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이 무중력을 체험하는 모습 (2007년 4월 26일). 출처: 짐 캠벨(Jim Campbell)/Aero-News Network. 위키미디어 커먼즈.
3월 14일은 스티븐 호킹이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되는 날이다. 그의 개인 웹사이트(현재는 대체됨)에서 호킹은 자신을 "우주론자, 우주 여행자, 그리고 영웅"으로 정의했다. 그는 확실히 이 세 가지를 모두 이루어냈다. 그는 우주를 지배하는 기본 법칙들을 연구한다고 밝혔으며, 자신의 세 가지 주요 발견을 설명했다.
여기서 우리는 그 발견을 요약하고, 이를 바탕으로 호킹이 답했던 네 가지 중요한 질문을 다뤄볼 것이다. 이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시간과 공간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어디에서 끝나는가? 우주는 유한한가? 인간은 그 안에서 미래를 가질 수 있는가?
아인슈타인에 기반하여
스티븐 호킹의 연구는 우리가 우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놀라운 이론, 즉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서 출발한다. 이 이론은 시간과 공간(시공간)에 대한 혁명적인 개념으로, 힘의 등가성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이 개념은 아인슈타인이 자신의 집 지붕 위에서 상상한 자유낙하라는 '유레카의 순간'에서 비롯되었다.
아인슈타인의 날카로운 논리, 그리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명백한 원칙들에 의해, 우주를 설명하는 유일한 법칙이 탄생했다. 그것은 바로 상대성장 방정식에서 유도된 법칙이다. 이 법칙은 우주론적 원리에 따르면 우리 우주를 위한 단 하나의 해를 허용하는데, 그것이 바로 프리드만-르메트르-로버트슨-워커(Friedmann-Lemaître-Robertson-Walker) 해이다.
이것은 정말 놀라운 결과다. 단 하나의 방정식과 단 하나의 해로 우주를 설명할 수 있다니!
호킹은 이를 기반으로 더 나아갔다. 그는 특이점 정리(호킹-펜로즈 정리)와 시공간 열역학(베켄슈타인-호킹 이론)에 대한 놀라운 결과들을 끌어냈다. 이를 통해 그는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 같던 질문들에 답을 제시했다.
시간과 공간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바탕으로, 호킹은 우리 우주가 과거에 하나의 기원, 즉 시작을 가졌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것이 그의 첫 번째 발견이다. 호킹-펜로즈 특이점 정리에 따르면 시공간은 특이점, 즉 빅뱅(Big Bang)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 결론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론의 방정식과 초기 우주에서 일어난 조건들(부분적으로 CERN과 같은 대형 실험실에서 재현됨)을 사용해 증명된다.
결국 시간과 공간이 사라지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더 이상 과거로 거슬러 올라갈 수 없는 지점, 바로 그곳이 우주의 기원이다! 이는 리빙스턴(Livingstone)이 나일강의 발원을 찾으려 했던 것처럼, 시공간이 태어난 정확한 장소를 찾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끝나는가?
시공간은 우주 곳곳에서 끊임없이 생성되는 블랙홀에서 그 종말을 맞이한다. 이는 호킹-펜로즈 특이점 정리에서 제시된 또 다른 특이점들로, 시간과 공간이 영원히 사라지는 블랙홀이라는 "시공간의 소멸 지점"이다.
이와 같은 결과는 중력을 양자화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아주 작은 스케일에서 이러한 결과를 검증하려면 중력을 양자화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야만 이러한 이론들이 단순한 고전적 근사치가 아니라, 실제 현실을 반영하는 최종적인 이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즉,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20세기의 두 가지 위대한 이론을 결합해야만 했다.
이 방향으로의 첫걸음을 뗀 사람이 바로 호킹이었다. 그는 자신의 두 번째 주요 발견인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를 통해 이를 제시했다.
