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노조위원장의 인터넷 도전기
일주일 만에 ‘생초보’ 탈출
“‘뒷짐지지 않은 위원장’ 스스로 기쁘다”
지난 83년부터 노조활동을 시작하며 컴퓨터는 그저 막연히 좋은 것이라는 생각만 있었을 뿐 배울 엄두도 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인터넷을 통해 민주노총이나 금속산업연맹의 소식을 접하면 정보수집부터 남보다 빠르다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음에도 ‘막연히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 12월12일부터 1주일간 민주노총 마창지구협이 노조간부들을 대상으로 18명에 한해 인터넷교육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인터넷에 들어가기, 메일 주고받기, 정보검색, 자료올리기 등 아주 기초적인 내용이었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는 생각이 들어 김기일 조사통계부장과 함께 신청해 매일 저녁 7시면 어김없이 교육장으로 향했다. 사실 마땅한 교육장을 구할 수 없어 마창지구협은 시내 게임방의 일부를 빌렸다. 10∼20대나 드나드는 것으로 알고 있던 게임방에 아버지나 삼촌뻘 되는 노동자들이 인터넷을 배우려고 모였던 걸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난다.
18명의 ‘학생’들은 대부분 노조 사무국장과 조사통계부장들이었다. 노조위원장 가운데는 내가 유일하지 싶었다. 그 중에는 상당한 수준에 이른 ‘도사급’도 있었으나 나는 ‘생초보’였다. 도대체 한글자판도 익숙하지 않아 ‘독수리타법’을 구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모르는 것이 생길 때마다 강사를 불러 꼬치꼬치 캐물었다. 교육생들 모두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했다.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는 지레짐작과는 달리 배우는 과정에서 큰 어려움은 느끼지 못했다. 1주일이 인터넷같이 빠르게 휙 지나갔다.
교육과정을 마친 뒤 이제는 노조위원장 사무실에서 매일 컴퓨터를 켜 기아계열사노조 소식과 금속산업연맹, 민주노총 소식을 접하고 필요한 자료는 다운도 받는다. 노조위원장이랍시고 뒷짐진 채 집행간부들에게 ‘이거 좀 알아보라’ ‘저거 좀 알아보라’며 명령만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이 스스로 기쁘다.
사실 민주노총 기관지 <노동과 세계>에 자랑하느라 글을 싣게 되는 것 같아 여러번 망설였으나 내 원고를 읽고 전국의 많은 노조위원장 및 간부들이 인터넷을 배우는데 자극제가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 아울러 인터넷 교육도 민주노총과 금속산업연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확대해 민주노총 소속 모든 간부들이 인터넷으로 조합원들을 만나고 상급단체와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조합원들이 민주노총에서 토론하고 있는 내용을 알고 있을 때 노조위원장들이 개인의 의견을 조직의 의견인 것처럼 공식회의 석상에서 얘기한다거나 책임지지 못할 주장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며 이것은 조합민주주의의 진전이라고 확신해마지 않는다.
강연택/기아중공업노조 위원장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