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배일도 서울지하철노조 위원장
“민주노총 탈퇴 안해…내부개혁 필요
산별노조는 산업사회의 낡은 조직, 다양한 연대 모색해야
‘제3의 길’ 보도는 기자 ‘소설’…경우에 따라 가시화될 수도”
△조합원 총투표 이후 적지 않은 후유증이 있는 것 같다. 비대위가 총회결의 무효확인소송과 노사잠정합의서 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이후 노조를 끌어가려면 내부갈등을 극복해야 할텐데 복안이 있는가.
=지금까지는 내가 위원장이 돼 집행부를 구성했기 때문에 나의 소신을 관철시키기 위해 강하게 밀어붙인 경향이 있다. 반대하는 사람들 주장도 논리적 설득력이 없지 않다. 민주노조운동의 원칙에서 지녀야 할 투쟁성을 담고 있다. 근로조건 후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너무도 당연한 주장을 담고 있기 때문에 이런 건강성을 흡수하기 위해 대화와 설득을 계속 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집행부를 너무 일방적으로 구성·운영해왔는데 그런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좋은 점을 서로 보완해서 함께 해나갈 수 있는 복안을 찾아보려고 한다.
△배위원장이 주창하고 있는 노동운동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란 무엇인가.
=신문보도를 통해 화두를 꺼냈다. 조건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어떤 조건이냐면, 기본적으로 산업사회에서 노조운동이 시작됐는데 당시 생산력 발전의 원동력은 자본과 노동력이었다. 어떻게 하면 부가가치, 소위 생산성을 크게 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자본은 지배, 억압, 착취를 이윤의 창출수단으로 계속 이야기해왔고, 거기에 맞서 노동진영은 투쟁을 통해 그들이 갖고 있는 부도덕한 면이나 착취를 시정해나가면서 노동조건을 향상시키는 수단으로서 투쟁을 이야기해왔다. 그때는 사회운영원리가 지배, 억압, 착취였고, 그렇기 때문에 테일러나 포드, 도요다 등 시스템이 중요한 영역이었다.
그래서 관리자, 보통 우리가 사용자라고 부르는 영역들이 일방적으로 관리와 지배를 통해 이윤을 창출했다. 지금은 생산력발전의 원동력이 자본과 노동력에서 지식, 정보, 기술로 바뀌었다. 내용은 바뀌었다는 것이다. 지식, 정보, 기술은 사람으로부터 나온다. 지배, 억압, 착취라는 수단을 통해 지식, 정보, 기술이 나오는게 아니라 자율성과 창의성, 근면성이 발현될 수 있는 노동조건을 형성시켜줘야 그와같은 이윤창출도 가능할뿐만 아니라 생산력이 더 증대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배, 억압, 착취라는 패러다임은 사용자쪽에서 수정해야 한다. 그리고 자율, 상생, 순환 즉 소위 자율적 시스템과 창의력과 근면성을 발현할 수 있는 조건이라는게 자율, 서로 살 수 있는 상생, 그리고 한 지점으로 보지 않고 모든걸 연관지어서 보는 순환인 것이다. 노동진영의 해결방식도 투쟁이 아니라 조정을 통해서 윈윈(WIN-WIN)할 수 있는, 서로가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지 않으면 존재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조건이 변했기 때문에 나는 당연히 투쟁이라는 물리적 수단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는 패러다임 자체를 시정하고, 정책이나 여론, 공동목표 설정 등을 통해서 노동자들의 이익뿐 아니라 회사와 사회발전도 가져오도록 노동운동이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당연히 명분이나 노조 간부들의 활동력이 중요했다.
그러나 분권화, 다양화 시대인 지식, 정보, 기술사회에서는 노조간부나 명분보다 자율성, 창의력이 발현된다는 점에서 조합원 개체의 결정, 즉 직접민주주의가 오히려 훨씬 더 유력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노선에 대해 우려하는 현장조합원이 많고, 위원장의 노선 전반에 대한 강도높은 비판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근본적으로 노조운동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활동을 전개하기 때문에 당연히 우려와 반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 노조도 그렇고 민주노조운동이 13년 됐는데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은 고착화됐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나 반대라고 이해하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히 해소될 것이라고 본다. 시간만이 아니고 구체적 실천이 있을 때 확신이 굳어질 것이다. 소방서가 예전에는 불만 껐다. 그러다 과학기술도 발전하고 소방기자재도 새롭게 변하면서 인력감축론이 생긴 것인데 계속 불만 끈다고 고집했을 때 과연 소방서 직원들이 인원감축을 방어할 수 있는가. 그러나 화재라는 주업무에다가 긴급구조라는 업무를 추가하니까 노동시간도 단축됐고, 업부영역이 확대되니 인원도 늘고, 국민들로부터 기대치도 높아진 것이다. 이것이 문명 전환에 따른 직업전환이다. 이런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해나가야지 그냥 불만 잘꺼야 된다거나 과거에 우리는 고생했다는 이야기만 가지고는 안된다.
