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빵

[문화빵] 누가 음란을 두려워하는가

[문화빵] 누가 음란을 두려워하는가

다시 표현의 자유를 둘러 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7일, 대법원은 미술교사 김인규씨가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 일부가 음란물이라고 유죄 판결, 무죄를 선고했던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전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의 근거로 10년전 마광수 교수의 소설 ‘즐거운 사라’를 음란물로 규정하며 확립한 판례에 따른 것이라며, ‘음란의 여부는 표현물 제작자의 주관적 의도가 아닌,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그 시대의 건전한 통념에 따라 객관적이고 규범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음란’을 ‘보통사람의 성욕을 자극해 성적 흥분을 유발하고 정상적인 성적 수치심을 해쳐 성적 도의관념에 반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김인규 교사의 게시물 6점 중 ‘환자용 변기에 놓인 남성성기 그림’, ‘성기가 발기된 청소년 그림’, ‘고속편집 된 동영상’ 등 3점은 음란물이 아니지만 ‘여성성기 묘사’, ‘김인규 교사 부부의 맨몸 사진’, ‘정액을 분출하는 남성성기 그림’ 등 3점은 음란물이라고 판결했다. 이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시대착오적인 판결이라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김인규 교사가 이번 판결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혀 왔다. 김인규 교사의 글 전문을 싣는다. [편집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4년 여간 재판을 받아오면서 제가

[문화빵] 일어나서는 안될 일

[문화빵] 일어나서는 안될 일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상황이겠지만, 당신이 길을 걷다 차에 치이는 사고를 당해 심각한 신체적 장애를 갖게 됐다고 치자. 그런데, 보험회사는 되려 당신의 책임을 들먹이며 배상할 수 없다고 배째고 나온다. 아니, 한술 더떠 당신이 평생을 바쳐 해오던 일을 경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무직자 취급을 한다. 자, 당신이라면 어떻겠는가.‘미치고 환장할 노릇’ 아니겠는가. 당신이라면, 아니 당신 주변 사람이 이런 일을 당했다면 어떻게 하시겠는가. 설마, 보험회사도 ‘소셜 포지션’이 있는데 그렇게까지 하겠냐고? 세상에, 당신같은 선량하고 천진난만한 시민을 위해 친절하게도 보험회사의 ‘소셜 포지션’을 알려주는 회사가 있다. 업계수위를 자랑하며 몇 년째 고객신뢰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그곳의 이름은 삼성화재. 그리고 그런 일을 당한 당신의 이웃은 조각가 故 구본주다. 예술활동경력 불인정 구본주는 2003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등졌다. 배상금 문제로 소송이 시작됐다. 배상책임이 있는 삼성화재와 의견조율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세 가지. 첫째는 사고의 책임비율, 둘째는 가동연한(정년), 세 번째가 수입산정(일실수입) 등이다. 1심에서는 책임비율 25%, 정년 65세, 일실수입 예술전문가 5-9년 경력 인정 등을 판결받았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문화빵] 개헌 논의 유감

[문화빵] 개헌 논의 유감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권과 시민단체들로부터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권력구조의 문제에 착목하여 내각제 등의 대안 권력 체제 논의에 집중하는 정치권과 헌법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민주적 ‘헌정체제’ 수립을 모색하는 시민사회단체의 흐름은 차별적이다. 그러나 ‘어떤’ 헌법인가를 중심으로 논의되는 한 ‘텍스트’로서의 헌법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지난 15일 프레스센터에서 창비와 함께하는 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87년 체제의 극복을 위하여-헌법과 사회구조의 비판적 성찰” 토론회는 시민사회단체 내의 ‘헌법개혁’ 논의가 본 궤도에 올라서려 함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번 토론회가 단순히 ‘헌법’에만 집중을 하는 토론회라기보다는 ‘87년 체제’(이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서는 조희연의 것으로 기억한다)의 부분으로서 헌법체제 혹은 헌정체계를 다루었다. 그럼에도 시민사회 내에서 개헌논의를 이토록 적극적인 의제로 다루었던 적은 없었기에 그 의미는 높다. 특히 창비와 공동으로 이런 주제의 토론회를 기획하고 있다는 것은 시민사회의‘주류’가 어느 정도 개헌에 대한 합의를 이루어내고 있다는 가시적인 징후로 읽을 소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전체 2부로 진행된 이번 토론회의 1부는 ‘헌법 논의의 지형을 확대하자’는 주제로 홍윤기, 정희진, 박명림이 각각

