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자 91.5% 후회

위니아만도 희망퇴직자 조사해보니

2009년은 우리 노동자들에게는 시련의 한해였음이 분명하다. 돌아보면 과거에도 이런 시련은 몇 번이고 있어왔다. 다른 것이 있다면 시련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였다. 쌍용자동차를 비롯한 몇몇 사례를 제외하면 노동자들은 시련 앞에서 집단으로 뭉치고 저항하는 것보다, 개별로 흩어지고 순응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보였다. ‘해고는 살인’이라고 외쳤지만, 정작 노동자들은 생존의 선택 앞에서 살인자에 대한 분노보다는 ‘우선 살고 보자’를 택했다.


결국 2010년 1월 현재 실업률은 5.0%를 기록했고 사실상의 실업자는 460만 명을 넘어섰다. 살아남은 이들의 협약 임금은 불과 1.7% 인상으로 10년 내 최저를 기록했다. 물가 인상률 등을 감안한다면 실질임금의 대폭적 후퇴를 경험한 것이다. 가구소득은 뒷걸음질 쳤고, 수많은 이들이 경제적 고통으로 신음해야 했다. 결국 해고된 노동자나 남은 사람이나 모두 희생자가 되고만 꼴이 됐다.

지난해 지역의 위니아 만도에서도 정리해고가 실시됐다. 회사는 경영적자를 이유로 220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그리고 수차례의 희망퇴직을 실시하고도 기어이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그때 우리들은 희망퇴직은 결코 삶의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 될 뿐이라고 주장했었다. 이제 1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지금 그들이 희망퇴직자라는 기만적이 이름으로 그리고 정리해고라는 잔인한 이름으로 떠난 자리를 일용직 노동자들이 대신하고 있다.

충남노동인권센터는 희망퇴직자들의 현재 모습을 확인해 보고 싶었다. 실업률이나 소득분배율과 같은 통계가 아니라 떠난 이들 낱낱의 삶을 들여다봄으로서, 어째서 해고가 폭력이며 살인인지를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위니아만도 희망퇴직자 4명중 1명 아직 실업자

지난 2월, 충남노동인권센터는 금속노조 위니아 만도지회 정리해고자원상회복투쟁위원회(이하 정원투)의 도움을 받아 작년 위니아에서 희망퇴직한 조합원들 상대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는 전화면접과 대면 인터뷰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화면접의 경우 정원투가 직접 참여하여 이루어졌다. 연락이 가능한 인원을 중심으로 생산직 희망퇴직자의 43% 정도인 47명이 조사에 응답했다.

조사결과 희망퇴직자의 25.5% 다시 말해 4명중 1명이상이 올 2월 현재까지도 실업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실업상태라고 밝힌 임00 씨는 퇴사후 경비일을 시작했으나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둔 상태라고 했다. 김00 씨도 마찬가지 경우다. 김씨는 퇴직 후 3개월 만에 마트에 취직했지만 그동안 해오던 일과는 달라 적응이 쉽지 않았다. 마트의 임금만으로는 생활도 어려웠다. 결국 그만두고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지만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위니아 만도 퇴사자라서 취업이 안된다고 이야기 하는 이들도 있다. 유00 씨는 “현재까지 4번 면접을 봤다. 위니아 퇴사자라는 사실 때문에 취업이 안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 한다. 퇴사후 자영업을 선택했다가 실패한 사례도 들을 수 있었다. 박00 씨는 희망퇴직후 받은 퇴직금과 위로금 등 1억 원으로 당구장을 열었지만 결국 몇 달 버티지 못하고 폐업했다. 박씨는 “쫓아내려면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이라도 시키고 쫓아냈어야 한다.”고 이야기 한다.

취업자들 가운데 정규직은 11.8%뿐!

그나마 실업자 신세를 면하고 취업한 이들 가운데 정규직에 취업된 경우는 11.8%에 불과했다. 이들 대부분은 위니아에 부품을 납품하던 하청 업체에 취직한 경우였다. 남은 이들은 비정규직과 자영업이 각각 44.1%이었다.

