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중공업 사측, 국회의원과 노동자 사찰하다 덜미

홍희덕, “국회에서 공식 문제 삼겠다”...한진중, “기록차원에서 촬영”

한진중공업 사쪽 관계자가 국회에서 진행된 야5당 5대현안 해결 촉구대회에 참석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사찰하다 들통 났다.

  사찰현장을 발견한 노동자들이 노무 팀 과장(오른쪽)에게 촬영 내용을 지우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후 1시 30분 야5당은 5대 노동현안 진상조사단 구성과 청문회 촉구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는 민주당이 쌍용차, 한진중공업, 전북 버스파업,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 삼성 노동자 산업재핸 관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준비했다. 민주당은 손학규 당대표와 정동영 최고위원, 김성순 환경노동위원장 등을 비롯해 20여명의 의원이 참가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 다른 야4당 의원과 고위 관계자들도 대거 참석해 직접 손피켓을 들고 5대 현안 해결을 촉구했다.

그런 대회 자리에 야5당의 초청을 받아간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을 회사 쪽 관계자가 몰래 촬영하다 노동자들에게 들킨 것이다. 현장에서 사찰을 하다 덜미를 잡힌 사쪽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노무 관리 1팀 김 모 과장으로 그는 조그만 디지털 캠코더로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얼굴과 국회의원 발언 등을 담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찰 현장을 발견한 금속노조 관계자에 따르면 김 모 과장은 당일 현장을 취재하던 SBS 카메라 옆에서 찍고 있었으면 지회 관계자들을 클로즈업(close-up)으로 찍고 있었다. 금속노조와 한진중 노동자들은 대회가 끝나자 김 모 과장에게 캠코더와 핸드폰 등으로 찍은 내용을 지우라고 요구했고 이를 거부하자 가벼운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김 과장이 상경 투쟁 직후부터 자신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계속 감시하며 촬영했다며 같은 직원이 해고자들에게 이럴 수 있느냐고 개탄해했다. 한 노동자는 “저렇게 찍은 자료가 전부 우리들 손해배상 등에 쓰일 것”이라고 분개해 했다.

김 모 과장과 함께 대회 현장에 나와 있던 사쪽 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오늘 대회에서 노동자들이 언론 인터뷰 등을 할 때 잘못된 내용이 나가면 바로 잡도록 하는 것이 회사방침이라 찍었고, 손학규 대표나 국회의원들도 무슨 말을 하는지 기록차원에서 촬영한 것”이라며 사찰 의혹을 부정했다. 그는 “누가, 몇 명이 왔는지 보고하기 위한 것이지만 일상적인 노무관리일 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촉구대회에 참석했던 홍희덕 민주노동당 의원은 한진중 사쪽의 사찰을 두고 “불법 사진 채증 사건은 단순히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으로만 볼 수 없다”며 “야 5당과 국회의원들이 함께 하는 자리에서 불법 사진 채증을 했다는 것은 사측이 국회 역시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홍의덕 의원은 이어 “이 사건을 그냥 넘어가지 않고 사태의 엄중함에 대해 국회 환노위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상구 진보신당 대변인은 “한진중공업이 야4당의 노동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자리에서 마치 독재정부가 사찰하듯 노동자들의 얼굴을 담았다면 공개된 장소에서 한 행위라 해도 용서할 수 없다.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권이 진지하게 나선 자리에 어이없이 참여자들 사찰로 화답한 것은 문제해결의 진정성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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