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인력의 단기순환정책을 고수하는 고용허가제는 시행 9년을 넘어선 지금, 노동자로서 법적 대우를 한다는 그 도입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개악에 개악을 거듭해서 이주노동자를 무권리의 나락으로 빠트리고 있다.
“우리는 짐승 아닌, 인간이다”라며 이주노동자들이 올해 메이데이를 먼저 열었다. 메이데이를 인정하지 않는 한국 사업주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3일 앞 당겨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다양한 언어로 이주노동자들은 노동 3권, 단속추방 중단, 고용허가제 폐지와 노동비자를 요구했다.
집회는 시종일관 활기가 넘쳤고,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은 연설 하나하나마다 박수 치고 소리 지르며 화답했다. 명동까지 행진하면서는 더욱 놀라웠다. 집회에 처음 나온 노동자들인데도 맨 앞에서 땀을 뻘뻘 흘려가며 열정적으로 구호를 외치고 정말 열심히 행진을 주도했다.
고용노동부의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대책’ 지침이 8월 2일부로 시행됐다. 이에 따라 이주노동자들의 사업장 선택의 자유 등이 극심히 제한되면서 고용허가제 등 정부의 이주노동자 정책에 이주노동자들의 반발이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 6월 4일 고용노동부는 <외국인근로자 사업장 변경 개선 및 브로커 개입 방지 대책>을 발표하여 8월 1일부터 이주노동자에게 어떠한 사업장명단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리고 8월 1일부터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선택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고용노동부 내부지침이 시행되었다. 그나마 보장되던 최소한의 제한적 선택권마저 빼앗아간 것이다. 이제 이주노동자가 사업장변경을 하기 위해서 자신을 추천하는 회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기를 24시간동안 오매불망 기다리는 것 외에는 어떠한 구직노력도 할 수가 없다. 이주노동자를 흡사 노예와 같은 신분으로 전락시키는 정책이다.
‘고용허가제’에 의해 이주노동자들은 산업연수생 시절보다도 열악한 노동환경에 내몰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8월 1일부터 내가 회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장님이 전화와야 회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면 나는 사장님이 전화올 때까지 그냥 계속 기다려야 돼요? 사장님 전화 안오면 어떡해요? 나는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어요. 그때까지 사장님 전화 안오면 나는 불법돼요?
이번 개정안에서 사업주에 대한 종속성을 강화하여 노동착취를 더 심하게 만드는 ‘사업장 변경을 하지 않은 이주노동자’, ‘3개월의 출국기간’이라는 조건은 없어져야 한다. 이주노동자들이 장기체류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올해 8월이 되면 고용허가제 시행 8년을 맞이한다. 근본적인 제도 변환의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욕설과 폭행을 당했다며 사업장 이전을 요청한 이주노동자가 회사의 이탈신고에 ‘불법체류자’로 내몰리게 됐다.
출입국·외국인력 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직화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필요하다. 단속반대 투쟁, 개정안 반대 투쟁도 시급하지만, 이주노동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직접 내고 운동을 직접 건설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금부터 그렇게 해야 단속을 막을 힘, 제도 개선을 쟁취할 힘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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