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성장에서 가진 정년퇴임식

삼미특수강 강성철·지유광씨 “계속 함께 싸우겠다”

지난 13일 국회앞 민주노총 농성장에서는 때아닌 정년퇴임식이 열리고 있었다.

이미 어둠이 내려 깔리고 ‘행사장’ 한켠에서는 모닥불이 활활 넘실댄다. ‘하객’으로는 대부분이 작업복 또는 쟁의복 차림을 한 50여명이 모여 있다. 좁고 길다란 테이블 위에는 촛불 세 자루가 꽂힌 시루떡 세 더미가 얹혀 있고, 가운데 더미에는 조그만 케이크 하나가 포개져 있다. 사회자가 행사시작을 알리자 하객들이 어깨를 겯고 ‘늙은 노동자의 노래’를 합창한다. 테이블 아래로 내려뜨린 글귀가 눈길을 끈다. ‘경축, 고용승계투쟁 속에 정년퇴임을 맞이하며. 강성철 동지, 지유광 동지’.

16일로 고용승계투쟁 3년(<노동과 세계> 83호)을 맞는 삼미특수강 노동자 세 명이 이날 정년퇴임식의 주인공. 셋 중 이만수씨는 산재로 허리를 다쳐 창원 집에서 요양하는 바람에 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다들 삼미특수강이 ‘말뚝 박을 때’인 70년대 중반 입사해 청춘을 바쳤다. 젊은 동료 한 사람이 나와 “아무도 우리 투쟁이 3년씩이나 갈 줄 몰랐다. 그러나 이 형님들이 앞에서 이끌어주셨기 때문에 그 오랜 투쟁은 가능했다”며 존경을 표했다.

“한편으론 기쁘지만 또 한편으론 마음이 아프다. 당뇨를 앓고 있는 아내를 창원에 두고 올라와 늘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이제 퇴임한다고 하지만 떠날 수 없다. 투쟁을 멈출 수도 없다. 목표를 이룰 때까지 끝까지 싸우겠다”. 조합원들이 주머니를 털어 마련한 금반지 선물을 받아든 강성철(57)씨의 답례인사다. 이번엔 지유광(57)씨 차례. “94세 된 노모를 부양하면서 3년 동안 힘들게 싸웠다. 그러나 젊은이들한테 많이 배웠다. 노동자가 정권을 잡아야 나라가 바로선다고 생각한다.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 박수가 쏟아졌다.

이날 저녁 퇴임식은 사실 세 번째로 치루는 행사였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방송국에서 취재를 나와 두 번씩이나 포즈를 취해줘야 했다. 민중가수 박준도 멀리서 달려와 ‘축가’를 불렀다. 금속산업연맹 문성현 위원장도 “고용승계를 쟁취한 뒤에 현장에서 정식으로 퇴임식을 치루자”며 “산별노조가 되면 퇴직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는데 세 분이 그 첫 번째 주인공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촛불을 끄고, 동료들은 여기저기서 폭죽을 터뜨렸다. 시루떡을 받아든 하객들의 얼굴에도 흐뭇한 웃음이 번져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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