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하나로 모아졌다. 70여개 나라에서 모인 노동자 500여명은 국적이나 정치적 견해의 차이를 넘어 세계무역기구 체제에 반대 했다. 목소리에는 지난해 11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각료회 담을 노동자와 엔지오의 힘으로 막아냈다는 자신감이 깔려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캐서드랄 힐 호텔에서 11 15일 열린 `노 동조합의 자주성과 민주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세계노동자공개포럼(Open World Conference of workers)’은 전지구적 신자유주의의 번성으로 각 나라 들이 처한 노동조건의 변화를 되짚는 것부터 시작했다. 나라마다 구체적인 현실은 달랐지만, △고용의 불안정 심화 △의료나 교육 등 공공 서비스의 후퇴 △단체협상권·파업권 등 노동자의 권리 후퇴 등의 공통점이 있었다.
공감대는 국제적인 연대 호소로 이어졌다.
멕시코에선 북미자유무역지대협정이후 만들어진 마킬라도라 수출자유지역 을 예로 들었다. 100만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는 이곳은 저임금 속에서 하 루 19시간을 일하는 노동자들이 적잖을 정도로 사정이 열악하다. 노조를 만 들려 해도 기업과 정부의 탄압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미국 대표들은 사상 최장기 호황 속에서도 실질임금은 오히려 떨어졌으며 , 기업들이 값싼 노동력을 찾아 공장을 해외로 옮기면서도 외국인 노동자들 의 유입을 방조한 탓에 고용의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들은 불법 체류와 저임금에 시달리는 외국인들에게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포함 한 노동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프랑스쪽은 노동시간 단축을 허용하는 대신 시간외수당을 주지 않거나 파 업권·단체협상권을 제한하는 등 노동법이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다고 주장 했다. 사회복지 제도가 상대적으로 발달된 영국이나 스위스 등 유럽의 여러 나라 대표들은 연금제도 등 복지정책이 뒷걸음치고 있으며, 공기업 민영화 탓에 의료나 교육 등 공공서비스 또한 후퇴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에서는 현대그룹노동조합협의회 정식화 위원장 등 5명이 이 포럼에 참여했다. 대표 발언에 나선 정 위원장은 “국제통화기금이 강요한 구조조 정 과정에서 실업자가 대량으로 발생했고 지금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꾸준히 늘고 있다”면서 올초 창당한 민주노동당을 소개했다.
세계노동자공개포럼은 세계무역기구 반대, 자주적인 노조 건설과 연대 등 노동 문제가 주요 의제였지만, 인권·여성·환경·평화 등 다양하고 포괄적 인 워크숍을 열어 눈길을 끌었다. 신자유주의의 강화가 노동자의 생존권뿐 아니라 민주적 권리와 인간다운 삶의 질마저도 끌어내릴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국제항만노조위원장인 브라이언 맥윌리엄스는 “미국의 많은 공장들이 엄 격한 환경 규제를 벗어나거나 값싼 노동력을 찾아 개발도상국으로 공장을 옮기면서 미국에는 고용 문제를, 개발도상국가에는 환경·인권·노동 문제 를 유발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포럼은 △세계무역기구 해체 △국제노동기구가 제시한 국제노동기준 준수 △자주적인 노조 건설 △여성차별, 인종차별, 전쟁 반대 등을 핵심내용으로 하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또 이를 위해 각 나라의 국제연락기구(ILC) 참여 를 촉구하고 지속적으로 공동 대응을 모색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6월에는 세계무역기구체제 구축을 위한 세계정상회의가 스위스 제네 바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번 세계노동자공개포럼에서 확인된 노동자들의 요 구가 이 체제의 출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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