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본다

배 위원장은 자주·민주·투쟁성 스스로 포기했다

김학년(43)/서울지하철 비상대책위원회 의장

먼저 지난해 서울지하철노조 선거에서 ‘노사협조주의’를 표방하는 배일도 위원장이 당선된 것에 대해 지하철노조의 많은 활동가들을 대신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우리는 이런 결과를 반성하면서 향후 보다 올바른 활동을 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최근 지하철노조 내부에는 규약과 대의원대회 결정을 무시하고 비민주적인 절차로 구조조정을 수용하는 ‘노사잠정합의서’를 조합원총투표에 붙인 배일도 위원장과 ‘구조조정저지 및 민주노조 사수를 위한 4개지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사이에 많은 충돌이 있다. 잠정합의는 인원감축과 근무형태 개악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서울시의 구조조정안이다.

민주노조운동은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러나 배 위원장은 신노사문화 운운하면서 ‘노사협조’를 강조하고 있으며, 이번 조합원투표 과정에서도 공사쪽의 노골적인 개입을 묵인·협조하면서 노조의 자주성을 완전히 포기했다. 예컨대 5일간의 투표기간 중에 공사쪽 중간관리자들은 배 위원장한테서 넘겨받은 투표인명부를 갖고 ‘투표불참시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며 조합원을 협박했고, 공사쪽은 ‘부결되면 직권중재를 통해 더 강화된 구조조정을 시행하겠다’고 조합원을 협박했다. 비대위는 그밖에 여러 자료를 근거로 공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다.

다음으로 배 위원장은 “조합민주주의는 절차보다는 내용이 중요하다”는 궤변으로 노사잠정안을 독단으로 수용하고, 조합원투표를 실시하는 과정에서 규약과 대의원대회의 결정을 무시하는 비민주적인 만행을 저질렀다. 뿐만 아니라 선거관리위원회도 규약을 무시하고 위원장 임의로 구성해 불법·부정투표의 시비를 스스로 제공했다.

배 위원장은 또한 무파업선언으로 노동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을 포기함으로써 노조의 최소한의 생존기반을 스스로 부정했다. 실제로 공사와 교섭하는 자리에서 ‘투쟁을 포기하고 파업을 하지 않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민주노조의 근간인 자주성, 민주성, 투쟁성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최근 배위원장이 언론을 통해 주장하는 ‘노사 공존공생을 위한 신노사문화의 정착’이란 이렇듯 노동자의 입장을 포기하고 사용자의 입장을 갖는 것이다.

배위원장은 앞으로 잠정안에 합의한 대로 1천6백21명의 정원감축과 근무형태 개악을 진행할 것이다. 현재 진행중인 실무협상 과정에서 잠정안이 안고 있는 내용상의 문제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곧이은 단체협약 갱신협상 과정에서도 성과급제와 연봉제를 도입하고 용역을 확대하는 등 제2, 제3의 구조조정을 앞장서서 시행할 것이다.

외부적으로도 배위원장은 ‘신노사문화의 정착’ ‘무파업선언’ 운운하면서 지난 민주노조운동을 부정하며, ‘노사협조주의의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앞으로도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정부 입장을 대변해서 공기업 구조조정의 완성을 위해 솔선수범할 것이다. 또 배위원장은 ‘새로운 노동운동’, ‘제3노총’ 운운하며 민주노조운동진영 내에서 노사협조주의를 전파하는 한편 노조운동진영의 대정부 전선을 약화시키고 분열시켜서 결국은 정부와 사용자를 이롭게 하는데 큰 역할을 하려할 것이다.

지하철노조 대다수의 집행간부와 현장간부로 구성된 비대위는 이러한 배일도 중앙집행부의 반노동자적인 행태에 맞서 앞으로도 계속 총력투쟁해나갈 것임을 천만노동자 앞에 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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