈 앞의 적이다. 스스로 떨쳐 일어나 투쟁으로 쟁취하라고 쉽게 말하지만 착취가 강화되면 될수록 피착취자는 더욱 약화돼 저임금 장시간 노동과 정리해고로 내몰린다. 저임금 장시간 비정규직 노동자가 늘어나면 전체 노동자들의 저항력도 감소한다. 정규직 노동자들 또한 고임금론에 휘말려 임금동결 등 양보교섭으로, 임금삭감으로 연계되며 저항력을 상실한 노동조합은 희망퇴직과 정리해고를 받아들이게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관계는 순망치한(脣亡齒寒)의 원리와 같다.
비정규직이 정규직들의 고용안정 방패막이가 돼줄 것을 기대하는 조합원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는 회사측의 이간질에 불과하며 노동자를 이용해 노동자를 관리하려는 이이제이(以夷制夷) 농간에 지나지 않는다. 저임금 비정규직이 정규직 임금인상 발목을 잡는 현상을 온몸으로 경험하고 있으며 고임금 정규직 내보낸 자리에 저임금 비정규직을 사용하는 98년의 아픈 기억도 있다.
비정규직의 노조 직가입 1사1조직 규정개정안이 3번이나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되며 현대차 노동자들은 노동귀족으로 내몰리는 핑계를 주고 말았다. 노조에 직가입을 한다 해서 정규직들 임금 삭감해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하자는 게 아니다. 적게 주고 차별하던 것을 정상적인 처우로 차별을 철폐하면 된다.
1사1조직은 금속노조 규약에 명시된 사안이다. 따라서 1사1조직 규약을 지킬지 말지 투표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비정규직지회는 현대차지부 산하조직 승인 신청을 하고, 현대차지부는 이를 승인, 대의원대회에 보고하고 추인절차를 밟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집행부가 용기 있게 노동자의 의리와 양심에 호소하면 올해 안에 해결할 수 있는 손쉬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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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0월17일 현대차지부 대의원대회에서 1사1조직 규정 개정 찬반투표를 벌였으나 153명 찬성, 163명 반대로 부결됐다. 세번째 부결이었다. [출처: 울산노동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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