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현장/ 1 재능교육교사노조의 희망 만들기

‘근로계약’을 향한 ‘타격’을 멈출 수 없다

위탁계약직 노조 1호, 발기인 9명에서 한달새 3천5백명으로

파업 상처 딛고 재정비 분주…무너진 교실 세우는 게 급선무

길을 가다 재능교육교사노조(위원장 김수복) 조합원을 만나면 물어보라. ‘타격 나간다’는 말이 무슨 뜻이냐고. 11월29일부터 파업에 한번이라도 참가한 조합원들이라면 이를 모를 리 없다. 재능교육교사노조 조합원이라면 전국 3백79개 지국에 흩어져 있는 재능교사들을 방문해 노조를 홍보하고 가입을 독려하는 한편 노조를 왜곡선전하고 있는 회사쪽 관리자에게 경고하는 일을 한번쯤은 해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이를 일컬어 ‘타격’이라고 한다. 김수복(32) 위원장은 “노조설립과 파업을 통해 비정규직 제도를 부분적이나마 개선시켜냈고 무엇보다 교사들이 한 피를 나눈 형제자매와 같다는 사실을 느낀 것이 가장 소중한 점”이라고 지난 투쟁과정을 되짚었다.

노조는 지난해 12월31일, 파업 32일만에 △휴회 및 1백50만원 예치금 폐지 △회원감소로 인한 손실분담을 노사 절반씩으로 한다는 등 노사합의를 이끌어냈다. 현재까지 노조는 회사쪽에 노사합의 이행을 촉구하며 후속협상을 계속하고 있었다.

1월10일 김수복 위원장을 비롯한 11명의 상집간부들이 임시노조사무실로 쓰고 있는 민주노총 서울본부(본부장 이수희) 사무실에 모였다. 정기 상집간부회의가 있는 날이다. 안성민(31) 조직국장은 “회사쪽과 합의한 위탁계약서 관련사항은 위탁계약서 자체를 폐지하지는 못했지만 노조활동의 교두보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허연경(28) 선전부장은 회사쪽과 합의한 위탁계약서와 노조의 해설을 노동넷에 올리고 이메일주소로 전파할 계획을 세웠다. 물론 노조의 장기적인 목표는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이번 위탁계약서 개선은 미완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회의에서는 현업복귀 이후 조합원들의 의견수렴과 현안파악을 위해 지방순회일정도 잡았다. 강병렬 정책국장을 비롯한 3명의 간부가 지방순회에 나서기로 했고 위원장을 비롯한 3명이 수도권을 맡기로 했다. 노보 창간 안건에서는 월간과 격주간으로 의견이 나뉘어 논란을 벌였다. 일단 1월말에 창간호를 내고 격주간 노보를 발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상집간부회의는 비정규직 노조의 미래를 만들어나간다는 열기와 긴장이 감돌고 있었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재능교사들을 회사쪽의 방해공작을 뚫고 묶어세우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노조간부들은 일단 부산으로 ‘타격’을 나갔는데 재능스스로문화센타에 거점을 잡았다. 지국이나 지역국 회의실에서 노조설명회를 열고 조합원 가입을 독려했다. 홍인택(32) 조직부장은 “처음엔 교사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회사쪽은 교사들에게 ‘민주노총 사무실 지하에서 노조간부 50명이 비밀훈련을 받았다’는 둥 악선전을 퍼부어 놓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조합원 조직사업의 일등공신은 인터넷, 노동넷이었다. 정보통신이 노조의 실상과 주장을 제대로 알리고 뜻있는 교사들을 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던 것이다.

광주의 상황은 더욱 악화돼 있었다. 교사들은 거의 노조혐오에 가까운 반응을 보였는데, 이는 회사쪽이 12월1일부로 전원 재택근무를 실시하는가 하면 노조와 교사들의 접촉자체를 차단했던 것이다. 할 수 없이 ‘타격’을 나간 노조간부들은 길가는 아이에게 물어 교사의 연락처를 알아내는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한 사람씩 조합원으로 가입시켜 나갔다. 32일간의 파업에서 가장 힘들었던 문제는 역시 모자라는 돈이었다. 홍인택 조직부장은 “지방에 내려온 본조 상근자를 위해 조합원들은 매일 쌀 한줌씩과 김치를 가져왔고 도시락을 싸와 거둬 먹이는 등 동지는 하나라는 것을 진하게 느꼈다”고 토로했다.

