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있으나마나

보건부 통계에도 수요는 37만, 실제 수급자는 3만5천

장애등급과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는 장애인들의 무기한 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장애인 차별 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21일 오전 서울 계동의 보건복지부 앞에선 장애인활동지원 긴급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었다. 전장연은 기자회견을 통해 장애인 활동지원 인정점수기준을 하향조정하여 수급 대상자를 확대하고 본인부담금을 폐지하라는 등의 요구안을 발표했다.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장애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자립생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지난 해 제정된 ‘장애인 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작년 10월부터 종전의 장애인 활동보조 사업이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로 전환됐다.


그러나 정작 장애인들은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의 등급기준이 너무 엄격하게 정해져 있어 정작 활동지원이 필요한 장애인들도 수급대상에서 탈락하는 일이 잦다”며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가 유명무실한 제도임을 주장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일상생활에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을 37만 명, 전체 장애인의 13.9%로 집계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장애인 5만 명을 그 대상으로 선정하고 있으며 그나마도 본인 부담금에 3만 6천여 명 정도만이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활동지원 수급대상 되기가 하늘의 별따기

‘노들 장애인 야학’의 한명희 활동가는 “1급 장애인이 아니라도 다른 이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들이 숱하다”고 말하며 등급에 의해 장애인을 분류하고 활동지원을 줄이는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김정 ‘한국 장애인 자립생활센터 협의회’ 활동가도 “활동지원이 필요한 장애인은 정부가 대상으로 한 5만 명의 열 배도 넘는다”고 말해 정부의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가 중증 장애인들의 자립생활 지원에 실효성이 없음을 주장했다.

더구나 2년에서 3년마다 장애인의 서비스 수급자격을 재판정, 갱신 받도록 하는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규정에 의해 활동지원을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들이 수급자격을 상실하거나 급여가 삭감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고 전장연은 주장했다. 정부는 활동지원 인정점수 조사를 통해 올 11월 까지 약 3만 명의 장애인이 수급자격 갱신을 진행한다.

전장연은 “장애인들이 수급대상에서 탈락되는 일이 없도록 인정점수 기준을 대폭 낮추고 등급이 하락돼 지원 기본급여가 삭감되거나 수급대상에서 제외되는 장애인이 발생했을 때 실시할 구제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급자격이 있어도

수급자격이 있어도 활동지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 않은 중증장애인이 전체 대상의 25%나 된다. 장애인들은 “본인부담금이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현행법은 활동지원 제도에 본인부담금의상한선을 규정하고 있지만 ‘부가급여’에 추가 본인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인해 사실상 본인부담금의 상한이 없다. 본인부담금이란 장애인 본인의 소득이 없더라도 장애인을 돌볼 책임이 있는 부양의무자의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부과하는 금액이다.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는 서비스를 더 많이 필요로 하는 중증장애인일수록 더 많은 본인부담금을 부과한다.

활동지원 수급대상이 되고 급여를 받아도 문제는 계속된다. 전장연은 장애인의 서비스 선택권 보장을 목적으로 하는 ‘바우처 제도’가 “실질적으로는 서비스 관리 기준조차 없이 시장경쟁만 과잉되는 역효과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장연의 남병준 활동가는 “지원을 받는 장애인들의 선택권을 더욱 확장시키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바우처 제도가 오히려 장애인 보다는 서비스 사업기관의 배만 불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남병준 활동가는 “바우처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보건복지부 내에서는 전장연과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대표단과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을 비롯한 장애인 정책실무진과의 면담이 이뤄졌다. 이 면담에서 장애인 활동지원 제도 개선에 대한 장애인들의 요구안이 전달됐다. 장애인들은 9월 중순까지 요구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송재찬 장애인정책국장은 9월 초에 열리는 제도개선위원회에서 요구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보건복지부는 또 장애인들이 요구한 수급자격 재조사 시한을 내년 5월 까지로 연장하라는 지시를 각 지자체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장연의 남병준 활동가는 “근본적 대책이 없이 기한만 연기되선 안된다”며 “요구대로 점수기준을 하향조정하고 수급탈락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보건복지부는 이 역시 9월 초로 예정된 제도개선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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