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임금요구안 해설

왜 15.2%인가

민주노총이 정한 올해 임금인상요구율 15.2%는 IMF 경제위기 2년 동안 깎인 임금을 회복하자는데 무게가 실려 있다.

15.2%는 IMF 이후 사실상 삭감된 임금율(4.9%)에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7.2%)과 물가상승률(3.1%)을 더한 수치다. 지난 2년간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각각 3.6%, 8.4%에 이르렀으나 임금은 같은 기간 7.1% 오르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노동자들은 4.9%에 해당하는 상대적인 임금삭감을 감수해야 했다.

반면 경상이익은 98년 상반기에 -0.4%에서 99년 상반기에는 4.2% 흑자로 돌아서 95년 활황기와 비슷한 수익성을 회복했다. 이와관련 민주노총 주진우 정책2국장은 “경상이익률이 회복된 것은 그간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고 금리가 낮아진데다 IMF직후 크게 줄어든 인건비가 낮은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럼에도 구조조정과 정리해고, 임금삭감을 통해 큰 폭으로 떨어진 인건비는 제대로 회복되지 못했다. 수익성은 95년 수준으로 회복됐으나 95년 상반기에 12.9%였던 인건비 비중은 99년 상반기 9.6%로 98년에 이어 10%를 밑돈 것이다.

이 때문에 2000년 1월6일 물가를 기준으로 편성한 가구규모별 비목별 표준생계비에 비해 임금이 턱없이 모자란다. 민주노총 조합원 평균 부양가족수인 3.6인을 기준으로 했을 때 표준생계비가 2백56만5천2백5원인 반면 임금총액은 평균 1백78만2천1백20원이어서 78만3천85원이나 차이나 표준생계비의 69.5%에 그치고 있다.

부족한 생계비 전체를 만회하려면 큰 폭으로 임금을 올려야 하나 민주노총은 이제 막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표준생계비의 80% 수준을 확보하는 것으로 목표를 잡은 것이다. 다만 산업별, 임금수준별 편차를 고려해 ±2%의 범위율 요구를 병행키로 했다.

[표] 가구 규모별 비목별 표준생계비 (2000년 1월 6일 물가 기준, 단위: 원)

주 : 단신남자 – 미혼남자(28세) ; 단신여자 – 미혼여자(26세) ;

2인가구 – 가장(30세),주부(27세) ; 3인가구 ; 가장(32세),주부(29세),남자유아(3세) ;

4인가구 – 가장(36세),주부(33세),남자초등학생(7세),여자유치원생(5세)

유명무실 최저임금 이번에는 고쳐야

한편 최저임금제는 저임금 노동자에 대한 최소한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제도다. IMF 이후 상대적 임금감소에 따라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통계청의 조사에 따르면 소득구분에 따른 하위계층 20%는 지난 2년간 무려 17.9%나 소득이 줄어 최저임금제가 더욱 절실해졌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제는 지급액이 너무 낮고 적용대상이 매우 제한돼 있어 저소득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보호에 아무런 보탬이 안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민주노총은 올해 임금요구안에서 15.2% 인상 요구와 함께 최저임금제의 대폭 손질을 요구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을 정액급여의 50%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요구한 것은 최저임금제가 실효성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체평균의 절반도 못받는 저임금 노동자층을 일소할 것을 목표로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최저임금제의 혜택을 받는 노동자가 매우 적다는 사실이다. 시행초기 최저임금액은 전체노동자의 임금(정액급여) 평균의 40% 수준으로 10% 가량의 노동자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최근에는 전체노동자 임금 평균의 30% 수준에서 정해져 혜택받는 노동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지난 94년부터 98년 8월까지는 2% 가량의 노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으나, 98년 9월부터 99년 8월까지는 0.4%(2만2천9백80명), 99년 9월부터 2000년 8월까지는 1.1%(5만3천7백60명)만이 최저임금의 혜택을 입었다.

그 까닭은 적용대상을 근로기준법의 적용사업장으로 정했음에도 시행령을 통해 5인 미만 사업장은 빼놓고 있기 때문이다. 저임금에 시달려 최저임금제의 혜택이 절실한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정작 아무런 보탬이 안되는 것이다.

최저임금제의 취지를 벗어난 또 하나의 규정은 6개월 밑으로 재직했거나 18세 미만일 경우 최저임금의 90%만 적용토록 한 것이다. 최저임금보다 더 적은 ‘최최저임금’을 설정함으로써 제도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정경은 joungke@kctu.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