현재 노조의 최대과제는 무너진 교실을 다시 세우는 것이다. 학부모, 교사, 지국 모두 파업으로 인해 깊은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학습지를 그만두는 ‘휴회’를 만회하고, 사직원을 쓰고 있는 교사들을 다잡는 일이다. 실제로 80만명의 회원중 약 20만명의 회원이 떨어져 나간 것으로 추산되고 있고, 전체 8천여명의 교사중 약 20~30%정도의 숫자가 사표를 내거나 낼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1월7일 9명의 발기인이 재능교육교사노조를 설립하자 11월12일 회사쪽은 김수복 위원장 등 조합원 9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회사쪽이 노조를 인정하지 않자 재능교육교사노조는 11월29일 △위탁계약서 폐지 △관리예치금 반환 및 폐지 △노조 인정 △재능교육노조 인정 및 협상 타결 △해고자 원직복직 등의 요구를 내걸고 전면파업에 돌입한 바 있다. 배옥형(34) 노조 협상팀장은 “회사쪽이 협상타결의지를 보인 것은 새천년을 파업으로 맞을 것이 확실해지고 조합원이 계속 늘고 있던 지난해 12월31일이 되어서였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재능교육교사노조에는 약 3천5백명의 교사들이 조합원으로 가입했다.

김수복 위원장은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는 창구를 고민하면서 교사분과위원회, 협의체 등이 제안됐지만 9명의 발기인들은 노조를 통해서 우리 문제를 해결해나가자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당시 상황을 상기했다. 시작할 때 빠르면 6개월, 헌법소원으로까지 간다면 2~3년의 세월이 필요하리라고 예상했지만 노동자의식은 예상보다 빠르게 확산돼 나갔다는 것이다. ‘어떻게 위원장을 맡게 됐냐’는 질문에 김수복 위원장은 “발기인 9명 모두가 위원장을 맡기 싫어했다. 나는 사무국장을 맡기로 했었는데 위원장으로 지명된 분이 고사해서 결국 위원장을 맡게 됐다”고 밝혔다 .

노조설립과 파업으로 재능교사들은 현실은 얼마나 변했을까. 정경숙(34) 3지부 1분회장에 따르면 회사쪽은 아직 노조의 눈치를 보고 있다. 파업이 끝난 뒤 회사쪽은 일단 출근제를 없애고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고 있다. 재능교육에 입사한 지 6년된 정분회장은 “노조설립 이전 교사들은 9시에 출근해 각종 회의와 잡무를 처리한 뒤 오후 1시반부터 학생들을 만나러 나가 저녁 9시반에서 10시까지 일했다”고 전했다. 지국장에 따라서는 교사에게 오전8시까지 출근하도록 지시하거나 토요일 거리에 가판대 홍보를 시키고, 학교 앞에서 전단지를 돌리도록 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것이다.

재능교사들은 정해진 수수료율에 따라 1과목당 회비를 회사와 나눠 갖는데 그것이 수입의 전부다. 신입교사의 경우 회비의 37%가 교사 몫이다. 신입교사의 경우 하루평균 12~13시간 일하고 한 달에 60만원 남짓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러한 상태에서 80%의 신입교사가 1년 안에 그만두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이다. 기본급은 물론 휴가제도 역시 전혀 없는 상황에서 파업이 아니더라도 사직자들이 한 지국마다 5명씩 대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학습지 교사의 현실은 다른 학습지도 마찬가지여서 학습지교사업종산별노조 얘기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은 올해 투쟁과정에서 다른 학습지교사의 반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고권(27) 3지부장은 “회사쪽은 여전히 노조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합의사항 이행의지가 없다는 것이 면담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회사쪽의 노조무시가 계속된다면 올해 단협에서 다시 한 번 노조의 힘을 보여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재철 leecc@kctu.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