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별노조 건설전략 토론회 중계>

산별노조, 당위론 넘어 실행단계로

조직원리-건설경로-조직구조 등 쟁점…이견 불구 전략 구체화 의미

민주노총이 산별노조 건설을 위한 준비작업에 팔을 걷어 붙였다.

민주노총은 지난 12월20일 숭실대 사회봉사관에서 정책토론회를 열어 산별노조 건설을 둘러싼 전략을 가다듬었다. 이는 그동안 산별노조와 관련해 눈에 보이는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민주노총이 ‘산별노조시대’를 향해 가시적이고, 본격적인 준비에 들어갔음을 뜻한다.

민주노총은 이번 토론회를 위해 지난 7월초부터 정책실과 조직쟁의실, 노동관련 3개 연구소가 연구팀을 꾸려 내부토론을 계속해왔다. 이날 토론회는 이 성과를 발표하고 검토하는 자리였던 셈이다. 그러나 이날 토론회에서는 조직내 토론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탓인지 발제자들 사이에도 상당한 견해차이를 드러냈다. 그럼에도 이날 토론회를 계기로 산별노조 건설이 당위론을 넘어 전략을 구체화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점은 성과로 꼽힌다. 다음은 이날의 주요 토론내용.

○ 조직원리

발제를 맡은 이은숙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연구실장은 “최근 자본의 신자유주의 공세에 맞서 싸우면서 노조운동이 조직적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필요성을 체감하면서 산별노조 건설운동이 추진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총연맹으로서 민주노조운동을 정치적으로 강화하고 산별노조 건설운동에 적극 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또 “투쟁을 통해 조직을 건설해야 하다는 대의는 이미 일반화돼 있다”고 전제한 뒤 “한국노총과 대별되는 민주노조운동의 전통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일부 금속산업연맹 정책1국장은 이에 대해 “산별노조 건설운동이 정세에 따라 크게 규정받는다는 시각은 산별노조의 필요성을 협소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경숙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은 “현시기 산별노조건설의 필요성과 건설운동방향을 더욱 명확히 할 것”을 요구했다. 백석근 건설산업연맹 정책위원장은 “산별노조 추진의 요체는 대중성과 현장성”이라며 “현장조직력의 확대강화문제를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산별노조 밑그림

이민영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산별노조의 밑그림과 관련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산별노조 유형은 독일식이나 프랑스식보다는 집중성과 민주성을 적절하게 결합하는 스웨덴식”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조직구조는 본부-지역본부-지부 3단계 구조를 택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산별노조 건설을 위해서는 조직형태전환부터 명실상부한 산별노조 건설에 이르기까지 단계적 접근이 유효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정일부 국장은 “발제자가 조직구조와 관련해 기업지부를 강조하면서 지역지부를 보완하는 형태를 주장했는데 이는 산별노조의 지향점과 맞지 않는 것”이라 지적하고 “산업별 교섭은 모든 노조운동의 지향점이 아니라 더 큰 계급적 단결과 투쟁을 위한 무기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최경숙 국장은 “명실상부한 산별노조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미조직노동자의 조직화에 힘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병홍 공공연맹 정책국장은 “산별노조가 기업별노조와 다른 것은 형식적 조직전환이 아니라 배타성에 대비되는 포괄성이라는 조직원리를 갖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건설전략

산별노조 건설전략을 발표한 허민영 영남노동연구소 연구실장은 “현재 18개 조직으로 구성된 민주노총은 2006년까지 금속, 화학섬유, 건설, 공공, 사무금융, 전교조, 언론, 상업관광 등 8개 대산별노조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조직화를 통한 투쟁이 이루어질 때 노동자대중의 조직력과 투쟁력이 확대강화된다”며 “1단계-준비기, 2단계-재편기, 3단계-정착기로 나누어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일부 국장은 “단계별 시기를 재조정하고 기간을 법제도적 환경변화에 맞추어 기간을 앞당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올해 정기국회 돌아보니

개혁입법 간데없고 정쟁만 나부껴

민생은 외면 오직 총선에만 몰두…식물·무능·도둑 비난 못 면해

이번 국회는 15대 마지막 정기국회로 각종 개혁입법과 국민을 위한 예산이 통과되길 많은 민중과 국민들은 기대했다. 특히 민주노총은 10대 개혁입법의 통과를 주된 요구로 내걸고 국회앞 농성을 벌이면서 강력한 투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이번 국회는 민중의 개혁입법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끌나는 날까지 여·야 보수 정당간 파쟁을 벌이는 것으로 일관하고 말았다.

