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전임자 임금 지급 법개정

차라리 늦어지더라도 제대로 고쳐야

‘공익안’은 현행법을 말만 복잡하게 바꾼 내용

노사자율교섭 원칙·국제기준 지켜져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가 99년 막판의 주요쟁점으로 떠올라 있다.

현행법은 전임자임금을 주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해 사용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그 시행시기를 오는 2002년으로 유예해둔 상태다. 만약 이 조항이 그대로 시행되면 왠만한 노조는 사실상 문을 닫아야 되는 상황이다. 최근 노동계가 이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나선 배경에는 이같은 심각한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자본쪽 또한 이 문제에 집요하게 매달려 ‘법조항 사수’를 위한 행보를 계속해왔다.

이 논란은 자본쪽의 ‘정치활동선언’, 한국노총의 전경련 회장실과 국민회의 당사 점거농성 등의 우여곡절을 거친 끝에 이제는 노사정위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이른바 공익안으로 모아지고 있는 양상이다.

‘공익안’은 △사용자는 지급 의무가 없다 △대통령령이 정한 범위 안에서 노사합의로 전임자를 둘 수 있다 △이 문제로 쟁의를 할 수 없다 등으로 요약된다.

민주노총은 이에 대해 현행법과 별 차이가 없고, 말만 복잡하게 바꿔놓은 ‘조삼모사’식 개정안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노사자율교섭의 원칙과 국제기준을 거스르고, 노조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침해하며, 법체계에 모순을 일으키는 등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노사자율교섭을 통해 해결해오던 문제를 법으로 금지하자는데 전임자임금 지급을 법으로 금지한 나라는 세계에서 우리 밖에 없다. 때문에 국제노동기구도 지난 98년 3월 이 조항을 철폐할 것을 한국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이는 결국 노동기본권 침해를 부르게 되는 것이다.

공익안 내용 모두가 문제가 있지만 그 특히 이 문제를 가지고 쟁의행위를 못하도록 한 대목에 모순이 집중돼 있다는 분석이다. 전임자임금에 노조의 사활이 걸린 중소노조는 경우에 따라서는 이 문제로 쟁의가 불가피한데 불법쟁의가 돼 처벌받게 된다. 사실상 이 조항이 전임자 임금지급을 금지하는 셈이다. 결국 사용자를 처벌하도록 한 현행법과 하나도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법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법안인데다 당장 노동현장에 적용될 경우 심각한 노사분쟁을 일으키게 될 전망이다.

공익안은 사실 충분한 검토와 의견수렴도 없이 상황논리에 따라 노사양쪽의 요구를 조금씩 반영한 모양새를 취해 졸속으로 마련된 것이다. 누더기법안이란 오명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법체계에도 맞지 않는 게 당연하다. 때문에 민주노총은 공익안을 바탕으로 법개정이 졸속으로 이루어지는 걸 반대하고 있다.

아직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차라리 이번 정기국회를 넘기는 한이 있더라도 충분히 검토한 후 노조의 교섭권과 쟁의권을 침해하지 않고, 법체계의 모순을 해결하며, 국제기준에 맞춰 개정하는 게 낫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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