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고사 성적 때문에 우는 친구들에게 미안했다”

[인터뷰] 일제고사 거부하고 체험학습 참여한 중학생

학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올해 중학교 2학년이 되는 김정한(가명, 13) 씨는 설렘보다 걱정이 앞선다. 8일 앞으로 다가온 일제고사 때문이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일제고사를 치른 적이 없다. “엄마랑 시험은 일 년에 네 번만 치기로 약속했다”며 김 군은 웃어보였다.

  지난해 7월 일제고사에서 국립서울과학관을 찾은 체험학습 참가학생들이 춤을 추는 로봇을 보고 있다. [출처: 교육희망 최대현 기자]

성주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그는 지난해 12월 치러진 일제고사 때도 시험을 치는 대신 체험학습을 나갔다. 같은 반 친구 한명과 함께였다. 체험학습은 즐거웠다. 시험을 치르는 대신 그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고, 영화도 두 편 보았다. “즐거웠다, 그런데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고 그는 말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다른 친구들은 시험 때문에 죽어라고 공부를 하니까 친구들한테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고 대답했다.

그가 느낀 꺼림칙함은 단지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시험을 친 다음날이 문제되기 때문이다. “다음날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몰려와서 왜 빠졌냐고 협박하듯이 묻는다. 순간 내가 대답을 잘못하면 한 대 맞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는 당시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다음 날 학교에 가면 답지를 받아서 답을 대조해보고 우는 친구들이 많다. 그러다가 성적표 나오면 또 운다”며 일제고사 다음 날의 학교 풍경을 전했다. 그는 그렇게 성적 때문에 우는 친구들을 보면 미안하고, 이해가 되기도 한다. “그 친구들은 부모님이 너무 성적에 목숨을 건다. 걔들도 어쩔 수가 없다. 나보다 스트레스도 많이 받을 거다”며 친구들의 입장을 대변해주었다.

그가 전하는 중학생의 하루 일과는 안쓰럽다 못해 황당했다. 그는 “일제고사가 다가오면 일부 친구들은 어머니의 강요로 9, 10교시를 하는 경우도 있다. 9, 10교시 끝나고 학원까지 갔다가 밤 10시는 넘어서 집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출처: 교육희망 최대현 기자]

그의 말에 따르면 요즘 중학생들은 PC방에서도 공부를 한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을 가기 전 남은 시간에 PC방에서 학원 숙제를 하거나 컴퓨터로 할 수 있는 학습을 한다는 것이었다. “컴퓨터로 모르는 영어단어를 검색하는 경우도 있고, 컴퓨터로 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며 그가 말했다.

그도 친구들이 그렇게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친구들 어미니들이 정말 성적을 중요시 한다. 명문 고등학교에 가서 서울대나 연세대 같은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친구들도 다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른들이 주입시킨 맹목적인 명문대 사랑이 학생들에게도 무가치하게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3월8일, 올해 첫 일제고사가 있는 날에도 김정한 씨는 학교에 가지 않을 것이다. “엄마랑 약속했으니까, 시험은 안 칠거다”는 그는 다음 날 학교에서 다시 친구들의 차가운 눈초리를 감내해야 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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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이상원 객원기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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