[문화빵] 도서관과 주5일제 시대

[문화빵] 도서관과 주5일제 시대

지난 7월 1일부터 드디어(?) 주40시간 근무제가 본격 시작되었다. 통상 주5일 근무제로 이해되어 일주일에 2일, 토요일과 일요일을 연거푸 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요즘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매주 2일의 휴일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이 되었다. 이같은 대대적인 사회적 변화는 사람들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실시되는 일주일 2일 휴일을 제대로 누릴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배려, 지원이 필요하다. 주5일이 되면 늘어난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많다. 도서관 부문에서도 일반적으로는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이 연초 조사한 바에 의하면 근로자들이 희망하는 여가활동은 여행, 레포츠, 자기개발 등의 순인 데 비해 실제 여가활동은 영화관람, TV시청, 독서, 음주 등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즉 비용이 수반되는 야외활동을 원하지만, 실제적으로는 큰 비용이 들지 않는 실내 또는 근린생활 공간에서의 활동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과 같은 생활권 문화시설에 대한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문화빵] 지방자치 10년, 남긴 것과 남은 것

[문화빵] 지방자치 10년, 남긴 것과 남은 것

지난 6월 23일 국가인권위 배움터에서는 지방자치 10주년을 맞아 경기시민사회포럼, 서울시민연대, 민주개혁을 위한 인천시민연대 주최로 ‘지방자치 10년 평가와 전망’ 토론회가 열렸다. 지방자치는 국가 권력의 제한 원리이자 민주주의 이념의 실천적 원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방자치 현실은 한국사회의 정치적, 문화적 선진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하나의 척도라 할 만하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10년, 성과와 남겨진 과제는 무엇인가. 이날 토론회에서 발표된 글을 발췌하여 싣는다. [편집자] 노무현 정부의 지방분권정책 평가 노무현 정부는 지방분권 로드맵(청사진)을 발표하고(2003년 7월) 이를 실행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방안을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한편, 이러한 정책노력을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로서 지방분권특별법을 제정하는 등(2004년 1월) 지방분권에 대한 적극적 의지를 명시적으로 천명하여 왔다. 이러한 정책의지는 일단 그 적극성에 있어서 과거의 정부에 비하여 상당히 전향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미 정부가 출범한지 2년여의 기간이 경과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욕적으로 제시하였던 분권정책과제가 실현되지 않음으로 인하여 과연 노무현 정부의 의욕적인 분권청사진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팽배해지고 있다. 특히 지방자치 10주년에 즈음하여 정부, 자치단체, 민간연구기관 등에서 지금까지의 지방자치 성과에 대한

[문화빵] 빈곤과 폭력에 맞서 브라질에서 한국까지

[문화빵] 빈곤과 폭력에 맞서 브라질에서 한국까지

세계여성행진은 1995년 북경 4차 유엔세계여성회의가 열리던 당시, 이를 계기로 결집한 여성들이 북경행동강령과 별도로 ‘빈곤’과 ‘여성에 대한 폭력’에 맞서 투쟁하는 국제적인 여성행진을 제안하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같은 해 캐나다 퀘벡에서 여성들이 빈곤 추방을 위해 경제정의와 관련한 9개의 요구사항을 갖고 ‘빵과 장미를 위한 행진’을 진행한 것이 그 기반이 되어 앞서 말한 북경에서 모인 여성들이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제안하게 되었다. 98년 ‘빈곤 제거’와 ‘여성에 대한 폭력 제거’를 주제로 채택하고 이에 관한 요구목록을 작성한 것을 바탕으로 지구를 횡단하는 세계 여성들의 릴레이 행진을 진행하였고, 여기에 결합했던 각 국의 여성운동들은 세계여성행진(World March of Women)이라는 세계적인 여성들의 네트워크를 결성하였다. 미주, 아시아, 중동, 유럽, 아프리카 등 각 지역에서 161개국, 혹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6000개 이상의 조직들이 함께 참여하여 세계여성행진을 구성하고 있다. 북경여성대회 10주년 올해는 세계여성행진이 결성되는데 단초를 제공했던 북경여성대회 10년이 된 해다. 여성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제거하고 여성의 지위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은 북경행동강령이 시행된 지 10년이 되었다. 그런데 전세계 여성들의 삶과 권리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성주류화’에 따른 정책이 제공하는

[문화빵] “권력은 삼성에게 넘어갔다”

[문화빵] “권력은 삼성에게 넘어갔다”

“현재 한국은 기업사회로 가는 징후를 보여주고 있고, 그 정점에 삼성이 있다.” 김동춘 교수(성공회대 사회과학부)는 6월 28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새언론포럼 주최로 열린 삼성 관련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또한, 한국사회 전 방면에 걸쳐 삼성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음에도 이에 대한 대항세력이 없다는 데 위기의식을 느낀다고 말했다. 엄청난 사회적 비용 치러야 할 것 ‘삼성, 그리고 대한민국 사회와 언론’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곽정수 대기업전문기자(한겨레)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삼성공화국’ 이란 말에 대해 “‘삼성이 추구하고 결정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무조건 우리사회에서 관철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도와 한국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았을 때 “강압적 무노조 경영, 세금없는 경영권 세습 등 소위 ‘삼성공화국’의 모순을 해결하지 않고는 대우 사태가 벌어진 때와 같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곽정수 기자의 발제가 끝난 후 토론자로 나선 이들은 한결같이 경제뿐 아니라 정치, 언론, 학문 등 사회 전 영역에 결쳐 삼성의 지배력이 공고해지고 있다는 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첫번째 토론자로 나선 김기원 교수(방송통신대학교 경제학과)는

