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중집 ‘비정규직 논쟁’

‘정규직화’냐-‘보호장치 마련’이냐

“당장 해결하기 어렵다고 미룰 일 아니다”

“‘정규직화’ 공감 않는 현장정서 고려해야”

지난 2월9일 오후7시부터 밤을 세워가며 12시간 동안 계속된 2차 중집에서는 총파업과 정치·총선투쟁 등 올 상반기 민주노총이 힘있게 치러내야 할 굵직굵직한 사안들에 대한 깊이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상반기 투쟁계획과 관련 ‘뜻하지 않게’ 비정규직노동자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장시간 벌어졌다. 이는 노동조건 개선은 물론 조직화의 측면에서도 이 문제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라는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한 토론은 이정림 대구본부장이 “전반적으로 정규직이 비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노조 조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주요한 요구로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물꼬가 터졌다. 문성현 금속산업연맹 위원장 또한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해서 미룰 일이 아니다”며 “노조 정치활동 문제를 계속 제기해서 성과를 쟁취했듯 비정규직 문제도 지금부터 주요하게 부각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비정규직 철폐에는 모두 동의하면서도 당장 이번 투쟁에서 내걸 구체적인 요구내용까지는 합의를 끌어내지 못했다.

차수련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정규직이 일해야 할 곳에도 비정규직을 쓰고 있는 게 병원의 현실”이라며 “단순히 비정규직의 근로조건을 개선하라고 하기보다는 정규직화를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희 서울본부장도 “최소한 비정규직을 더 이상 만들지 말자는 뜻에서라도 요구는 ‘정규직화’로 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여기에 손석형 경남본부장이 이견을 제기하며 토론은 불꽃을 튀기 시작했다. 손본부장은 “주요슬로건은 투쟁동력과 공감대가 형성되고 실천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며 “비정규직문제는 매우 중요하지만 정규직화를 내걸었을 때는 동력이 실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중공업노조의 경우 계약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는 단체협약을 따냈지만 오히려 대의원대회에서 부결됐다”며 “정규직화는 조직화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조직 내부에서는 매우 어려운 문제”라며 자신의 경험을 들어 반론을 폈다.

이용식 건설산업연맹 위원장도 “단위노조에서 실제로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끌어안을 수 있는지 실천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노조부터 비정규직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선언적으로 ‘정규직화’를 내거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있으나 법적으로 방치돼 있는 상황에서 올 상반기에는 법·제도적 보호장치 마련 등 현실가능한 요구를 내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뒤에도 많은 사람이 토론에 가세하면서 토론은 논쟁양상으로 발전했다. 결국 어느 한쪽으로 가닥이 잡히진 않았지만 중집위원들은 비정규직 문제를 상반기 투쟁에서 주요하게 부각시키자는 데는 일단 합의했다.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매우 의미 있는 논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에 대해서는 이해의 차이가 있음을 인정하고 이후 본격적인 토론을 거쳐 구체적인 방침을 마련키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근원 민주노총 조직쟁의실장은 “투쟁요구에는 비정규직 문제가 담겨 있으나 주 슬로건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논란이 된 것”이라며 “민주노총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것 자체가 큰 의미를 지닌다”고 평했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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