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회장님에게 노동자는 한낱 ‘파리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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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크레인 맞은편에서 노숙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노동자 박 모씨(36)도 같은 말을 했다. 그는 ‘조남호 회장의 눈에는 자신들이 사람으로 안 보일 것’이라고 했다.
“서울 한남동에 있는 조남호 회장 집 앞에서 1인 시위도 하고 노숙도 해봤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멀리서 조남호 회장과 그 부인을 한 번 봤는데, 그 때 ‘아, 저 사람들에게 지금 내가 사람으로 보일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수없이 1인 시위와 노숙을 했지만 경비실에서 화장실 한 번 가거나 물 한 모금 얻어먹지 못했어요. 쏟아지는 비를 피해 처마 밑에라도 가 서있으면 바로 달려와 쫓아낼 정도 였으니까요. 우리를 사람으로 본다면 이렇게까지 하겠습니까? 우리 노동자도 같은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어요. 제발 사람대접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용접 불꽃에 구멍나고 더러워진 작업복에 잔업 특근 뛰어가며, 다달이 월급 받아서 가족과 먹고 사는 조선소 노동자들을 가만히 앉아서 몇 십억 몇 백억을 벌어들이는 그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태어날 때부터 재벌이었고, 노동이 아니라 노동을 시키는 계급에 속했던 그들이다. 조남호 회장과 그 아들의 눈에는 부당하게 일자리를 잃어 노동자가 길거리에서 먹고 자며 농성을 하고, 10원짜리 부업과 빚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그의 아내가 힘을 보태겠다며, 어린 아이를 등에 업고 함께 길거리로 나서는 모습이 어떻게 보일까. 그걸 사람의 삶이라고 여기기는 할까.
2003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익 전 지회장 역시 유서를 통해 ‘회사의 경영진들은 우리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 대우를 해달라는 요구를 끝내 거부하고 말았다’고 죽음의 이유를 밝힌바 있었다.
경찰에게 공무집행은 죄 없는 노동자를 때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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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희망버스 방문 당시, 계엄령을 방불케하는 85호 크레인 앞 풍경. 이날 경찰은 인도에 있는 시민들까지 '시위자로 간주해 연행하겠다'며 골목 안쪽으로 다 밀어냈다. |
그들이 하청노동자를 포함해 1년에 몇 천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의 생계수단을 부당하게 빼앗아 버리고서도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는 이 한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경찰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았다.
“지난 7월4일 정문에서 경찰에 연행된 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초만 들고 있었을 뿐입니다. 건널목 파란 신호등도 지켰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은 불법집회라며 강제해산 시키겠다고 협박을 하면서 우리를 둘러싸버렸습니다. 그래서 ‘이것도 불법집회라면 우리가 알아서 해산하겠다. 길을 열어달라’고 했더니, 이번엔 ‘그렇게는 못 한다’고 돌아가려는 길조차 막았어요. 그러더니 ‘해산하겠다는데 왜 막느냐’고 항의하는 옆 동료를 10여 명의 경찰이 둘러싸고 폭행하더라구요. 제가 ‘왜 때리냐, 때리지 말라’고 경찰을 말렸더니, 경찰이 ‘공무집행방해’라며 저를 연행해갔습니다. 살다살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나 싶더라구요. 우리는 피켓도 안 들었고 구호도 안 외쳤고, 교통신호도 지켰어요.”
불법행위를 하지 않은 노동자들을 경찰이 때렸고, 이를 말리는 노동자를 ‘공무집행방해’라며 연행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경찰의 ‘공무’라는 것이 ‘죄 없는 노동자를 때리는 것’이 되는데, 이 나라는 그게 가능한 나라인 것이다.
그렇게 사람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은 사람의 목숨이 아니라 파리의 목숨을 가지고 불나방이 되어 크레인으로 기어올랐다. 그렇게 가치 없는 그들의 목숨을 위태위태하게 흔드는 바람이 2011년 여름 또 다시 불기 시작했다.
김주익 전 지회장과 85호 크레인을 가슴이 기억하고 있다
“85호 크레인…… 이번엔 그들마저 잃게 될까봐 너무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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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숙 지도위원은 2003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주익 전 지회장의 추모사를 하며 장례식장을 온통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출처: 전국금속노조] |
“김주익 전 지회장은 참 똑바른 사람이었어요. 그리고 정직한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 기억이 우리 조합원들 가슴에 여전히 남아 있죠. 그런데 85호 크레인에 다시 김진숙 지도위원과 해고 노동자들이 올라갔어요. 조합원 모두들 그들마저 잃게 될까봐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 지 한치 앞을 모르는 상황이에요. 만약 잘 못 된다면 우리는... 두렵습니다. 그게 정말 두렵습니다.”