[문화빵] 청계천 복원과 사라지는 것들

[문화빵] 청계천 복원과 사라지는 것들

지난 6월초 청계천의 출발지인 청계광장에서는 원활한 용수 공급을 점검하는 통수식이 열렸다. 현재 90%가 넘는 공정을 보이고 있는 청계천 복원 사업은 7월초 종합적인 통수시험 이후 교량공사, 반차도와 각종 경관조명시설 등의 설치를 거쳐 10월에 완공될 계획이다. 한편 복원사업 진행 중 문화재 파괴의 문재와 함께 청계천 일대가 문화유적으로 지정되면서 청계천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이들의 문제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청계천은 안녕하게 ‘복원’되고 있는가. ‘복원’ 혹은 ‘개발’ 사업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일하다 보면 내 몸에서 녹 냄새가 나는지 잘 몰라. 그런데 하루는 집에 가서 포옹 신고를 하는데 아내가 녹 냄새를 맡더군. 고마웠어. 내 존재를 알아주니 말이야…장기 계획? 확실한 건 없어. 청계천에 들어온 지 26년째인데 솔직히 다른 데로 옮긴다는 게 쉽나? 우리같은 금형이나 기계 산업은 옮기면 망하기 십상이야. 기계나 금형 같은 산업은 서로 맞물려서 돌아가거든. 주문 받아서 재료 구해서 만들고 납품하는 게 이 동네 안에서 완벽하게 돌아가거든. 서로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거지.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옮기라고 하면 인맥이나 일하는 네트워크가 와해될 수밖에

[문화빵] 여기, 희망을 말하다 : 김세균

[문화빵] 여기, 희망을 말하다 : 김세균

맑스주의자들의 축제, ‘맑스 코뮤날레’가 2회째를 맞았다. 여전히 맑스주의가 유효함을 확인하고 현실지형에 맞는 새로운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토론했던 이번 코뮤날레에는 200여 명의 학자가 참여, 40여개의 논문이 발표되었다. 현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남한의 사회주의 세력들은 현상에 대한 올바른 평가나 대안 모색보다는 혼란과 분열 속에서 제대로 된 토론도 하지 못하고 흩어졌다. 누가 감히 사회주의를 말할 수 있었겠는가. 그러한 답답함 속에서 ‘맑스 코뮤날레’는 맑스주의자에게 단비와도 같은 행사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유일의 맑스주의 학술제인 이 행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그리고 현재의 새로운 논쟁들이 지닌 의미에 대해 맑스 코뮤날레 집행위원장인 김세균 교수에게 들어보았다. – 이번이 두번째인데 1회와의 차이점은? 1회는 좌파 세력 10여년의 고민이 있었다. 그러한 고민들을 모아 맑스의 유효성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찾고자 했다. 2회는 그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맑스 이론의 현재성에 대해 더욱 고민하고자 했다. 전체 주제를 공유하고, 각 주관 단체들이 각자 발표하고 논쟁하는 형태였다. 고전적 맑스주의에 대한 고민과 새로운 형태의 맑스주의가 크게 논쟁되었다. 평소 그런 단체들이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학술제를 통해

[문화빵] 215억원짜리 예술작품

[문화빵] 215억원짜리 예술작품

1. 이야기의 배경은 대~충 이렇다. 여기 한 거대한 예술단체가 있다. 군사독재와 개발독재의 언저리에서 예술을 팔고 예술가들을 볼모로 권력과 금권을 축적해 온 거대한 예술단체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거대한 예술단체는 그 이름값만으로, 아니 권력의 속성만으로 정부로부터 매년 5억 8천만원이라는 거금을 “따박따박” 받아내고 있으며, 이도 모자라 모든 권력과 돈이 마주치는 곳에는 언제나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엉덩이부터 그 모습을 드러낸다. 아주 아주 오래 전 20세기에, 정부는 이 거대한 예술단체에게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이라는 이름의 선물을 주었다. 그 동안 온갖 권력의 비위를 맞추느라 고생한 노고를 거나하게 치하하며, 두 세기에 거쳐 무려 215억원의 현찰을 주었다. 일명 국고보조금! 물론 이 돈은 시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정부는 선물 사는 동안 푹 쉬라고 대학로의 제법 큰 건물(솔직히 목동보다는 많이 작다)을 기한도 없이 무상으로 사용하게 해주는 세심한 배려까지 잊지 않았다. 근데 이 거대한 예술단체의 거대한 선물에 문제가 생겼다. 선물 살 돈으로 놀러가고, 그게 알려질까 거짓말하고… 이 거대한 예술단체가 이상한 짓을 하는 동안 ‘목동 예술인회관 건립사업’이라는 이상한 선물은 더욱 이상하게 변형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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