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권희진(28) 재능교사노조 조합원

파업이 발굴해낸 인기 민중가수

“아이들한테 미안하지만 인간성 회복 느껴”

지난해 12월31일 ‘새천년맞이 민주노총 투쟁결의 문화제’에서 노래솜씨를 뽐냈던 권희진씨. 97년 입사한 뒤 4년째 ‘재능 스스로 학습지’ 관리를 하고 있는 그를 만나기 위해 재능교육 서초지국이 있는 양재역에 내렸다.

파업집회에 열성으로 참가하던 권희진씨가 ‘노조 공식가수’로 데뷔한 것은 우연한 기회였다. “파업초기 종묘집회에서 어떤 선생님이 ‘불나비’를 더듬더듬 부르고 있었는데 이를 듣고 있던 서초지국 선생님들이 갑자기 마이크를 뺏어와서 제게 안겼지요”. 얼떨결에 마이크를 받아든 권씨는 ‘불나비’를 시원스럽게 불렀고, 재능교사들의 열광적인 호응이 이어졌다. 이때부터 권씨는 재능교사노조 노래패로 활동함은 물론 민주노총의 다른 집회에도 초청되는 인기 있는 민중가수가 됐다. 집회장을 쫓아다니며 ‘불나비’, ‘바위처럼’, ‘누가 나에게 이 길을 가라 하지 않았네’ 등의 노래를 불렀다. “대학 1학년 때 ‘소리파도’라는 노래패 활동을 했었는데 민중가요를 접할 기회가 있었죠”

권씨는 파업 기간 중 잊혀지지 않는 일로 두 가지를 꼽았다. 먼저 12월7일 재능교육노조(위원장 엄태선)가 협상을 타결 짓고 파업을 마무리하자 교사들의 파업을 계속할 것인가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했던 때의 일이다. “구체적으로 따낸 것도 없는데 어떻게 현장에 복귀하느냐는 의견이 많았죠. 불합리한 제도 투성이지만 솔직히 절실함을 못 느꼈는데 당시 교사들의 열기에 많이 놀랐어요”. 다음으로 수서지국에 ‘타격’ 나갔을 때 일이다. 이 ‘타격’에는 재능본사 홍보비디오에까지 출연했던 9년 경력의 베테랑 교사가 함께 갔다. 그런데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 베테랑 교사가 수서지국 교사들앞에서 눈물만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말로 설득해야할 문제를 눈물만 보이고 있어 속상했지만 저렇게 쌓여왔으면서 왜 지금까지 참아왔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뒤부터 권씨는 ‘타격’이 있을 때마다 반드시 한두 마디씩 하게 됐다.

수학을 가르치는 그가 파업 내내 마음에 걸렸던 일을 토로했다. “학부모보다 애들한테 제일 미안했어요. 초등학생은 그래도 나은데 유치원 아이들은 학습지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자신이 관리하고 있는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일일이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냈단다. 복귀한 뒤에도 학부모들에게 ‘아이들에게 한 달간만 미안하다고 얘기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파업으로 정말 인간성이 회복되는 걸 느껴요. 이전에는 교사들 사이에도 서로 믿지 않는 분위기였는데 이젠 ‘고맙습니다’는 말이 절로 나와요”

“재능교육을 다닌 3년간보다 한 달 파업하면서 안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고 털어놓은 그는 이제 선생님답게 서기 위한 속앓이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전에 관리하던 1백30과목이 60과목으로 줄었고, 저녁8시 퇴근시간은 변함없지만 권희진 교사의 얼굴에 ‘민주직장의 희망’이 퍼져나가고 있었다. 이재철 leecc@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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