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기능-작업장 감시체계>
당신을 훔쳐보는 건 ‘자본’이다
폐쇄회로TV는 이미 고전…온갖 첨단장치 속속 등장
최근 들어 가까운 생활 주변에서도 정보화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다. 밀레니엄 버그 때문에 연말연시에 은행이 쉰다 하고, 전자상거래가 늘고 있으며, 소위 벤처기업이라는 정보통신관련 기업의 주가 상승이 호들갑스럽게 보도되고 있다. 그러나 정보화와 노동자는 정말로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우리는 지금까지 노동자의 관점으로 정보화에 개입해 본 바가 없다. 그래서 정보화는 우리의 손이 닿지 않는 영역으로, 자본과 기업의 입맛에 맞는 형태로 진행이 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작업장 감시 문제이다. 신문에는 업무시간에 포르노사이트를 봤다는 이유로 해고되는 노동자들 얘기가 심심찮게 등장하고 있으며, 시내버스에 달려 있는 폐쇄회로카메라(CCTV)는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흔히 이 문제는 미풍양속에 어긋나는 행위를 한 일개 노동자의 문제, 혹은 ‘삥땅하지 않는 운전사의 양심’에 대한 문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기술발전으로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일이 ‘원클릭’으로 이루어진다. 뿐만 아니라 이를 검색하고 조작하는 일도 수월해졌다. 그러나 감시당하는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자신을 찍은 폐쇄회로 테이프에 접근할 수 없다. 회사재산 혹은 기밀로 다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 감시되는지 조차도 노동자들은 모른다. 감시는 점점 더 그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폐쇄회로카메라 뿐 아니라 아이씨카드, RF카드, 액티브 뱃지, 키보드조작횟수감지기, 사이트통제와 같은 각종 첨단 컴퓨터 기술이 노동자의 감시를 위한 목적으로 개발되고 도입되고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유전자 검사로 현재 가지고 있는 병 뿐 아니라 앞으로 가능성이 있는 병까지 다 파악한 후에 고용을 결정하는 회사들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작업장감시는 기분이 나쁜 문제 이상의 것이다. 전자감시는 전자화되고 통합되는 생산방식의 변화와 맞물려 있다. 과거 사람에 의한 노동자 감시·통제가 ‘자율규제’라는 이름으로 전환되면서 중간관리자 수가 줄었지만, 그 뒤에는 사람보다 막강한 기계가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시의 시선은 이제 마음 속으로 내면화되고, 더욱 무서운 결과를 낳는다. 한치의 여유도 없다. 화장실 갈 때에도, 락커룸에서도, 동료들과 이야기할 때에도, 항상 감시자의 시선을 의식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국제노동기구에 따르면 기계에 의한 감시가 늘어나면서 노동조합의 활동이 위축되었다는 사례가 보고되었다.
무엇보다 정보화와 정보통신기술 도입의 문제는 바로 우리의 목줄, 고용과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문제이다. 기계가 숙련 노동자의 지위를 위협한다는 오래된 명제는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문제에 대한 결정을 우리는 왜 남에게만 맡겨두는가?
이런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길은 한가지 밖에 없다. 노동자들이 직접 나서야 한다. 정보화라는 것이 이런 것이라면 마땅히 거부할 수도 있어야 한다. 오래된 사례이지만, 캐나다의 경우 노동자들이 정부의 초고속정보통신망 구축 사업에 관여하면서, 초고속정보통신망과 실업, 고용과의 관계를 연구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런 대응도 필요하다. 특히 감시 기술에 대해서는 노동자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통제해야 할 것이다. 감시 기술에 관한 한, 영화에 나오는 암울한 미래 사회는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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