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일 특검, 검찰의 ‘밀사’였나

박 석 운 (노동정책연구소장/노동인권회관소장)

“강희복 주연, 진형구 조연”.

지난 7월의 서울지검 수사결과는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의 1인극(단동범행)으로 결론지은 바 있다. 이에 비해 조폐공사 파업유도 공작사건의 수사를 맡은 강원일특별검사는, 오는 12월17일의 수사결과 발표를 봐야 최종확인되겠지만, 강희복 당시 조폐공사 사장이 공작의 주연(주범)이고 진형구 당시 대검공안부장은 조연(종범)으로 “관여”한 “2인극”인것으로 결론지을 전망이다. 범인숫자라는 측면에서는 진전된 점도 있는 것 같지만 실제 진상규명의 측면에서는 거꾸로 가고 있다고 아니할 수 없다.

애당초 특별검사까지 임명하여 이 사건의 수사를 맡긴 이유가 바로 대검 공안부를 비롯한 공안검찰에 의한 조폐공사 파업유도공작의 진상을 밝히자는 것인데, 정작 수사를 책임진 강특검의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의지는 실종되어 있고 도리어 특검수사를 통해 진상을 축소,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되고 있다. 대전지검의 보고문서 등 검찰의 파업유도사실을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자료들을 입수하고도 강특검은 이런 증거자료를 사실상 묵살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가 일부 언론을 통해 97년9월17일의 보고문서가 폭로되어도 그 의미를 애써 부인하며 “일상적 보고문서로 특별한 혐의점을 찾기 힘들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힌 것만 봐도 벌써 종치고 막내렸다는 단정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검찰이 공사측에 대해 직장폐쇄를 철회토록 “권고”하고 구조조정안을 제시토록 “지도”하고, 또 노조가 주장을 번복토록 “유도”하였다는 또 다른 대전지검의 보고문서가 잇달아 폭로되어도, 처음에는 이 또한 무시하며 검사들을 사법처리하지 않으려 했다. 그러다가 도저히 그냥 삭힐 수는 없겠다는 판단이 들었는지 최근에는 보고문서를 작성한 대전지검 검사를 불구속 기소할 수도 있다며 언론에 흘리고 있다.

이른바 ‘파업유도 특검파동’을 보면서,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올바른 사람이 담당하지 않으면 별무효과라는 점을 실감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일이 이렇게까지 된 첫째 원인은 대한변협에서 검찰의 범죄를 수사하는 특검후보로 고위 검사(검사장)출신 변호사를 추천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한 점을 들 수 있다. 들리는 풍문으로는 당시 강원일변호사는 처음에는 고사하다가 나중에는 이왕이면 파업유도특검을 맡겠다고 자청하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법조계 일각에서는 민변출신이 회장인 대한변협 집행부가 검찰 쪽에서 조직의 사활을 걸고 입체적으로 펼친 고도의 심리전에 말려서, 검찰출신 강변호사를 파업유도특검으로, 또 민변소속의 판사출신 최변호사를 옷로비특검으로 추천한 것이 아닌가 하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즉 당시 법조계 주변에는 파업유도사건은 수사해 봐야 별게 없고, 옷로비사건은 수사해 보면 엄청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식의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는데 그 소문의 출처와 관련하여 의문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중요 배경은 검찰출입기자들이 검찰 특히 강특검에 지나친 “호감”과 “애정”을 표시하는 기사를 써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너무나 명배한 물증(보고문서 등)이 폭로되고 난 뒤에도 미적미적하면서 강특검을 두둔하는 듯한 보도태도를 계속 유지하고 있는 점은 상식적으로도 납득되지 않는 이상한 태도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검찰출입 기자쯤 되면 대개 상대하는 사람이 검찰 고위층인데, 이들과 일상적으로 어울리면서 검찰문화나 검찰논리에 너무 익숙해져 버려서 “건전한” 서민의 법감정과는 동떨어진 상태가 되어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필자는 옥천조폐창 폐쇄 진상조사단의 일원으로 진상조사를 하기도 하였고, 또한 국회에서의 국정조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하여 나름의 의견을 밝히기도 하였다. 그 당시 필자는 파업유도공작은 단지 공명심 강한 진부장의 개인적 돌출행동이 아니라 공안검찰이 조직적, 체계적, 일상적으로 파업유도공작 등 공안탄압을 일삼아 왔는데, 이번에 진형구부장이 폭탄주를 매개로 삼아 실수로 진상을 공개해 버린 것이고, 또한 조폐공사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고 나머지 전국 각지의 사업장에서 너무나 비슷한 공안탄압이 일상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고 결론짓기도 하였다. 실제 들리는 풍문으로는 대전지검에서 압수해 왔다가 강특검이 돌려준 문서속에는 다른 사업장과 관련된 공안탄압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얘기도 있는 실정이다.

강특검이 보여온 수사태도는 다른 특단의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진상은폐와 검찰비호로 귀결될 것이란 우려가 높다. 이미 목전에 닥친 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한시적으로 설치된 파업유도특검은 막을 내리게 되고, 이번에야 말로 공안탄압의 진상이 일부라도 규명될 것이라고 기대해 온 많은 노동자와 국민들은 강특검의 또 다른 배신행위에 분노하게 되는 기막힌 상황에 봉착될 것이다.

사실 일제시대의 특고경찰, 자유당 시절의 특무대, 박정희 독재시절의 중앙정보부, 5공시절의 안기부와 보안대의 맥을 이어 받아서 YS시절부터는 우리사회의 새로운 권력 핵심으로 떠오른 공안검찰의 비행과 월권을 파헤치는 과제를, 진형구의 “폭탄주”에만 의존해 온 우리 노동계나 진보운동진영의 무능과 불성실을 자성해 보기도 한다.

지금부터라도 노동계나 범진보진영이 모두 나서서 특검에 의한 진상의 축소, 은폐공작의 진상을 폭로해 내는 투쟁을 효과적으로 조직해 내고, 특검의 직무유기까지 파헤쳐 내는 “초특검”을 우리 손으로 세워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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