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언론이 현대기아차그룹 정몽구 회장의 사재 5000억원 기부 발표(8월28일)를 대서특필하기 시작했다. 온갖 찬미의 수식어가 나붙는 이번 기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정몽구 회장이 사재 기부를 하며 내놓은 이유는 ‘저소득계층 자녀의 교육 기회 확대’라고 한다. 대학생들의 학자금 대출 사연을 들으며 ‘가슴 아파한’정몽구 회장의 진심이 담겨 있다고 한다. 우리는 정몽구 회장이 저소득계층을 생각하고, 이 시대의 청년들을 생각한다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가슴 아파해야 할 대상을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하고, 자신의 5년전 죄값을 감옥살이 대신 돈으로 치르는 것에 불과하다는 점을 분명히 짚고자 한다.
모두가 알다시피 정몽구 회장의 그룹 핵심기업인 현대자동차는 사내하청노동자를 불법파견으로 고용한 점이 작년 7월 대법원의 판결로 드러났다. 현대자동차는 대규모의 비정규직 노동자를 불법적으로 고용해왔고, 대법원에서 정규직으로 판정받은 사내하청노동자들을 착취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왔다는 것이다.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 8600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을 때 드는 비용은 1197억원 정도라고 한다. 현대자동차 2010년 순이익인 5조2000억원의 2.3%만 있으면 현대차 모든 사내하청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 이번에 사재 출연한다는 금액의 4분의 1만으로 가능한 것이다. 진정 저소득 계층을 이야기한다면 자신의 부의 원천이 되어준 비정규직 노동자부터 살펴야 하며, 대학생의 등록금 대출을 말하려면 졸업 이후 대다수가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구조를 생각해야 한다.
사재 기부는 2006년 비자금 수사로 구속 수감될 때 약속한 방패막
지난 2006년 정몽구 회장은 검찰의 현대차 비자금 수사로 구속 수감될 때 글로비스 주식 1조 원어치를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하며 법원의 선처를 흥정한 바 있다. 이런 식의 기부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에버랜드 불법증여와 ‘X-파일’논란을 진화하며 택했던 방식으로 대기업 총수들의 면책 수단처럼 사용된 것이다.
정몽구 회장이 5000억원을 기부하며서 택한 글로비스 주식 기부 역시 따져봐야 한다. 글로비스는 현대기아차 수출물량과 조립반제품 운송을 도맡아온 비상장 계열사다. 현대차그룹 지주회사 격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소량 보유하고 있음에도 현대차그룹의 순환고리 정점에 있는 회사로 주목받아 왔다. 또 글로비스는 생성 자체가 경영권 승계와 불법적인 재산 증여를 위해 설립했다는 의혹을 받아왔으며, 최대주주는 31.88%를 보유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다. 그리고 정몽구 회장이 18.11%,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 1.37%로 오너 지분이 50%를 넘는데, 정 회장의 지분 중 5000억원에 해당되는 7%가 해비치재단으로 넘어가는 것으로 지배권의 변화는 전혀 없다.
결국 정몽구 회장은 자신이 저질렀던 불법행위 재판 직전에 면죄부로 제시했던 사재 기부를 하는 것으로 사실상 손해가 없는 셈이다. 오히려 정몽구 회장 일가의 막대한 부의 세습과정을 감추는 위장막일 수 있다. 실제로 정회장 부자는 3월 11일 열린 현대차그룹 주주총회에서 정몽구 회장이 399억4000만원, 아들 정의선 부회장이 118억3000만원을 배당받아 한해 주식배당만으로도 자그마치 518억원이란 천문학적 금액을 벌어들였다.
우리는 다시 한번 분명하게 정몽구 회장에게 요구한다. 자식에게 물려주고 그 일가가 누려온 끝도 모를 부의 밑바탕은 5만6000 정규직과 2만여 비정규직, 30만 부품사 노동자들의 피땀이 있었음을 깨달아야 한다.
정몽구 회장도 이번 사재 기부가 진정 “노블레스 오블리주”, “공생”, “나눔경영”이 되길 바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보다 현대자동차에서 불법으로 고용한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전원 정규직화하는 것으로 시작하라. 그것은 어떤 형식의 기부보다 빛나는 사회적 공헌일 것이며, 현대자동차의 기업가치와 위상을 보다 높일 것이다.



![[영상] 현대기아차비정규직 농성..](http://www.newscham.net/data/coolmedia/0/KakaoTalk_20180411_120413041_copy.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