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리한 전자상거래, 시·공을 초월한 멀티 커뮤니케이션, 신속한 정보수집과 지식경영. 이들은 정보사회의 매우 매력적인 일상의 모습이다. 그러나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지 못하는 정보사회는 위험하다. 우리사회도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에 위험하다. 누구든지 어디서나 인터넷 컴퓨터, 폐쇄회로 텔레비전, 전자센서 등 디지털 환경에 의한 정보검색·수집, 도청 등에 노출돼 있다. 생활의 편리함과 삶의 위험성이 함께 성장하고 있다.

이른바 전자감시사회라고 할 수 있는 정보사회에서 프라이버시 문제는 산업사회의 계급갈등에 맞먹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다. 이러한 논리는 정보사회가 출현하는 동기에 의해 설명될 수 있다. 즉, 정보사회는 더 효율적인 노동통제의 모색과 그 자체 수익이 되는 개인정보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정보사회는 급변하는 트렌드에 대한 국가적 대응, 관음적 대중문화, 무엇보다 익명의 대상에 대한 신뢰확인의 필요성의 기반 위에서 형성돼왔다고도 볼 수 있다. 정보사회는 본질적으로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수천개의 음란물을 자신의 컴퓨터에 담아두었다 발견돼 사임요구를 받은 하버드 신학대 학장의 경우처럼, 그리고 영화 <네트>의 산드라 블록처럼, 개인정보 프라이버시는 사회적·실존적 인간의 정체성 자체를 위협한다.

그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프라이버시는 인권의 중요한 차원으로 간주되고 있다. 정보사회가 진실로 매력적인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프라이버시 문제의 중요성을 제대로 점검하고 대응하는 일이 요구된다.

우선 프라이버시 침해를 예방하고 피해자를 구제하는 법·제도를 완비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공공기관에서 보유한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법은 구비돼 있으나 예외조항 탓에 문제가 많다. 더구나 민간영역에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는 법이 없다. 소비자기록, 비디오기록, 의료기록, 인터넷기록, 신용기록 등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을 제정하면서 정보화하는 선진국과 대조적이다.

프라이버시를 우리가 지향하는 이상적 세상을 향한 적극적인 권리로 여기는 정보문화를 정립해야 한다. 이를테면 프라이버시를 시민정보권으로 자리매김해 이런 권리를 지적재산권, 정보접근권 등과 같이 시민권리로서 정당하게 보장받을 수 있는 문화를 확산해야 하는 것이다.

고영삼/ 부산발전위원회 전문위원(정보사회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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