“질량 M을 가진 슈바르츠실트 블랙홀(Schwarzschild black hole)은 완벽한 흑체처럼 작동하며 온도 T = ℏc³/8πGMk에서 전자기 복사를 방출한다.”
이 "마법 같은" 공식은 자연계의 가장 중요한 기본 상수들을 하나로 통합한다. 플랑크 상수 ℏ(양자역학), 빛의 속도 c(상대성이론), 중력 상수 G(뉴턴 역학), 볼츠만 상수 k(열역학), 그리고 원주율 π(수학)가 모두 이 공식 안에 담겨 있다.
모든 주요 물리 이론이 하나의 간단한 공식으로 결합 것이다. 이는 마치 우주의 아름다운 교향곡과도 같다.
호킹은 이 발견을 통해 아직 탐험되지 않은 새로운 길을 열었다. 하나는 중력의 양자화로 가는 길이고, 또 다른 하나는 새롭게 태동한 양자 정보 이론과 그것이 담고 있는 놀라운 우주적 패러독스들로 향하는 길이었다.
우리 우주는 유한한가?
이 질문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세대를 매료시켜 왔다. 수 세기 동안 사람들은 우주가 영원하며, 공간과 시간에서 무한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이후 여러 번 의견이 바뀌었다.
그러다 호킹과 하틀(Hartle)은 시간이 처음에 "상상수(imaginary)"였다면, 우주는 경계와 한계를 가지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증명했다. 즉, 우주는 유한하지만, 경계가 없는 상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초기 특이점도 존재하지 않으며, 우주의 기원은 물리 법칙에 따 결정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 바로 호킹의 세 번째 발견인 하틀-호킹(Hartle-Hawking) 가설로, 스스로 자족적인 우주에 대한 개념을 제시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에 있는 호킹의 묘지에 유골함을 안치하고 있는 장면.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학장과 의회가 주관. 허가를 받아 재현된 내용이다.
인류는 우주에서 미래를 가질 수 있을까?
생애의 마지막 몇 년 동안, 호킹은 인류가 직면한 매우 심각한 문제들을 분석했다. 그는 우리가 이러한 문제들을 앞으로 100년 안에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것이 인류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호킹은 낙관적이었다. 그는 그때쯤이면 인류가 지구 밖에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식민지를 건설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인간 지능과 인공지능의 발전이 현재 우리를 위협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낼 것이라고 보았다. 이를 통해 수 세대에 걸친 새로운 희망의 지평이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본당에 위치한 스티븐 호킹의 묘비 아래에는 그의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이 묘지는 아이작 뉴턴과 찰스 다윈의 묘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묘비에 새겨진 문구는 뉴턴의 묘비에 라틴어로 쓰인 문구를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출처: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학장과 의회.
호킹은 항상 젊은 과학자들을 가장 애정 어린 청중으로 여겼다. 그들에게 남긴 마지막 조언은 우리 광대하고 복잡한 우주를 바라보며 느끼는 그 놀라운 감각을 영원히 간직하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유레카의 순간을 경험하는 것, 즉 아무도 알지 못했던 것을 처음으로 발견하는 것만큼 비교할 수 없는 경험은 없다.”
우주가 사라지거나, 인류가 소멸하기 전까지 스티븐 호킹이 우리에게 남긴 놀라운 발견들—그의 묘비에 새겨진 아름다운 공식처럼—은 계속해서 새로운 지식을 탄생시킬 것이다. 우리가 그를 기억하는 오늘, 그의 죽음 6년 후의 이 특이한 시공간 안에서도 말이다.
[출처] Las cuatro preguntas fundamentales de Stephen Hawking
[번역] 하주영
- 덧붙이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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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오 엘리살데(Emilio Elizalde)는 물리학자이자 수학자다. 이론물리학 및 우주론 연구 교수로 우주과학연구소(ICE – CSIC)에서 일하고 있다. CSIC 우주과학연구소의 "우주론 및 이론물리학" 그룹의 창립자이자 초대 리더다. 참세상은 이 글을 공동 게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