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노사의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겨우 통과됐다. 서울지하철 노조는 25일 오후 지난 21일부터 실시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총 9,284명의 조합원 중 53.65%인 4,979명이 투표에 참가해 투표자의 85%인 4,271명의 찬성(전조합원 대비는 46% 찬성)으로 노사 잠정합의안이 통과됐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배일도 노조위원장은 지난해 12월 30일 공사쪽과 △도시철도공사와 같은 수준의 임금인상 △2001년까지 정원 1,621명 감축 등에 합의한 뒤 그것이 대의원 대회에서 부결되자 조합원 찬반투표를 강행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배일도 위원장은 가결 뒤에 “갈등과 대립 그리고 투쟁일변도의 노동운동을 청산하라는 조합원들의 준엄한 명령이다”고 주장하였다. 전체 조합원을 기준으로 보면 찬성률이 46%로 사실상 조합원 과반수의 동의도 얻지 못했음에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구조조정 저지와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는 ▲중앙 선관위원과 지역 선관위원 미선출 ▲잠정합의안 투표 시행 관련 규약 미비 ▲사측의 부당한 선거개입 ▲미자격자 투표 참여 등을 이유로 원천 무효를 선언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25일 발표한 ‘총 투표관련 비대위 입장’에서 “불법 부정투표에 관한 효력 여부는 추후 법적 절차를 통해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28일 노조를 상대로 총회결의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서울지법 동부지원에 냈다.

실지로 공사측은 21일부터 실시된 조합원 투표에서 매일매일 확인된 투표자 명단을 가지고 다음날 조합원들을 상대로 투표할 것을 종용하였고, 25일에는 차량을 대기시키고 조합원을 태워 투표하게끔 하는 노골적인 개입을 하기도 했다.

이번 서울지하철 노조의 잠정합의안이 통과되자 언론에서는 서울지하철 노조의 무쟁의 실험이 첫 고비를 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심지어는 서울지하철 노조의 배일도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실리주의 노사협력적 노선의 제3노총이 준비되고 있다는 기사도 실리고 있다.

한편 서울지하철 공사는 구조조정에 대한 세부계획안을 마련하며 배일도 집행부와 교섭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등 이번 서울지하철 노조의 잠정합의안이 통과되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잠정합의안을 둘러싼 이번 과정에서 비대위는 구조조정 저지를 위하여 투표거부 등의 활동을 전개했지만 조합원의 동력을 불러 일으켜 세우지 못했다. 또 잠정합의안이 통과된 이후에도 민주노조 활동의 기본인 조합원 대중의 힘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사법적 판결에 의존하여 대응할 수 밖에 없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지하철의 민주노조운동은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되었으며, 그동안 활동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근본적인 혁신을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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