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선거법 왜 문젠가

보수여야 함께 진보정치진입 봉쇄

‘직접선거’ 위헌 1인1표제가 핵심…지역할거 부추겨

“재개정 서명운동·헌법소원으로 정치개혁투쟁 지속”

김두수(민주노동당 총선기획단장)

2000년 2월8일 밤 11시,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은 생선가게를 지키는 고양이라는 것을 입증하고 말았다. 정치개혁의 여망을 저버린 선거법을 통과시킴으로써 지역주의, 1인 보스정치, 정경유착을 극복할 기회를 걷어차고 기득권의 달콤함에서 끝내 헤어나지 못했다.

바뀐 선거법 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1인 1표를 통한 전국구의원 선출방식이다. 이 방식은 유권자가 전국구 후보자에 대해 직접 투표를 하지 않고, 지역구 후보에 대한 투표결과를 곧바로 그 후보의 소속정당에 대한 지지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전국구 후보자와 그 순위가 정당, 그것도 당총재에 일방적으로 결정되는 현행 선거제도는 헌법 제41조에 규정된 직접선거의 원칙을 정면으로 거스른다. 또한 이 제도는 기존의 보수정당들이 지역에 기반하고 있는 지금의 정치상황에서 지역할거주의를 오히려 강화한다. 뿐만 아니라 서민의 이해, 노동자, 농민의 이해를 대변하려는 진보정당의 의회진출을 근본적으로 가로막는 제도로 평등선거를 위반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탁금제도는 보통·평등의 선거제도에 반하는 차등선거제도로서 실질적 국민주권론 등 헌법정신을 거스르는 것이다. 잘 알려진 대로 국회의원에 입후보하려면 기탁금 1천만원을 내야한다. 이 액수도 과도한데 깎지는 못할 망정 되레 2천만원으로 곱절이나 올렸다. 이처럼 과다한 기탁금액은 당선가능성이 있는 서민적이고 진보적인 인사들의 후보등록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어렵게 한다. 때문에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됨이 없는 실질적 주권행사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헌법상의 참정권, 평등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민주노동당은 우선 개악된 현행 선거법의 재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에 들어가기로 했다. 서명운동과 함께 헌법소원을 낼 것이며, 장기적으로 정치개혁이 이루어질 때까지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민주노동당이 쟁취해야 할 실질적인 정치개혁의 내용은 첫째, 지역주의 정치 청산을 위한 1인 2표 정당명부제 도입 또는 완전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대선거구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역사적으로 뿌리깊은 소선거구제 선호를 극복하고, 한국적 현상인 도시와 농촌의 인구 상하한선의 괴리를 극복하는 대안이 될 것이다. 둘째, 가난한 자도 당당히 주권을 행사하기 위해 선거 기탁금 제도를 폐지시킬 것이다. 셋째, 이번에도 문제가 되었던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국회 밖의 중립적인 기구로 설치해 당리당략에 구애되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 끝으로 민주노동당으로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가 개정된 선거법 조항 중에서 개별 노동조합의 정치자금 기부를 불허한 것이다. 이것은 개별 자본가 법인의 정치자금 기부를 허용한 것과 비교할 때 명백히 불평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여야가 쉽게 합의한 것은 여당과 야당이 정쟁을 하는 척하면서도 진보세력의 정치권 진입을 막기 위해 공모한 결과다.

민주노동당의 이번 선거 목표는 기존의 독점 보수정치판에 파열구를 내겠다는 것이다. 민주노동당이라는 당명으로 단 한 명이라도 당선자가 나오는 것이 한국사회의 대변화의 출발이 될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거대한 제방이 무너지는 일도 아주 작은 개미 구멍으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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