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영상3
김명준/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이젠 디지털이다
11월에 열린 제3회 국제노동영화제에서는 카메라를 든 노동자들의 작은 혁명이 시작되고 있었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직접 만든 비디오 여섯 편은 비록 많은 관객이 의식하지 못했지만 노동자영상운동의 극적인 변화를 상징하는 것이었다. 모두 개인용 컴퓨터로 편집을 끝마친 이 작품들을 통해 소문만 무성하던 디지털비디오(DV)가 노동자 영상동아리 활동에 드디어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것이다.
온갖 잡지와 TV에 등장한 특집기사들은 과장과 근거없는 낙관으로 가득찬 것이지만, 디지털 비디오의 잠재적인 파괴력만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전에는 수천만원을 들여야 가능했던 촬영이나 편집이 수백만원 아래로 가능해졌으며, 복사를 아무리해도 화질은 떨어지지 않고, 컴퓨터를 활용한 편집은 영상제작 교육을 능률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끔 만들고 있다. 1백여년에 이르는 영화 역사상 처음으로 진보진영이 적은 예산으로 고품질의 독자적인 영상매체 제작수단을 확보할 가능성이 열려진 것이다. 한 예로 전국의 노동조합들이 가지고 있는 PC의 성능을 조금만 높이면 모든 사무실은 노동자 방송국의 컴퓨터 편집실로 둔갑한다.
물론 이 디지털비디오 역시 이윤을 창출하고자 하는 자본운동의 산물이기는 마찬가지다. 자본의 입장에서 이 디지털비디오는 아날로그 홈 비디오에서 디지털로 넘어가는 과도기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새로운 상품일 뿐이니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러한 자본의 새로운 돌파구가 진보진영에게는 새로운 무기를 제공해주었다는 점이다. 비록 돈 없는 진보진영으로서는 여전히 부담스럽지만 디지털비디오는 이제 노동운동의 가시거리에 들어온 유력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그러니 이제는 디지털이다. 신자유주의의 공세와 함께 등장한 디지털 기술이 거품경제와 정리해고만을 낳는 추악한 괴물이 아니라, ‘해방세상’을 향한 무기가 되게 하자. 우리의 민주주의를 극대화하며 저들을 포위하고 압박하는 네트워크와 함께, 디지털 비디오를 노동자 계급의 투쟁을 위한 무기로서 쟁취해내자. 밀레니엄 노동자 TV의 첫 번째 무기, 우리의 기술적 수단은 디지털비디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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