14일 현재, 한진중공업 사측은 85호 크레인 농성을 강제진압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용역경비와 크레인 중층 농성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점점 더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고자 박 씨가 희망버스를 애타게 기다린 것도, 85호 크레인과 정리해고 철회 투쟁을 하나로 엮어 생각하기보다 크레인에 있는 동료들이 안전하게 내려오기를 더 바라는 것도 모두 그 때문이었다. 언제 경찰과 용역깡패가 강제진압에 나설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정리해고 철회보다 동료들의 목숨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또다시 동료를 잃는 방식으로 투쟁을 이어가서는 안 된다는 절박함이 그의 가슴을 숨 막히게 옥죄고 있었다.
“85호 크레인에 경찰이나 용역깡패가 투입되면, 사실 버티기 힘들잖아요. 권력을 등에 지고 모든 장비를 다 동원 할 텐데 그들과 물리력으로 싸워서 이길 수가 없잖아요. 그러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어요. 우리들이야 어떻게든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싸워나가면 된다지만 크레인은 달라요. 또 다시 가슴속에 사무치게 아픈 상처를 남기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진실과 거짓을 구분할 수 없는 현실,
먼저 떠났지만 마음의 짐까지 내려놓지 못한 사람들
박 씨는 ‘우리 회사는 우리가 지키고, 우리가 살린다’는 한진중공업 사측의 현수막을 보며, 헛웃음만 나온다고 했다. 이런 현실에 동료들은 ‘대한민국이 싫다’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렇다고 그들이 살 나라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이 땅에서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은 항상 그들이 아니라 그들을 것을 빼앗는 사람들의 것이었다.
“회사 경영진이 발악을 하는 것 같아요. 정말 진실도 거짓도 구분할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서글픕니다. 우리 자식들만이라도 이런 똑같은 설움을 겪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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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희망퇴직을 해버린 동료들은 대부분 취업을 하지 못하고 그냥 집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려고 해도 한진중공업 출신을 받아주지 않아요. 사정이 그렇다보니 다들 ‘당분간 쉬고 싶다’고 하더라구요. 긴 파업기간 동안 몸과 마음이 많이 지친 거죠. 명예퇴직을 한 선배는 스스로 퇴직을 하고 나서 후회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구요. 명예퇴직을 하고 공장을 떠나면 차라리 맘이 편할 줄 알았다는 거예요. 그런데 막상 공장을 떠났는데 오히려 더 힘들더랍니다.”
스스로 공장을 떠났어도 길거리에 남아 있는 사람들, 크레인 위에서 위태위태하게 하루하루를 견디는 사람들 소식에 마음의 짐까지는 차마 내려놓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몇 십 년을 다니던 공장에서 쫓겨나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지 길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막막하기도 했으리라.
위태위태한 85호 크레인,
이번에도 기어이 노동자들의 목숨이 제물로 바쳐져야 하나
“이번 한 번을 물러선다고 해서 피할 수 없다는 걸 다 알고 있어요. 나 혼자 당장의 정리해고를 피한다고 해서 사측의 구조조정과 노조파괴를 벗어날 수 없죠. 그렇다면 맞서 싸우는 것이 맞지 않겠어요.”
그는 인터뷰 과정에서 ‘고맙다’와 ‘계속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린다’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만큼 절벽 끝까지 몰렸고, 절박한 상황까지 왔다는 것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싸울테니 85호 크레인과 정리해고 철회 투쟁이 두번 버림받지 않게 해달라는 간절한 부탁이었다.
“회사도 우리 노동자들을 버렸지만, 지회 지도부도 해고자와 85호 크레인을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실망감이 큰 게 사실입니다. 그 때문에 싸움을 포기한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85호 크레인에 있는 동료들을 생각하면서 우리가 이렇게 버티고 있습니다. 금속노조와 민주노총이 조금 더 힘 있게 연대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래서 85호 크레인을 지키고, 하루빨리 투쟁을 살리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많은 관심과 연대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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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자들의 바람은 결코 거창하거나 부당한 요구가 아니었다. |
85호 크레인에 올라 흔들리는 목숨 줄을 부여잡고 있는 김진숙이라는 50대 여성 해고노동자는 ‘저녁이면 땀 냄새 풍기며 집에 돌아가 새끼들 끼고 저녁 먹는 그 소박한 일상들을 지켜내고 싶다’고 했다. 스무 살의 나이에 입사해 이제 마흔일곱 살이 된 한 해고노동자는 그 크레인을 올려다보며, ‘좋은 직장에 취직해서 열심히 일하고 한푼 두푼 모아 행복한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 소박한 꿈은 그들이 꾸기에는 너무 거창하고 허황된 것이었을까.
2003년 조남호 회장은 김주익, 곽재규 두 노동자의 목숨을 거두고서야 ‘노동자들에게 가한 탄압’과 ‘해고라는 살인행위’를 멈췄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사람이 되지 못한 노동자들의 그 처절한 삶이 다시 반복되고 있다.
이번에도 기어이 노동자들의 목숨이 제물로 바쳐져야만 그 소망이랄 것도 없는 소박한 바람이 지켜질 수 있는 걸까. (기사제휴=미디어충청)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