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주들의 선수회 탄압

악질자본 노조파괴수법 빼 닮아

“걔네들이 노조를 만들어서 도대체 뭐하겠다는 거야?”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산고 끝에 출범한 뒤 방송을 통해 흘러나온 한국야구위원회(KBO) 박용오 총재의 반응이다. KBO가 얼마나 권위적이며 전근대적인 집단인지 단적으로 드러낸 한마디다. 초등학생도 다 아는 ‘결사의 자유는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권리’라는 상식과 헌법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사실 KBO를 뜯어보면 그 이름과 달리 결코 프로야구 전체를 대표하는 조직이 아니다. 총재와 구단주만이 그 구성원이어서 실제로는 구단주들의 협의체인 셈이다. 프로야구를 움직이는 가장 큰 기둥인 선수가 운영에 참여할 길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는 얘기다.

선수회 설립 뒤부터 KBO와 각 구단은 모든 일정과 업무를 전폐하고 있다. 선수회를 노조로 규정하고 오로지 가입선수들을 쫓아다니며 탈퇴를 종용, 와해공작만 벌이고 있을 뿐이다. KBO는 이미 지난 22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선수회 출범을 주도한 양준혁(해태) 선수에 대해 “영구제명까지 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또 가입선수 모두를 자유계약선수(FA)로 풀되 8개 구단은 이들과 계약하지 않기로 결의해 사실상 선수생활을 틀어막았다.

KBO는 이어 24일 8개 구단 사장단 간담회를 열고 “불순한 의도를 가진 제3세력에 조종되는 선수회는 인정할 수 없다”고 다시 한번 못박은 뒤 “자발적으로 해체한다면 각 구단 대표선수들과 정례적인 대화채널을 만들어 선수들의 합당한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각 구단은 해외전지훈련을 서두르고 있다. 미가입자들을 선수회와 떼어놓기 위한 방책으로 일정을 앞당긴 것이다. 두산베어스 선수단이 24일 하와이로, 한화이글스가 26일 미국 애리조나로, LG가 28일 플로리다로 떠나겠다는 것이다. 롯데도 내달초로 예정된 전지훈련 일정을 앞당길 것을 검토하고 있다. 참가선수가 크게 줄어 반쪽짜리가 될망정 하루라도 빨리 한국땅에서 선수들을 빼돌려 추가가입자를 막겠다는 작태다.

이같은 KBO와 구단의 야만적인 테러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항의성명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난 21일 경실련에 이어 24일에는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이, 25일에는 참여연대가 구단주들의 대변기구로 전락한 KBO의 부당한 압력을 성토하며 “헌법이 보장한 ‘결사의 자유’에 따라 선수협의회 출범을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네티즌들도 인터넷에 Anti KBO 홈페이지(http://www.bears-fan.net/antikbo.htm)를 만들어 선수회지지와 사수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네티즌들로 구성된 선수협의회설립지지위원회는 28일 오후 PC통신 동호인과 야구팬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조직해 선수회 구성의 정당성을 알리고 시민들과 야구팬들의 호응을 끌어내기 위해 집회를 연다.

이들은 특히 직장인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유도하기 위해 28일 오후 5시30분부터 도곡동 KBO에서 강남역까지 행진을 벌인다. 아울러 강남역에서는 대국민 서명작업도 병행된다. 또 이번 집회를 기점으로 지방순회시위도 계획중이다. 프로야구 8개구단의 연고지인 인천 수원 부산 대전 대구 전주 광주 등지에서 시위를 벌여 현지 야구팬들과 PC통신 야구동호회, 그리고 시민단체 등 전국적 지지세력을 구축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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