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기획 ‘비정규직과 함께 가자’

마지막-‘지역노조연대회의’를 찾아서

“발로 뛰는 비정규직 조직화 주체”

적극 활용·지원해야…역시 사람·돈이 문제

지역노조연대회의(의장 김정호 서울지역의류제조업노조 위원장)는 지역노조들이 모여 몇 차례 준비모임을 꾸려오다 비정규직과 미조직노동자 조직화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사업이라는 데 뜻을 같이하고 지난 10월9일 결성한 조직이다.

지역노조연대회의에는 현재 서울지역의 의류제조업노조(서의노), 인쇄노조, 제화노조, 사무전문서비스노조, 건설일용노조와 서울경기지역설계노조, 전국애니메이션노조, 서울지역여성노조, 전국여성노조 서울지부, 성남지역제화노조 등이 참가하고 있으며, 서울남부지역금속노조, 북부사랑노동자회, 전국비정규직노동자모임 등이 참관하고 있다. 참가노조들의 조합원수는 3천5백여명이지만 가입대상은 3백만명에 이른다. 나아가 연대회의는 전국지역노조연석회의 구성까지 내다보고 있다.

지역노조들은 지난 1995년과 98년 근로기준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고용보험법 등의 확대적용을 위해 대책위원회 형태로 모여 한시적 투쟁을 벌인 결과 부분적 성과를 일궈내기도 했다. 그러나 특정현안을 위한 연대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실제로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를 조직해야 한다는 공동의 요구에 따라 ‘연대회의’라는 조직적 틀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민주노총과 산별 연맹에서도 저마다 비정규·미조직 노동자 조직사업에 힘쓰고 있지만, 그 경험이나 인적·물적 역량이 지역노조에 안정적으로 지원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도 ‘우리끼리 단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하도록 만든 게 사실이다.

연대회의가 아직 튼실한 조직이 아닌 것은 사실이다. 서의노 위원장이 의장을 맡아 혼자 상근하고, 실무자 한 명이 1주일에 사흘 출근해 일을 돕고 있는 형편이다. 역시 조직사업은 돈과 사람의 문제였다. 그러나 연대회의는 여기서 주저앉지 않고, 각 지역노조의 담당자모임을 활성화해 집행국으로 대체함으로써 집행력을 갖춰나갈 계획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는 각오로, 비정규직과 미조직노동자 조직에 ‘사활을 걸고’ 나선 셈이다.

그런 만큼 연대회의는 지난 10여년의 지역노조 역사를 평가하며 ‘추상’이 아닌 ‘실질적인’ 조직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밀집지역에서는 거의 손을 놓고 있는 근로감독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총선 시기에는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근로감독관들을 대대적으로 고발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는 비정규·미조직 노동자들이 지역노조를 ‘우리 조직’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물론 비정규직이나 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계속 개악돼온 근로기준법, 임금채권보장법, 고용안정특별법 개정 등 법·제도 개선투쟁도 병행키로 했다.

또 연대회의가 주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조사·정책사업이다. 이를 계기로 지자체나 노동부를 활용해 직업훈련과 취업알선센터, 고용보험사무조합 등을 운영하는 한편 공동삼담활동을 벌이며 그 성과를 조직화로 연결한다는 것이다.

한편 연대회의라는 틀은 조합비를 걷는데도 도움이 됐다. 지역노조의 경우 조합비를 걷으려면 각 조합원이 있는 사업장을 일일이 찾아야 한다. 그런데 연대회의로 묶이면서 조합원이 일정규모를 갖추게 돼 CMS 자동이체를 통한 징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연대회의는 그밖에도 다른 노조는 어떻게 조직하는가에 대해 고민을 나누기 위한 토론회를 수시로 열기로 했으며, 비정규·미조직노동자대회를 여는 것도 고민중이다.

실제 조합원에게 다가가는 사업도 한다. 2월부터는 경희대 한의학과 학생들의 도움으로 한 달에 30명씩 무료한방진료를 벌이기로 한 것이다. 이 역시 조직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물론 연대회의의 사업에는 어려움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우선 지역노조들 모두가 ‘조직화’ 문제를 두고 고민이 많지만 가입한 연맹이 다 달라 연대회의로의 결속력이나 집행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또 기업별노조와 달리 사업주집단이 형성돼있지 않다는 점도 어려움으로 작용한다. 실제 교섭과 투쟁의 대상인 사업주집단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실질적 조직화보다는 법·제도 개선이나 상담 등 추상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절박한 것은 역시 할 일은 많은데 돈과 사람이 없다는 점이다.

그 점에서 이번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미조직특별위원회(위원장 유덕상 부위원장)를 구성해 조직적 힘을 싣고 조직화기금 5억원을 모으기로 결의했기 때문이다. 김정호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대기업과 정규직 중심의 사업으로는 조직율 하락을 면키 어려운 만큼 연대회의는 그 동안 꾸준히 비정규·미조직노동자 조직사업을 요구해왔다”며 “이번 특위 구성을 계기로 실제적인 조직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대회의는 이미 민주노총의 미조직특위에 주체적으로 적극 참여할 것을 결의하고 다양한 사업을 제안키로 했다. 김위원장은 “민주노총 특위는 연맹과 지역본부까지 담당자를 선임해 집행력을 갖고 움직여야만 실제 사업이 가능하고 조직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노총이나 연맹은 지역노조를 하나의 단위노조로 보기보다 비정규·미조직노동자 조직화의 주체로 봐야 한다”며 “실제 발로 뛰는 주체들을 적극 활용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끝>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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