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기획 비정규직과 함께 가자

③ 공생·공존을 위한 정책과제

노동법 고쳐 ‘동등한 지위’ 명시해야

‘균등처우 원칙’도…노동3권 실질보장 절실

무엇보다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비정규직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늘 고용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기 어렵고 노동조건 보장과 개선을 요구하기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비정규직을 채용하고 있는 사업장에서는 이같은 약점을 악용해 대부분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법을 위반하고 있다. 법을 어겨도 조직적 반발이 없는데다, 비용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비정규직 노동자를 더욱 늘려가고 있는 동기로 작용하게 된다. 사용주로 보면 이윤의 극대화고, 비정규직으로서는 악순환인 셈이다.

비정규직에 대해서는 고무줄 같은 노동시간, 예고 없는 불법해고, 퇴직금 미지급, 각종 휴가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은 흔한 일이고 노동조합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국민연금법, 의료보험법, 산업안전보건법 등은 꿈도 못 꿀 지경이다. 한마디로 법의 사각지대인 셈이다.

더욱 큰 문제는 법과 제도가 비정규직을 아예 방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노동조건을 정규직과 같이 보호할 수 있는 방향에서 법·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특히 비정규직은 임시(계약)직, 시간(파트타임)제, 파견직 등 고용형태가 다양한만큼 각각의 유형에 따른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습지교사, 요구르트 판매원, 보험설계사 등 위탁계약직의 경우 법원이 이제껏 ‘근로자’의 지위를 부정함에 따라 정규직과 같은 보호는커녕 노동자로 인정조차 받지 못해왔다. 재능교육교사노조가 설립필증을 교부받음으로써(<노동과 세계> 85호) 위탁계약직에 대한 신분논란은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그러나 이 점을 노동관계법에 확실히 명시함으로써 위탁계약직 역시 노동자로서 법의 보호를 보장받도록 해야 한다.

비정규직, 그 가운데서도 임시(계약)직과 단시간노동자는 대개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하는 실정이다. 반면 정규직과 같은 임금이나 조건을 보장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근로기준법은 노동자를 성별,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고용형태가 다르고, 고용시간이 짧다는 이유로도 차별하지 못하도록 못박아야 한다.

이처럼 균등처우의 원칙이 선다면 비정규직도 임금, 퇴직금 및 각종 부가급여를 똑같이 지급받을 수 있고, 연월차휴가, 육아휴직, 병가 등 단체협약이나 관행에 따른 모든 휴가를 쓸 수 있게 된다. 특히 여성은 생리휴가, 출산휴가를 노동일수나 시간에 관계없이 정규직과 동등하게 누리고, 기업복지시설과 편의제도를 정규직과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비정규직은 대부분 열악한 근무환경, 드센 노동강도에 시달리면서도 교육훈련이 없고 작업몰입도가 떨어져 정규직보다 산재위험도가 높다. 따라서 정규직과 동등하거나 더 강화된 보호조치를 적용받아야 하며 재해를 당하면 규정에 따른 보상을 해야 한다.

또 하나는 취업규칙의 동등한 적용이다. 취업규칙에서 비정규직에 대한 규정을 두든지, 정규직과 똑같이 적용해야 한다. 또 단시간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는 반드시 서면 근로계약을 맺도록 해 비정규직 고용의 남용과 부당한 차별을 막아야 한다.

더 나아가 비정규직에 필요한 것은 노동3권의 보장이다. 사업장내 복수노조를 금지한 법체계에서 비정규직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은 휴지조각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별노조들이 대부분 규약이나 단체협약에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규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임금과 노동조건, 고용보장에서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 사업장내 복수노조가 허용되더라도 이들은 신분의 불안정성 때문에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행사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지금부터 비정규직 고용을 규제하고 보호조치를 강화해 노동3권 보장과 행사가 가능해질 수 있는 기반을 다져야 한다.

이밖에 단시간노동자의 시간외노동을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 사용자가 단시간노동자에게 시간외노동을 시키고자 할 경우 동의를 얻어야 하며, 거부한다해도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시간외노동을 할 경우 가산임금을 지급해야 함은 물론이다.

또한 현재 악용되고 있는 수습기간에 대한 규정을 보완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에는 수습기간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고, 단지 채용된 지 3개월 이내의 수습노동자를 해고예고의 예외대상으로 정하고 있을 뿐이다. 수습기간을 두는 것은 노동자의 적성, 업무 적응능력, 근로태도 등을 평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인데도 사용자들은 수습기간을 늘려 비용절감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악용을 막기 위해서는 수습기간에 대한 명문화된 조항을 근로기준법에 삽입해야 한다.

이와 함께 반복적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근로계약을 반복적으로 갱신하거나 재계약하는 것을 규제하고, 반복적으로 근로계약을 갱신한다면 정규직으로 전환토록 해야 한다. 파견노동자의 경우 역시 사용 목적과 대상업무를 엄격히 제한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

한편 노동조합 역시 단체협약을 맺을 때 비정규직도 노조가입 대상으로 하고, 단체협약 효력을 비정규직까지 확장토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로써 비정규직의 노조가입을 쉽게 하고 단협도 적용받을 수 있게 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조건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을 다시 정규직으로 묶어내는 것이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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