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영상① ‘밀레니엄 노동자TV’가 보인다
김명준/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1999년 12월31일, 뉴밀레니엄이다 뭐다 해서 TV에서는 난리가 났다. 방송가의 스타들은 겹치기 출연에 정신이 나가 있고, CNN은 서울과 평양을 포함해서 지구촌 곳곳의 새천년맞이를 중계한다. 그러나 당연히 민주노총의 새천년맞이 문화제는 그 구석에도 끼지 못했다.
노동자의 힘이 많이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TV속의 세상을 들여다보면 그저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현대사회에서 대중매체는 그 자체로 거대 독점자본이거나 아니면 허울좋은 공영성의 탈을 쓴 자본의 앵무새이게 마련이니까. 게다가 더욱 심각한 것은 주류 미디어의 융단폭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우리의 패배주의다. 그렇다면 돌파구는 있는가.
한달전 WTO의 뉴라운드 회의가 열리던 미국 시애틀에서는 작은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다. ‘독립 미디어센터’라는 이름 아래 모인 수백명의 활동가들은 주류언론에 대항해 민중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신문을 만들고, 인터넷방송을 내보내고, 위성방송을 통해 진보진영의 TV뉴스를 미국전역에 쏘아보냈다. 단 한 명의 한국기자도 참석하지 않은 한국 대표단의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유일한 비디오 카메라는 바로 이 센터에서 보낸 것이었다.
이렇듯 새로운 천년을 해방세상으로 만들기 위한 민중의 투쟁은 영상 미디어의 영역에서, 이미지를 둘러싼 투쟁에서도 벌써 시작된 지 오래다. 지구촌 곳곳의 노동자 민중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카메라를 들고 삶의 현장을 담아내고 있으며, 시애틀의 경험은 수많은 시도중 한 가지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발전된 영상기술과 진보적 노동운동이 접목될 가능성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은 한국의 노동운동에게, ‘밀레니엄 노동자TV’는 한번쯤 떠올려보는 즐거운 상상이 아니라 우리가 쟁취해야 할 가까운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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