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째 밥을 굶은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의 김정우 지부장은 함께 나눈 밥이 노동자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밥을 구하다 밥이 되버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정리해고 노동자들을 위한 밥콘서트가 26일 오후에 열렸다. 장소는 어느새 싸우는 노동자들의 상징이 돼버린 대한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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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식당은 올 봄에 문을 열어 7개월 동안 성황리에 영업 중이다. 그동안 벌어들인 4천여만원의 ‘밥 값’은 벌써 수십 군데의 장기투쟁 사업장의 ‘밥 값’이 됐다. 다음 달이면 대구에 5호점이 문을 연다. 이쯤이면 ‘대박’난 전국구 프랜차이즈 식당이다.
밥콘서트는 희망식당과 ‘함께 살자, 100인 희망 지킴이’가 합작으로 만들어낸 또 한번의 야심작이다. 밥은 물론이고 집안에 묵혀둔 물건들과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동자들을 향한 마음까지 함께 나누는 축제다. 희망식당 기획자인 블로거 ‘오후에’ 씨는 밥콘서트를 이번뿐 아니라 앞으로도 쭉 이어갈 계획이다. 더 많은 관심과 성원이 모아지면 대규모 공연장에서 그럴듯한 모양새를 갖춘 콘서트를 열고 비정규직, 정리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야심찬 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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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쌀쌀한 날씨에도 대한문 앞으로 모여든 500여 명의 인파는 그의 구상이 허황된 계획은 아닌듯 보이게 한다. 사람들은 어묵 한 꼬치와 주먹밥 한 덩이에 5천원이라는 허황된 가격에도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밥콘서트를 찾은 한 시민은 “어묵 한 꼬치랑 주먹밥이 5천원인게 말이 되는 가격이냐, 희망식당이니까 굳이 사먹으러 여기까지 오는 것”이라며 웃었다.
일을 ‘땡땡이’치고 밥콘서트를 찾은 시민도 있었다. 고양시에서 골프강사를 하고 있다는 그는 땡땡이에 대한 ‘부담감’ 보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오지 못했다”며 아쉬움을 더욱 드러냈다.
사위가 어두워지고 출연진들이 리허설을 시작하면서 길을 가던 시민들이 걸음을 멈췄다. 주말 저녁, 예상치 못한 공연에 자리를 잡고 앉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밥콘서트를 모르고 찾은 이들도 설명을 듣고선 기꺼이 지갑을 열고 주먹밥을 산다.
콘서트의 사회를 맡은 변영주 영화감독은 “한국은 지금 해고가 된 사람들과 아직 해고되지 않은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라며 이 곳에 모인 이들이 노동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 감독은 “얼마전 안철수 대선후보와 문재인 대선후보도 이 곳 대한문에 다녀갔는데 얼굴만 비추는 것이 아니라 책임있고 분명한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희망지킴이 대표로 무대에 오른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사는 “오늘 아침 공주교도소와 전주교도소에서 출소한 용산참사 구속자들은 각각 어머니가 해 준 밥과 딸과 함께 먹는 밥을 위해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면서 “밥이란 그렇게 우리의 삶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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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용욱 기자] |
희망식당 기획자 블로거 ‘오후에’ 씨는 “밥콘서트에서 나누는 밥은 아주 정치적인 밥”이라며 관객들에게 밥콘서트의 의미를 전했다. 그는 “우리가 지금 구호를 외치지 않아도 나눠먹는 밥이 곧 정리해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라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무대에서 관객들에게 숙제를 전달했다. 자신의 SNS와 블로그에 ‘해고는 나쁘다’는 메시지를 남기라는 숙제. 관객들은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스마트폰을 꺼내들고 숙제를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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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김용욱 기자] |
콘서트는 포크가수 한동준 씨와 록밴드 게이트플라워즈, 옐로우몬스터즈, 네바다 51이 등장하면서 열기를 띄기 시작했다. 변영주 감독은 출연진을 “금요일밤, 큰 규모의 유료공연 기회를 거절하고 여기까지 달려와준 고마운 밴드들”이라고 소개했다.
게이트플라워즈의 보컬 박근홍 씨는 밥콘서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묻는 질문에 “지금 이사회의 2,30대는 모두 비정규직과 정리해고, 불안정노동의 문제와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라며 “오히려 더욱 많이 함께 못해서 부끄럽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기회에 무대에 서는 것 정도로는 ‘연대’라고 말하기 부끄럽다”며 “더욱 본격적이고 적극적인 ‘연대’에 함께하고 싶다”고 밝혔다.
밥콘서트는 9시 30분께 모두 마무리됐다. 다 팔리지 않은 음식들은 인근 동자동 사랑방과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전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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