정규직 취업이라고 해서 일자리의 질이 좋은 것도 아니다. 정규직 취업자의 평균임금은 연 2.325만 원 정도로 위니아에서 받던 임금의 40~50%선에 불과하다. 이00 씨의 경우는 업무에 대한 부적응과 열악한 환경으로 산재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이씨는 “퇴사후 6개월 만에 연명 2,0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업체에 취업했지만 얼마 되지 않아 산재를 당해 지금은 공상으로 쉬고 있다.”고 말한다. 정규직 취업자들 역시 한결 같이 현재의 생활이 힘들고 어렵다고 이야기 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비정규직의 경우 사정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00 씨는 연봉 1,800만 원 정도 되는 업체에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그동안 부채가 쌓여 개인파산을 준비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꼴도 보기 싫다.”는 분노감을 표시했다. 유00 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처음에는 노점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노점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고 한다. 노점을 그만두고는 실업급여로 생활해오다 최근에야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

정00 씨는 1억 원 가량을 투자해 사업을 시작했지만 사업시작 두 달 만에 5,000만 원 정도의 손해를 입었다. 결국 가게를 폐업하고 현재의 직장에 취업했다. 그는 현재 시급 4,300원을 받는 비정규직이다. 오00 씨도 1억 원을 투자한 가게가 적자를 봐 3개월 만에 폐업하고 지금은 보험설계일을 하고 있다며, 수입은 수당 등을 합해 월 100만 원 정도라고 했다. 용역업체를 통해 일을 하고 있다는 김00 씨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희망퇴직은 옳지 못한 선택이었다.”며 현재의 생활이 힘들고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소득을 밝힌 이들 비정규직 취업자의 평균 연봉은 2,107만원 정도다. 그나마 소득을 밝힌 이들은 형편이 나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정확한 소득을 추산하지 못한 이들은 일용직이거나 수당에 의지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자영업 투자비용 평균 1억7백만 원, 이미 폐업한 이들도 16.7%

자영업을 시작한 이들은 어떨까? 자영업을 시작한 이들의 초기 투자비용은 평균 1억 7백만 원가량이었다. 이들 가운데는 이미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폐업한 경우도 16.7%였다. 아직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이들 가운데도 적자를 보고 있다는 이들이 33.3%인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폐업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적자를 보지 않는 이들도 2~3명을 제외하고는 초기투자 상황이라 좀 더 지켜봐야 한다거나, 현상유지 수준, 회사 다닐 때 보다 적은 수입 이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유00 씨의 경우처럼 어느 정도 사업이 안정되어 “준비됐으면 자신 있게 바꾸는 선택을 하라.”고 조언하는 경우나 또 서00 씨처럼 “내시간이 없어 힘이 들긴 하지만, 퇴사에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는 이들도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은“사업은 만만치 않다.”거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잘못된 선택이었다.”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8천만 원을 투자해 식당업을 하고 있는 김00 씨는 “복직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은 꼭 복직을 이루기 바란다”고 격려하면서 “사업은 힘든 일이다. 절대 그냥 나와서는 안 된다.”고 당부 한다. “회사의 더러운 꼴 안 봐서 다행이지만, 오래된 동료들과도 헤어지고 이제 기댈 곳도 없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외롭고, 힘들다”는 하소연을 하는 이도 있었다.

91.5% 희망퇴직에 대해 후회한다.

지난해 위니아에서 희망퇴직자한 이들의 91.5%는 퇴직에 대해 후회하고 있는 것으로 후회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8.5%에 불과했다.

압도적 다수가 후회하고 있는 까닭은 분명해 보인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개개인의 경제사정이 퇴직 전에 비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정규직에 취업한 이들은 물론이고, 비정규직, 자영업 가릴 것 없이 직업 안정성 약해 보인다. 이들 눈에 앞으로의 삶이 결코 희망적이지 않은 이유다.(미디어 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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