시작하자마자 옷로비, 대검 파업유도 특별검사제 채택 여부를 놓고 난리를 치더니, 뒤이어 과거 안기부 기조실장 출신인 정형근 의원의 언론통제문건 폭로와 여당의 ‘정형근 죽이기’ 사이에 격돌이 벌어졌다. 마지막에는 김대중 대선자금 문제와 공안기관의 정형근 의원 미행 문제가 불거져나오는 등 오로지 내년 총선을 의식한 보수정당간의 정쟁으로 국민들에게 격분과 증오감을 심어준 것이다.

그러면 민주노총과 민중운동진영이 소리 높이 외쳤던 10대 개혁입법은 어찌되었을까?

10대 개혁입법 중 본회의를 통과한 것은 통합의료보험법과 교육관계법 중 지방교육자치법뿐이다. 그나마도 의료보험법은 통합 실행을 담보할 장치가 미흡하고, 교육관계법은 농어촌교육특별법과 유아교육법 제정 요구 등은 거론조차 되지 않은 실정이다. 상임위를 통과한 것은 의문사진상규명과 민주화운동명예회복보상법, 통합방송법인데 이들 법률은 각종 제한조치를 두어 개혁성에 의문을 남기고 있다. 그마저 20일부터 열린 임시국회가 여야정쟁으로 본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바람에 올해안 통과가 불투명한 실정이다.

통과되지 못한 개혁법안은 어떻게 되었을까?

민주노총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나아가 다수 국민이 촉구해온 국가보안법 폐지는 국민회의가 일부 악법조항만 부분 개정하기로 입장을 정했을 뿐이다. 그나마 자민련의 눈치를 보면서 아직 정식 상정조차 되지 않아 올해안 처리는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다.

98년 6월5일 노정 합의사항인 2000년 주40시간 노동제 도입은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해오라”며 아예 정부안조차 내놓지 않고 상임위 상정조차 되지 않은 실정이다. 전임자임금에 대해서는 양노총이 모두 거부한 절충식 공익안을 28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내년 임시국회로 넘길 예정이다.

인권법은 인권위 위상을 정부 산하법인으로 낮춘 정부안조차 통과를 포기한 실정이며, 부패방지법 역시 이번 옷로비특검에서 보았듯이 전면적 특검제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등 핵심조항이 빠진 국민회의 안조차 아직 상임위에 계류중인 실정이고, 실업예산은 깎인 예산을 더욱 축소해 실업자들에게 큰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 정치개혁법은 진보세력의 정치적 진출을 가로막기 위해 소선거구제-광역비례대표제로 여야간에 거의 합의가 이루어져가고 있다.

결국 정부와 여·야 정당은 철두철미하게 보수기득권세력의 이해에 기초해 개혁입법을 후퇴시키고 있으며, 그나마도 주요 입법은 아예 상임위조차 통과시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기국회가 마감된 지금, 우리는 이번 국회를 개혁입법을 철저히 외면한 식물국회, 여·야간의 정쟁만 일삼은 무능국회, 국민의 혈세만 축낸 도둑국회로 규정할 수밖에 없다. 이는 정형근 의원을 방어하기 위해 방탄국회로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임시국회에서도 정쟁이 시작돼 이틀째 본회의를 개원하지 못하고 그나마 상임위에서 합의한 56개 입법안도 통과되지 않는데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우리 노동자와 민중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한다는 각오로 내년 총선에서 이들을 심판하고 전면총파업으로 우리의 요구를 관철하는 것 뿐이다.

김태현/민주노총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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