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노조도 예외 아니다

특수성 배려 않는 ‘무의식’이 문제

‘낮은 참여’ 탓하기 전에 차별요인 없는지 따져봐야

최근 들어 ‘남성 중심의’ 노조사업과 운영에 적잖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여성조합원들은 집행부가 대부분 남성이어서 여성노동자를 고려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여성노동자들이 겪는 어려움을 등한시하거나 남성의 시각과 사고로만 판단한다는 것이다.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한 여성조합원은 지난 해 산별노조를 주제로 연맹이 주최하는 인형극을 보러 갔는데 극중 대사가 남성들만 쓰는 음담패설이나 욕설이 몇 차례 나와 민망했다고 한다. 산별노조 건설에는 미조직 노동자들이 중심에 있고, 미조직 노동자들 가운데는 여성노동자들이 중요한 조직대상이자 주체임에도 이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탓이다.

노조가 철야농성이나 파업에 들어갈 때도 문제가 생긴다. 한 노조에서는 남성인 위원장이 ‘임신한 여성조합원을 철야농성에 참여시킬지 말지’를 고심했다고 한다. 임신한 여성의 처지에서는 이같은 발상 자체가 너무나 ‘황당’한 일이다. 임산부를 야간노동이나 기타 비슷한 일에서 제외하는 건 상식이고, 이는 모성보호와 건강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성이 대부분인 노조집행부는 ‘원칙과 규율’에 집착한 나머지 이같은 문제점을 깨닫지 못한 것이다.

지난 해 한 자동차영업소는 4층 짜리 건물을 고치면서 4층에 있던 여자화장실을 없앴다. 결국 이 건물 여자화장실은 두 개에서 하나로 줄었다. 이 탓에 화장실 가려는 여성노동자들은 승강기를 타고 오르내리다 끝내 노조에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뿐만이 아니다. 업무가 끝난 뒤 열리는 노조 회의나 수련회도 육아나 가사를 맡고 있는 여성노동자들의 참가를 어렵게 만든다. 숙박 행사인 경우 여성이 한 두 명이면 따로 방을 잡지 않아 종종 ‘혼숙을 당하기도’ 한다.

반면 여성들이 많은 한 호텔노조의 남성간부는 “조합원 가운데 여성이 45%에 이르지만 28명의 간부 중 여성은 6명에 지나 않는다”며 “간부회의에서도 여성간부들은 발언이 매우 적을 뿐 아니라 간부가 되는 것조차 꺼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혜숙 금속산업연맹 여성국장은 “노조의 토론문화나 집회문화가 여성들을 꺼리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세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원인을 따져보기도 전에 노조활동만 다그칠 경우 여성들은 더욱 꺼릴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심재옥 공공연맹 여성국장도 “과장 출신의 남성간부와 타이피스트 출신의 여성간부가 같은 발언권을 가질 수 있겠는가”고 반문하며 “사회 전반에 여성을 등한시하는 문화가 퍼져 있어 여성들에게 노조활동에 대한 의지를 불어넣는 교육과 함께 사회전반의 의식을 바꾸는 투쟁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경은 joungke@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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