△최근 언론을 통해 접한 바에 따르면 위원장님은 민주노총의 사업이나 활동방식에도 많은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지금 민주노총이 형식적으로는 민주주의를 잘 밟아가고 있다고 본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들여다보면 조합원들이 직접적으로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고용문제다. IMF 이후 우리가 고용대책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현대자동차노조, 지하철노조, 만도기계노조 파업이 따로 일어난다. 우리가 총연맹을 결성한 이유는 단위노조의 어려움을 함께 모아서 잘 극복하자는 것이다. 또 기본적으로 노조라는 것은 조합원 개개인이 자기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혼자 힘으로 안되니까 돈을 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돈을 낸 사람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그런데도 지난 고용문제 대응에서는 단위사업장의 문제를 단위사업장에 떨어뜨릴 뿐이었지, 전체적으로 대안을 모색하고 변화된 시대에 맞게 구조조정에 대한 획기적 대책을 마련하지는 못했다. 물론 구조조정 반대라는 명분은 맞다. 대책없는 구조조정에 누가 찬성하겠는가. 그러나 조합원 정서에 기반하고 현실적 요구에 기반하는 운동이 되려면 명분이나 상층간부 중심으로만 나가는 게 지나치다는 것이다. 해결수단도 투쟁 말고 어떤 대책이 있는가.
나는 이번 지하철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물리적 수단을 쓰지 않았지만 사회여론을 집중시켰고, 평화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조합원들이 현실적으로 느끼고 있는 저임금문제나 승진욕구를 해소했다. 또 그러면서도 정리해고는 없게 만들었다. 게다가 지하철이 현재 18일 일하고 있는데, 하루 일 더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일반적 요구고 조합원들이 무리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요구다. (잠정합의안에 대해) 과반수가 투표했고 85%가 찬성한 배경도 그런 데 기반한 것이다.
△명분이나 상층간부 중심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노동조합의 투쟁성을 끊임없이 요구하지 않는가.
=우리도 이번에 싸우자는 주장이 당연히 한쪽에서는 나왔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집행부가 대안있는 방침을 내놓기를 바랬다. 그게 조합원의 실제 상태다. 조합원은 일상생활을 계속 영위하고, 노조 일을 전담해지 않는다. 그러면 노조일을 전담하는 사람들이 구체적 현실을 직시하고 그런 방향에 대해 책임있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면 그야말로 고민없는 노동운동의 표상일 뿐이다.
△언론은 배일도 위원장 취임 이후에 서울지하철노조의 향방에 관해 여러 가지 추측을 하고 있다.
= 소설을 쓰는 것이다.
△추측 가운데 민주노총 탈퇴에 대한 추측도 하고 있다. 그것까지 고려하고 있는가.
=나는 기자들한테도 분명하게 이야기했지만, 우리 민주노조운동은 그렇게 이야기될 성질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 한국사회의 모순관계를 반영한 게 민주노총이다. 그렇다면 거기에 녹아있는 정신이나 역사성이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을 탈퇴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을 내용적으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주노총을 탈퇴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고 무엇을 해결할 수 있겠는가. 민주노총을 탈퇴할 것이라는 것은 괜한 우려이고, 탈퇴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민주노총의 주요일정에 참가하지 않는가.
=나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고 본다. 지하철 내부의 복잡한 문제는 해결하지 않은 채 외부에 얼굴이나 불쑥 내밀고, 책임없는 발언을 하는 것은 오히려 민주노총의 방침 결정에 누가 되는 것이다. 그보다 시간이 더딜 수 있지만 착실하게 지하철노조 내부에서 조합원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 바탕 위에서 민주노총의 방침을 내놓는 것이 정말 책임있는 태도고, 실천을 동반할 수 있다. 물론 다 그렇다고 보지는 않지만 그냥 위원장 한 사람이 가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실천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그 대표적인 보기가 서울지하철노조의 4.19파업이다. 당시 공공연맹이 다 함께 참여하기로 했고, 민주노총은 이갑용위원장을 대표로 해서 모두 적극 지원한다고 했다. 그러나 파업이 막상 전개되고 보니 전방에서 지하철노조 혼자만 직격탄을 맞고 있었다. 아무런 대책이 없었던 것이다. 그것은 현실조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상층만 모여 결의했던 결과다.
△그렇다면 서울지하철노조 내부가 안정화되면 참여하겠다는 말인가.
=같이 병행하면 좋겠지만 내 역량이 부족해서 함께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다. 어느정도 상황이 좋아지면 바로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칭)궤도교통발전협의회가 구성됐다고 들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일부에서는 제3노총을 추진하기 위한 기구라고 보기도 하는데.
=나는 민주노총의 획일적 조직체계에 상당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민주노총의 강령과 규약에도 나와있지만 민주노총의 최대 목표는 정치세력화와 산별연맹(노조) 건설이다. 그러나 산별은 산업사회에나 적합한 조직구조였다. 민주집중 형식을 잘 이룰 수 있는 전투조직으로 손색이 없는 조직체다. 그러나 오늘날 조직형식은 다양성 속에서 연대를 모색하는게 유력한 조직의 수단이라고 본다.
