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목 : [사설] 인권법 발목잡는 법무부
국민회의가 인권법 제정을 연기하기로 했다고 한다. 인권위원회 의 위상을
놓고 인권단체와 법무부 사이의 의견 대립이 해결되지 않아 법을 제정하기 어
렵다는 것이다. 국가기구와 민간기구를 둘 러싼 인권위 위상 논쟁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지 답답한 노릇 이다. 유엔인권이사회가 단계적 폐지를 여러차례
권고해온 국가보 안법을 15대 국회에서 개정하기 힘들게 된 것도 마찬가지다.
인권 후진국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인간에 대한 존엄과 예의를 갖추어 새해
를 맞이하려는 국민적 희망을 저버리고 말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권위를 법무부 산하의 민간기구로 해야 한 다는 법무
부의 주장을 이해하기 어렵다. 인권은 헌법이 지향하는 근본 이념이자 목표로
서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 다른 기본권과는 그 의미와 차원이 다르다. 기본권
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기구가 이미 존재하고 있는 터에, 기본권의 본원인 인
권을 지키기 위해 인권위를 국가기구로 하자는 주장은 논리적으로도 너무나
당연하 다.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법무부의 존재도 헌법기관으로서 그러한 인
권을 신장하려는 데 있지 아니한가. 더구나 그동안 숱한 인권 침해가 법무부
산하 수사기관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볼 때, 법 무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
다. 옷로비나 파업유도 사건 수사에서 도 검찰이 사건을 줄이고 숨기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는 가. 인권 침해 문제에서도 검찰의 ‘제식구 봐주기’
관행이 되풀 이될 것이라는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인권단체들이
인권위의 독립성과 실효성을 강조하는 현실적 이유를 법무부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인권을 침해하는 악법이라고 국제적으로 비난받아 온 국가보안법 을 손도
대지 못한 채 이번 국회를 넘길 것이라는 보도도 안타까 운 일이다. 과거 분단
독재의 반인권적 법제인 이 법이 인권이나 평화통일을 지향하는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을 게 뻔하다. 엄청나 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국내외적 현실을
직시해 제대로 대처 해야 할 것이다.
좀더 거시적이고 근본적 차원에서 21세기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려 고 한다
면, 무엇보다도 시급한 개혁입법이 인권법의 제정과 국가 보안법의 개폐라고
본다. 이번 임시국회에서라도 이러한 개혁입법 을 통과시켰으면 한다. 민생과
개혁을 뒷전으로 미루고 정쟁으로 지샌 국회가 20세기의 마지막 회기에서 그
나마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지난 3월부터 3개월에 걸쳐 국가보안법 개폐
등 한국의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하는 ‘한국 켐페인’이 벌어진 낯뜨거운
일을 또다시 볼 수야 없지 않은가.
◐ 99년12월21일20시02분 한겨레 http://www.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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