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말은 정말 대단했어요. 한국과 세계노동운동사, 경제학 기초, 노동법 등을 포함해 12번짜리 노동강좌를 그야말로 쉴새없이 해야했어요…
그런데 그게 90년대가 되니까 거짓말처럼 사라지더군요…” 당시 노동교육을 담당했던 한 전직 노동운동가는 당시를 이렇게 회고하고 있다.
한국 노동운동은 87년 이후 양과 질적 측면에서 빠른 속도의 성장을 거듭 해 왔고 이런 성장의 자양분은 소위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였다.
이 중 ‘차가운 머리’를 담당했던 노동교육. 현 주소는 그러나 몇몇 사회 교육기관이나 대학원에서 그 명맥을 잇고있을 따름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최근 성공회대학교 사회교육원(원장 신영복)이 ‘공부 를 하고싶어하는 노조간부들’을 대상으로 노동교육을 본격적으로 실시하기 로 해 주목을 받고 있다.
오는 3월4일부터 한학기 동안 매주 수요일(오후 7시 ∼ 10시) 마다 진행 될 “노동대학 제1기 과정”이 바로 그것이다.
* 노조운동, 세계와 세상을 알아야 한다.
총 5개의 과정으로 구성된 이번 강좌 주제는 “한국사회와 노동자”이다.
한국 노동자들의 존재조건을 규정하는 씨줄과 날줄을 한번 면밀하게 살펴보 고 “‘한국노동자의 실천’을 한번 객관적으로 분석해 본 뒤 전망을 찾아보자 “는 취지인 것이다. 이를 위해 학생들은 ‘자본주의 일반의 운동법칙’에서부 터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노동조합의 경영참여’에서부터 ‘노동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노력’ 등을 공부한다.
이 중 특히 4월에 진행될 예정인 ‘전지구적 자본주의 메커니즘’, ‘세계적 차원의 경제위기와 한국경제의 전망’ 등의 주제는 지금까지 막연하게 알려 졌던 세계화 및 지구화의 구체적 흐름을 짚을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승호 성공회대 강사는 강의계획서에서 “지금은 초국적 금 융자본에 의해 국민경제 붕괴가 가속화되는 시점”이라면서 “이는 동시에 동 아시아 등 제3세계에서의 실물경제 위기와 동시에 미국의 거품경제, 일본의 장기불황, 유럽의 정체로 인해 공황의 우려가 커지는 과정”이라고 지적했다 . 그는 또한 “한국 역시 IMF사태 이후 급속히 ‘전지구적 자본주의’에 통합 되어 가고 있다”면서 “사태의 전말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바탕으로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을 파악하는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한국사회에 대한 분석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이르러 이번 강 좌의 주제랄 수 있는 ‘한국노동자의 현실적 상태와 그를 둘러싼 조건’으로 옮겨간다. 식민지, 분단국가, 국가주도의 산업화라는 특수한 역사적 조건에 서 형성된 노동자 계층과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적 상황에 대한 분석인 것이다.
김 교수는 이번 강의에서 학생들이 “한국 노동의 현실을 계급이라는 원론 적 시각으로 접근하는것을 자제할 것”을 강조하면서 “산업화 전 한국사회와 산업화 과정에 대한 면밀한 고찰을 통해 운동노선, 노동자 의식, 기업별 노 조라는 현실태를 찬찬히 반추하는 계기를 만들라”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이를 위해 우리나라의 전통적 가족질서, 노동자에 대한 처우 그리고 교육열 로 대표되는 신분상승 욕구의 근원 등으로 관심영역을 확장시킨다는 방침이 다.
강좌는 또한 다른 차원에서 현실의 노동자 삶을 규정하는 ‘정보화’, ‘시 민사회’, ‘노동자 문화’, ‘노동자 정치’ 등 특강 주제를 선정했다. 대학 측 은 이를 “전체적 강의를 통해 현실의 노조활동에 도움을 주는 한편 실천에 서 폭넓은 관점을 가지는 데 도움을 주기위한 배려”로 설명한다. 여기에 체 험학습 과정으로 ‘조직관계 훈련 프로그램’이 유일한 노조활동 실무과정으 로 덧붙여졌다. 특강에 참여하는 강사들은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박원순 참여연대 사무처장, 노회찬 본지 발행인 등 각계 전문가로 구성되 있다.
– 이번은 1기일 뿐… 전망은 밝다.
성공회대 사회교육원 측은 이번 강좌가 제 1기 임을 강조한다. 앞으로 세계 및 한국 노동조합 운동의 역사를 연구하는 2기 강좌를 준비중이며 “주제별 로 나눠 교육을 계속 벌여나간다”는 방침인 것이다. 교육원은 이를 통해 학 점은행, 인정학점 등 과정을 거쳐 정식 대학으로 발전 전망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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