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2년, 그 실효성은?

장차법 2주년 토론회, 아직 장애인차별 심각하다는 지적 쏟아져

2001년 시작된 장애인차별금지법(아래 장차법) 제정운동은 2007년 4월 10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공포되었으며, 1년여의 협의과정을 거쳐 2008년 4월 11일 시행되었다. 장차법이 시행된 지 2년,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차별문제는 얼마나 해결됐는지, 그리고 앞으로 장차법이 효과적 이행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논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2주년 기념 토론회가 대한상공회의소에서 8일 열렸다. [출처: 비마이너]

8일 늦은 2시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2주년 기념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장애유형별로 나선 토론자들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 차별문제는 여전하며, 장차법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 장차법의 한계와 실효적 이행을 위한 제언을 쏟아냈다.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허진 대표는 “장차법이 장애인당사자에 의해 만들어졌다지만, 정신장애인을 여전히 소외하는 부분이 남아있다”라고 지적했다. 허 대표는 “정신장애인은 사회적 편견 때문에 장애인등록도 꺼리는데, 등록된 장애인이 아닐 경우 장차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라며 “정신장애인차별에서 최근 대두되는 문제는 보험가입 거절, 자격·영업 제한 등인데, 정작 이러한 차별에 대해 정신장애인당사자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박문희 소장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차별사례를 발표하고 “발달장애인들이 장차법 범주 밖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소장은 “발달장애아동의 경우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들로부터 언어폭력과 집단괴롭힘을 받고, 과밀학급 해소를 요청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등 여전히 차별받고 있다”라며 “이러한 사례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것은 문제를 피해학생 중심이 아닌 학교중심으로 풀기 때문에 계속 은폐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허주현 전남지소장은 “장차법이 장애인차별을 하지 말라는 대원칙은 있지만, 국가표준이나 단체표준이 없어 표준지침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허 소장은 “국회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 단체 관계자 의견을 들어 뷰어프로그램을 만들었다지만 음성만 지원하고 있었다”라며 “표준이 없으니 공무원이 자의적으로 편의시설을 제공하거나 예산 이유를 들어 회피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이현석 대리는 제삼자를 통해서만 장애인차별 문제를 진정할 수 있는 청각장애인의 어려움을 제기했다. 이 대리는 “2009년 청각장애인이 인권위에 진정접수한 비율이 6% 정도로 낮은 건 청각장애인의 특성상 직접 진정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중앙협회에 장차법에 대한 문의가 많은데 영상전화와 함께 수화통역이 아닌 직접 수화를 할 수 있는 수화상담자를 배치하는 등의 일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배대섭 인권위 장애차별조사과장이 장차법 제정 후 2년 동안의 진정접수현황을 발표하고 있다 [출처: 비마이너]

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는 “장차법은 인권위에 진정, 인권위의 시정권고, 법무부의 시정명령, 법원의 구제조치, 형사처벌이라는 다섯 가지 구제절차를 마련하고 있지만, 인권위에 진정하는 것 외에 나머지 제도는 이용하지 않는다”라면서 “장차법이 더욱 실효성있게 이행되려면 진정이 각하나 기각됐을 때 싸울 수 있는 불복절차가 활성화돼야 하고, 법률이 권한과 예산을 민간에 부과해서 민간이 장애인 권리 소송을 대신 해주게 하는 이른바 P&A 활동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에 앞서 1부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이행평가 및 추진방향’에 대한 발제가 있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김동호 과장은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장애인도 장차법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복지부는 그동안 장차법 정부대책합동반을 운영하고 장차법 이행 모니터링을 실시하는 등 장차법 인식과 정당한 편의제공 확대에 힘썼다”라고 복지부의 성과를 발표했다. 김 과장은 “앞으로도 장차법 상충법령을 검토하는 등 관계부처, 시·도와 제도 정비를 계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과 배대섭 과장은 장애영역별 차별 진정사건 접수현황을 발표하면서 “다른 부분의 진정도 많지만, 언어적 모욕·비하 등 괴롭힘 부분이 2008년 81건에 비해 2009년 114건으로 늘었고 이는 장애차별 영역 전체로 보았을 때에도 20%에 해당하는 상당한 수치”라고 말했다. 배 과장은 “이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심각함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며 “인권위는 그간의 활동을 실적으로 보기보다는 이를 참고삼아 앞으로 시작이라는 맘으로 장애인차별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 공동상입집행위 배융호 사무총장은 “복지부가 대국민 장애인 인식 개선사업을 했다지만, 제732조 등 여전히 장애인차별 법률이 개선될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인권위 역시 21% 조직 축소에 진정이 정책권고로 이어지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배 사무총장은 “말로만 상충되는 법령을 정비하겠다고 하지 말고 장추련과 정부가 TF팀을 구성하고 그 가운데 복지부가 관계부처와 만나 함께 논의하고 함께 개정해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각 장애유형의 대표로 나온 발표자들이 장차법의 실효적 이행을 위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 허진 대표, 함께가는 서울장애인부모회 박문희 소장,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허주현 전남지소장, 한국농아인협회 이현석 대리 [출처: 비마이너]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발제자들은 토론자들의 지적에 대한 답변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설명했다.

복지부 김동호 과장은 “배융호 사무총장이 장차법과 상충되는 법률 개정에 대해 진행상황이 없다고 했는데 맞다”라고 시인하고 “복지부는 올해 이 부분에 대해 자체적으로 연구용역을 하고 대안까지 제시하려 하고 있다. 그때그때 (장차법에 맞게) 이행못하는 답답함이 있더라도 계속 지적해주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인권위 배대섭 과장은 “임성택 변호사가 말한 불복절차 활성화에 대해 인권위에 건의하고 P&A의 경우 조사권이 장애인단체에까지 확대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라며 “인권위의 시정권고가 더욱 힘을 얻을 수 있도록 장애인당사자 여러분들이 더욱 많은 진정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사제휴=비마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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