우리는 도시철도공사와 동종업종이다. 또 같은 서울시에 있다. 그런데도 한쪽은 한국노총 소속이고 한쪽은 민주노총 소속이라 해서 상호 연대와 교류를 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것이다. 소속이 어디든간에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갈 필요가 있기 때문에 궤도교통발전협의회를 상시적으로 운영할 수 있고, 또 그런 차원에서 도시철도공사노조와 수시로 만나고 있다. 예전에는 소속 상급단체가 다르니까 아예 만나지도 않았는데 이후에는 폭넓게 만나고, 자신만 있으면 우리가 더 좋으니 함께 하자고 제안할 수 있는 것이다. 만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방금 산업사회에서는 산별조직이 적합했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산별노조 건설에 반대하는가.
=산별노조 건설은 전적으로 맞지 않다. 오히려 세계화가 추진될수록 지방화가 강화돼야 한다. 개체의 독립없는 세계화는 종속이고 획일화다. 그래서 다양화를 전제로 한 전체의 연대가 필요한 것이다. 개체의 자율성이나 독특한 삶의 방식, 조직 운영원리를 무시한 채 획일적으로 결정하려 하는 것은 이 시대를 대체할 수 있는 조직체계의 상이 아니다.
△그렇다면 대안적인 조직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필요한 영역에 따라서 각 단위노조의 개별성과 독창성이 전제되는 연대의 틀을 모색해야 한다.
△언론에서 서울지하철노조를 중심으로 그외 노조들을 거론하며 ‘제3의 길’ 혹은 ‘제3노총’등에 관한 보도가 잦았는데, 위원장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 1국1노총이라는 게 한 시대에 이야기됐고, 그것이 가장 유력한 조직체계였던 것도 사실이다. 현재 교통과 통신의 발달, 보건의료 영역의 확대는 대단히 중요한 여러 의미를 담고 있다. 정보화사회에서 정보의 핵심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이고, 그것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상징적으로 서울지하철이나 한국통신노조가 새로운 변화를 모색했다는 의미를 되새겨봐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제3의 길’에 대해서는 기자들은 그냥 소설을 쓴 것이다. 실제로 배일도가 제3의 길로 가겠다고 해서 갈 수 있나. 제3의 길이 이념이라면 기존의 제1, 제2의 길과 다른 구체적 이념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구체적인 조직체계가 있어야 하는데 나는 한국통신이나 지하철노조, 또는 보건의료노조가 그렇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87년 민주노조운동의 흐름이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어느순간 가시화돼서 나타났듯이 지금도 기존의 한국노총이나 아니면 민주노총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을 요구하는 조합원의 목소리가 있다. 이런 것들이 가시화될 수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제3노총이나 다른 조직적 대안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인가.
=아직 그럴 여력도 없고, 그럴만한 시기라고 보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한국통신노조 등에서 이런 흐름이 모색되고 있는 점을 되새겨봐야 한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런 흐름이 있다는 것을 민주노총이 재빨리 파악해서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내부를 개혁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연히 새로운 모색을 하지 않겠는가. 예전에 한국노총에 문제제기를 했지만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기존의 친정부적 패러다임을 유지하니까 자연스럽게 87년이라는 상황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의 흐름이 있었던 것 아닌가. 지금대로 가면 필연적으로 이름을 어떻게 쓰든 명분을 어떻게 이야기하든 다른 흐름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혹시 그런 새로운 흐름과 관련해서 한국통신노조나 언론에 거론되는 다른 사업장의 위원장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가.
=전혀없다. 그냥 언론보도를 통해 그렇다는 것을 알았을 뿐이다.
△기자들이 소설을 쓰고 있다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같은 경우로 보도된 보건의료노조의 경우 사실의 왜곡했다는 점에 대해 정정보도를 요청하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도 했다. 위원장은 보건의료노조처럼 언론에 대응할 생각은 없는가.
=전혀 없다. 지금도 이렇게 인터뷰하고 있지만 어떻게 쓰는가는 전적으로 기자의 고유영역이라고 본다. 그정도 생각이 없는가. 나는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인터뷰를 해도 신문마다 각기 다르게 나갈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다고 기자를 붙들고 너 왜 그렇게 썼냐고 할려면 차라리 글을 써주는게 낫지 않는가. 언론중재위에 제소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그런 사고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
△끝으로 서울지하철노조 조합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지금 내가 걷고자 하는 길이 상당히 우려도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노조를 설립했던 사람으로써 열악한 노동조건을 극복할 뿐만 아니라, 노동 속에서 자아실현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노동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니 수단이나 방법이 조금 틀렸다고 해서 자꾸 우려만 할 것이 아니라 그런 부분이 갖는 본질적 의미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이해했으면 좋겠다. 결국 우리가 가고자 하는 목표는 같은 것 아니겠는가.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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