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끝내 ‘희대의 사기극’으로
범국민적 항의 들끓어 “대통령 거부권행사” 촉구
민주노총·민주노동당 등 위헌소송·서명운동 돌입
1년 넘게 끌어오던 국회의 정치개혁이 결국 보수 3당의 한판 야바위로 끝나고 말았다. 정치개혁을 열망해온 국민의 기대는 철저히 짓밟혔다.
정치권의 선거법 협상이 철저한 주고받기식 당리당략으로 결말이 난 뒤 민주노동당(대표 권영길)을 비롯한 진보정치세력과 노동·시민단체들은 기득권세력들의 ‘담합처리’에 대해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3당의 낯두꺼운 거래와 손익계산서는 개악된 선거법에 대한 자평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자민련은 “통쾌하다”며 쾌재를 불렀고, 한나라당은 “절반은 성공했다”며 표정관리에 들어갔다. 새천년 민주당은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며 발뺌에만 급급했다.
개악된 정치관계법은 △반헌법적인 1인1표제 선거제도 △기탁금제도 개악 △낙선운동의 사실상 금지 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1인1표제는 헌법에 보장된 직접·평등선거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위헌적인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유지됐다. 반면 국회의원 후보자의 기탁금을 2천만원으로 1백% 올림으로써 국회 스스로 돈선거를 조장하고 신진정치세력의 원내진출을 철저히 틀어막았다. 또 선거시기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을 보장한다고 하면서도 시민단체가 쓸 수 있는 대다수의 낙선운동 수단을 금지시켰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지난 2월9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은 거부권을 행사해 2월 임시국회에서 정치관계법을 재개정하라”고 촉구하고 “정당간 정책대결을 유도하기 위해 1인2표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1인1표 비례대표제에 대해 위헌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한국노총, 총선시민연대 등 제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정치관계법 재개정 범국민서명운동’에 들어가가로 했다.
민주노동당은 14일 정부종합청사 후문에서 김대중 대통령에게 개정 선거법에 대한 거부권행사를 촉구하는 서한을 전달하고 집회를 가졌다. 청년진보당(대표 최 혁)도 ‘현 원내3당 국회의원들의 전원사퇴’를 요구하고 선거법 개악규탄집회에서 국회화형식을 가졌다.
총선시민연대는 2월11일 선거법 개악에 항의하는 48시간 농성을 마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정치관계법은 용두사미식 담합처리”라고 규정하고 “개정 선거법이 위헌적 입법이며 따라서 원천무효”라고 선언했다. 총선시민연대는 전국적으로 만민공동회를 개최하고 2월19일 전국 40여곳에서 국민의 참정권 확보와 부패무능 정치인 심판을 위한 범국민대회를 열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대중 대통령이 선거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진보진영을 비롯한 범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전망이다.
이재철 leecc@kctu.org
이 기사가 마음에 들었다면, 좋아요를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