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인권적인 학교가 비극적인 죽음을 잉태한다" 집회에 참석한 학생들. |
“너 그거라며? 그 이후 지옥 같은 시간이 이어졌어요”
제일 먼저 마이크를 쥔 매미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는 중학교 3학년 시절, 친한 여자 친구들에 의해 아웃팅을 당했다. 친한 여자 친구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이야기 했는데,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들어오니 반 분위기가 이상했다. 다른 친구가 다가와 그에게 물었다. “너 그거라며?” 순간 그는 형용할 수 없는 낭패감을 느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그 이후로 반년 동안 지옥 같은 시간이 이어졌어요.”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반 친구들이 그와 함께 하는 것을 꺼리기 시작했다. 욕하고, 이유없이 때리고, 괴롭히기 시작했다. “흔히 말하는 왕따 였어요.” 그는 왕따였다고 고백했다.
“정말 지을 수 없는 기억이 하나 있어요.” 그의 목소리는 더 떨리기 시작했다. “어느날 하교를 하는데 다른 애들이 뒤에서 웃으면서 오는 거예요. 이상하다는 걸 느꼈죠. 집에 돌아가서 등 뒤를 보니 ‘저는 호모입니다’ 같은 욕설이 쪽지로...” 이윽고 그의 목소리에 울음이 섞였다. 흠흠, 목소리를 가다듬은 그가 말을 이어나갔다.
“다음날 학교에 가니까 책상에 말 못할 욕설들이 칼로 새겨져 있었어요” 그는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참담했다. “네가 들키지 않았어야지.” 선생님은 오히려 그에게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 선생님과 반 친구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그들이 나를 싫어한다는 논리가 기껏해야 더럽다는 거예요. 그들도 우리사회가 편견과 차별, 오해로 만들어놓은 논리를 그대로 흡수하고 표출하는 것뿐이니까요.”
그는 우리사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차별,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인권조례는 꼭 공포되어야 한다며 말을 맺었다.
“친구의 마지막 부탁은 자기를 잊지 말라는 거 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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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픔 없는 학교에서 만나요, 편히 쉬어요" 누군가 남긴, 추모 메시지. |
그녀는 친구가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알지 못했다. “그 친구는 친구도 많았고, 가족에게 사랑도 많이 받았고, 이미 원하는 고등학교에 합격도 한 상태였어요.” 하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그녀는 친구가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알게 되었다.
“아수나로 활동을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폭력이 너무 익숙하게 일상화 되어버린 학교에서 그 친구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라며 그녀는 친구의 마지막 유언을 들려주었다. “친구가 남긴 마지막 부탁은 자신을 잊지 말아달라는 거 였어요.” 수수는 자신의 친구와 같은 학생들이 더 생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인권조례는 시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네 탓이 아니야, 우리 모두의 탓도 아니야”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집회가 이어졌다. 이명란 영림중학교 선생님이 추모사를 할 때에는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추모사를 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눈물이 너무 나서 글을 쓸 수가 없었다”며 이 선생님은 바람이 되어 집회 현장에 와 있을 피해자에게 조용, 조용히 말을 건넸다. “난 너를 사랑해. 하지만 난 그 아이들(가해자)도 사랑한단다" 며 그녀는 ”네 탓이 아니야, 우리 모두의 탓도 아니야“ 라고 참석한 모두를 위로했다.
▲ 규탄 발언을 하고 있는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도 이 자리에 참석하여 프랑스 망명 시절 이야기를 보태었다. “하루는 여섯 살 난 딸아이가 밖에서 놀다가 들어오더니 ‘왜 여기 애들은 나를 때리지 않는거지?’ 라는 거예요, 한국에서는 말이 통해도 때리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이곳에서는 말도 통하지 않는데 자신과 잘 놀아주더라는 거지요, 아직도 그 이야기는 저희 부부에겐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라며 홍 대표는 진정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을 배우지 못하게 하는 현재의 교육 환경을 규탄했다.
모든 집회 순서가 마무리 되고 마지막으로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집회장에서 멀지 않은 서울특별시의회 앞까지 행진하여 국화를 헌화하는 퍼포먼스를 계획했다. 한 손에는 촛불과 한 손에는 국화를 든 대열이 인도로 나서자, 경찰이 길을 막아섰다. 경찰은 참석자들이 손에 든 피켓과 깃발을 내려놓고 행진할 것을 요구했고, 참석자들이 피켓과 깃발을 내려놓자, 촛불도 끌 것을 요구했다. 10여분을 실랑이 끝에 참석자들은 촛불을 끄고 시의회 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 서울특별시의회까지 행진 중인 집회 참가자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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