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셀(Aricell) 화재 사건은 한국에서 이주 노동자가 가장 많이 희생된 산업재해였다. 사망자 23명 중 18명이 비(非)한국 국적의 이주 노동자였다. 단순한 목숨의 상실을 넘어, 아리셀 사고는 한국 산업의 숨겨진 진실을 드러냈다. 겉으로 보기에는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중소기업들에서 실제로 노동을 수행하는 것은 바로 산업 전체를 지탱하는 이주 노동자들이었다. 그들은 가장 무거운 대가와 위험을 감당하지만, 산업의 최말단에 오랫동안 숨어 있었다. 한국이라는 이 거대한 산업 국가의 몸속에서, 이주 노동자들은 오랫동안 희생되어 온 "관절"이었다.
산재 신청을 하면서 그동안 제가 알지 못했던 그리고 잠시나마 같이 일했던 작업자들이 직업병으로 투병하고 사망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얼굴은 모르지만 같은 라인 다른 조에서 근무했다가 직업병으로 사망하신 분들의 이름을 봤을 때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너무나 많은 그리고 연속적인 직업병 사망과 투병의 피해가 있었습니다. 이것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것 같아 너무 겁이 납니다.
지금도 삼성 기흥캠퍼스 여성 노동자들은 5kg가량 런 박스를 들고 나르는 작업을 셀 수 없이 합니다. 그로 인해 손 마디는 굽어 휘어가고 퇴행성 관절염, 류마티스 관절염, 허리디스크, 손목터널증후군, 하지정맥류 등 많은 질환에 당연하게 노출되었습니다.
강남역 10번 출구, 다시 그곳에서, 여성들의 목소리가 어둠을 밝혔다. 작은 광장에 모인 여성 노동자들은 "윤석열과 이재용은 하나"라면서,"구조적 성차별을 철폐"하고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실현하자고 외치며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으로 행진했다. 퇴근길 시민들도 행진하는 이들에게 박수와 손인사를 건네며 응원을 보냈다.
“길고 긴 터널을 마침내 나왔습니다. 산재 노동자 여러분 끝까지 싸우십시오. 진심을 담아 응원합니다.” LED를 만들다 서른 셋의 나이에 파킨슨병에 걸린 노동자가 신청 7년 만에 산재 확정 판결을 받고 소감을 전했다. 대법원은 지난달 28일, LED 제조업무와 파킨슨병의 업무상 상관인과관계를 부정하는 근로복지공단의 상고를 기각하고 산재를 인정한 원심을 확정했다.
두 해 전에 고 김용균 노동자에 대한 기사를 봤다. 기사 밑에 유가족을 비판하는 댓글이 화장실 줄눈에 핀 곰팡이처럼 올라왔다.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등을 혐오하는 댓글이 넘쳐나는 시대에, 합리성의 외피를 쓴 댓글이었다. 그래서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사람들의 댓글이 궁금했다. 노동자가 죽었다는 다른 기사를 찾았고, 댓글을 읽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사망 시 3년 이상의 징역, 5천만 원 이상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법인 처벌에서도 1억 원 이상, 2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아울러 감독 또는 인허가 권한이 있는 기관의 장, 고위 공무원도 처벌받게 하고, 영업 허가 취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포함했다.
5년 넘게 이어진 노동조합 탄압으로 극심한 우울증을 앓았고, 결국 자살을 선택했던 한광호 조합원(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이 산재를 인정받았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216일 만이다.
노동자의 부상, 질병, 불편함과 불건강은 자본 입장에서는 ‘부수적 피해’인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조차 여야가 거래하듯이 처리하고 있는 모습은 그야말로 암담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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