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의 흐릿한 지배관계는 나에게 직접 피해를 입히거나 불쾌를 일으키는 ‘눈앞의 가해자’를 향해 분노를 터뜨리게 만든다. 보이지 않는 거대한 적대신 눈에 보이는 만만한 적, 내가 화를 내도 위험하지 않은 약자들이 표적이 된다. 그렇게 해서 자본주의 기계를 돌리는 이동 장치에 실려 날마다 촌각을 다투며 시간과의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이 누가 자신의 시간을 빼앗았는지 묻는 대신, 지하철의 연착과 출발 지연에 분노를 터뜨리는 것이다.
사회
채효정(정치학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해고강사)
2022.05.12 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