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후면 원자력이 태양력보다 비싸질 것”

체르노빌 핵참사 25주기, 원전 대전환 토론회 열려

체르노빌 핵참사 25주기를 맞아 ‘통제 불가능한 핵발전’을 벗어나기 위한 모색이 한창이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대안 토론회 : 원전 대전환, 에너지 대안 가능하다’도 그 일환이다.

환경운동연합과 에너지정의행동이 마련한 이날 토론회에는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이필렬 한국방송대학교 교수, 박년배 세종대학교 연구교수가 발제자로,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일본원전비상대책위 정책팀장, 강은주 진보신당 녹색위원회 정책위원, 이성호 태양광산업회 부회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갈수록 증가하고, 한국의 원자력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 만큼 핵발전소를 없애기 위한 대안 찾기는 쉽지 않았다. 또 다른 핵참사를 막기 위해 나선 토론자들은 솔직했다. 한 발제자는 현재 한국에서 에너지전환은 불가능하다는 전제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이야말로 인류가 ‘나아가지 않으면 안 될 길’이라는 데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발제에 나온 이필렬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에너지 전환은 불가능하다”며 “10년 전쯤 한국에서 에너지 전환운동이 처음 시작할 때는 가능하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그동안 에너지소비가 너무 많이 증가했고 계속 증가할 것이라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이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전기소비는 2000년 5407kWh였지만 2010년에는 9493kWh로 40%가 증가했고, 2020년에는 11800kWh, 2030년에는 13510kWh로 증가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이런 조건에서 원자력발전을 폐기하고 재생가능 에너지로 넘어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필렬 교수는 이어 유럽국가들과 일본, 타이완 등의 사례를 통해 “원자력 포기는 전기소비가 거의 증가하지 않아야 하고 재생가능 전기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스페인, 타이완, 프랑스, 이탈리아처럼 전기소비가 지속적으로 늘거나 꽤 증가해도 원자력 포기는 불가능하고, 스웨덴, 일본, 영국처럼 전기소비가 증가하지 않더라도 재생가능 전기의 비중이 늘어나지 않는 경우도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기소비는 가장 크게 증가하면서 재생가능 전기 비중이 극히 미미한 한국에선 더더욱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이런 한국 상황에서 원자력 포기와 에너지 전환을 위해선 △전기소비를 지금 수준에서 멈추거나 아주 조금 증가하도록 하고 △수십 년의 장기계획을 세워 에너지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를 위해 △에너지 전환 싱크탱크와 에너지 전환 정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싱크탱크를 통해 수긍할 수 있는 에너지 절약 시나리오와 전환 시나리오를 만들어내야 하고, 여기에 기반해 정책을 변화시킬 의지를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유지해갈 수 있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50년까지 재생가능 전력으로 전환하는 시나리오를 분석한 박년배 교수는 “장기 목표를 설정하고 지금부터 실천을 통한 지속가능 사회 시나리오를 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2050년까지 재생가능 전력으로 전환하기 위한 방법으로 △수요관리 최우선, 송배전 손실율 개선 △논의가 필요하지만 현재 건설 중인 원자력만 허용, 원자력과 석탄의 수명연장 및 신규건설 불가 △2030년까지는 가스 CHP(열병합발전) 보급, △풍력, 태양광 등 RE(재생가능 에너지)를 통한 전력공급 등을 제시했다.

박년배 교수는 이 외에도 △재생가능 전력으로 전환 시 부수적 편익 △국내 RE 잠재량 맵 구성과 토지이용을 고려한 재생가능 에너지 전략 △원전 의존 사회 대비 지속가능 사회의 사회적 총비용 비교 △에너지 전환 논의 과정의 중요성 등을 결론으로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온 이성호 부회장은 경제적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원자력 발전소를 더 이상 지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화석연료 대비 태양광에너지가 경제성을 확보하는 시기가 3~5년 안에 온다는 게 정부 발표”이고 이에 따르면 “앞으로 10년 후면 태양광에너지가 원자력보다 훨씬 싸”지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금 원자력 발전소를 추가로 짓는 것이 성사돼서 전기를 생산하기까지 10년은 걸릴 텐데 2020년이면 이미 원자력이 태양광에너지보다 경제성이 없다”며 “지금 이 시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원자력을 주 에너지로 잡는 것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팀장은 “핵에너지를 안 쓰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이필렬 교수의 주장처럼 전기소비가 거의 증가하지 않아야 하고, 재생가능 전기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양이원영 팀장은 “우리나라 전기 소비의 급증은 80년대 과도한 전력수요 예측과 불필요한 핵발전소 확대에 따른 과잉전기를 소비하기 위해 전기수요를 진작시키는 전력정책의 실패를 통한 현재 전력소비 급증이 주요 원인”이라며 “남은 전기를 저장할 수 없어 전기를 많이 소비하도록 9차례에 걸쳐 전기요금을 인하하고 원가 이하의 산업용 요금, 심야전력요금 등을 도입했다”고 진단했다. 과도한 전력수요 예측-> 핵발전 과잉-> 전기 과소비라는 3요소가 악순환이 고착화된 사회구조를 낳았고, 이 고리 중 한 곳을 끊지 않는다면 아무리 전기 공급을 확대해도 전기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것이다.

양이원영 팀장은 “이런 상황에서 2000년 들어 유가가 오르면서 심야전력사용으로 전기난방이 급증했고 결국 지난 2010년 겨울에는 전기난방이 전력난에 한 몫 했다”며 “전기난방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소비가 꾸준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한파로 전기난방 수요는 더 많아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양이원영 팀장도 공급중심이 아닌 수요관리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5년 수요 정점 후 에너지 수요 절대량 감소를 위한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에너지 다소비, 저효율 산업분야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지속가능하고 안전한 에너지원 공급 방안으로 재생가능 에너지를 2030년까지 20%이상 확대하고 그 이행 단계에서 LNG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핵으로부터 안전을 위해 신규 핵발전소 건설 반대, 건설 중인 핵발전소에 대한 사회적 논의, 신울진 1, 2호기 중단, 설계 수명이 끝난 핵발전소 수명연장 중단(고리 1호기), 폐로 준비(원설 1호기, 고리 2호기, 울진 1,2호기, 영광 1,2호기) 등을 촉구했다.
태그

원자력 , 체르노빌 , 후쿠시마

로그인하시면 태그를 입력하실 수 있습니다.
김도연 기자의 다른 기사
관련기사
  •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많이본기사

의견 쓰기

덧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