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감염인, 대학종합병원에서 조차 진료 거부당해

진료거부, 차별 등 공공연해...“복지부가 실질적 대책 내놓아야”

HIV감염인 A씨는 지난 2월, 인공관절 시술을 받기 위해 서울의 S대학종합병원을 찾았다가 수술을 거부당했다. 수술용 특수장갑이 없다는 것이 진료 거부의 이유였다.

S대학병원은 한국에서 HIV감염인을 제일 많이 진료하는 병원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지난 1993년에는 ‘환자권리장전’을 최초로 선포한 병원이기도 하다. 때문에 번번이 1, 2차 병원에서 진료거부를 받는 HIV감염자들은, 이제 HIV감염인을 제일 많이 진료하는 대학병원에서조차 진료 거부를 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직접적인 진료거부가 아니더라도, 공공연히 나타나는 HIV감염자들에 대한 차별도 존재한다. HIV감염자 B씨는 치과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3층에 있는 치주과가 아닌, 청소 비품 같은 것을 모아두는 5층의 ‘특수클리닉’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

C씨의 경우, 심한 치통으로 응급실에 갔지만, 당직 의사는 컴퓨터로 조회한 후 아픈 곳이 어디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진통제를 받아 가라는 처방만을 받았다. 또한 D씨는 병원에 입원했을 때 식판에 ‘HIV 일반식’이라는 메모가 들어있었으며, 다른 환자들과 달리 식판을 주황색 폐기물 봉투에 싸서 내놓아야 했다.

때문에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를 비롯한 8개 단체들은 14일 오전 10시,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HIV감염인 차별 병원 규탄과, 보건복지부의 구체적인 조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문수 건강나누리 활동가는 “S대학종합병원 뿐 아니라 대부분의 병원에서 공공연하게 HIV감염자에 대한 차별이 행해지고 있다”며 “동네병원의 경우, HIV감염 사실을 알리면 무조건 진료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는 A씨에 대한 S대학종합병원의 진료 거부 사례를 차별이라고 판단하고, 지난 7일 병원장에게 향후 동일한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 수립 및 인권교육을 실시할 것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S대학종합병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차원의 구체적인 차별 규제 제도 수립이 이뤄지지 않은 한, S대학종합병원을 비롯한 대부분의 병원에서 행해지는 감염자들에 대한 차별은 시정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최규진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부장은 “현재 병원에서 행해지는 HIV감염자에 대한 진료 거부가 50%이상을 상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보건복지부와 정부는 감염자에 대한 차별과 진료거부를 통제하기 위해 실질적이고 강력한 정책을 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자회견단은 “매번 HIV감염인들이 시정을 요구하고 시정이 되었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병원에서 HIV감염인에 대한 차별이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또한 보건복지부는 S대학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기관에서 HIV감염인의 진료를 거부하는 일이 없도록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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