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가는 ‘차별의 벽’
노조차원 조직적 대응 움튼다
고용평등위·차별해소 등 단협요구로 강력 제기
간부할당·성폭력규정…조직운영에도 적잖은 진전
여성에 대한 임금·고용차별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욱이 노조 안에서조차 노사관계가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여성문제가 늘 뒤로 밀려왔던 게 사실이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데 매달리다 보니 노동조건과 고용의 평등은 ‘배부른 소리’로 치부되거나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상황론에 밀려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불평등상황이 상호발전에 결코 이롭지 않다는 인식 속에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노조 안의 노력이 하나둘 엿보이고 있다.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지난해부터 단체협약에 ‘남녀고용평등위원회’를 두고 운영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남녀고용평등법에 상시인원 이상인 사업장에 고충처리기관을 두도록 한 데 근거한다. 공공연맹 소속 서울도시가스노조는 올 임단협에서 남녀간 차별임금 해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아시아나항공노조는 지난해 노조 결성 후 처음 맺은 임단협에서 여성에 대한 임금·승진차별제도를 없애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금속산업연맹은 올해 임단협이 마무리될 때 남녀간 임금차별 실태를 조사해서 문제가 있는 사업주를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성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루어지던 불평등에 노조차원의 조직적 대응이 시작된 셈이다.
그밖에도 공공연맹은 안정적인 여성사업 기반을 다지기 위해 지난 해 12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여성담당자회의를 정례화했다. 특히 공공연맹과 금속산업연맹은 연맹의 기획교육에 반드시 여성강좌를 넣도록 하고 있다. 이는 조직이나 사업도 좋지만 그 이전에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을 먼저 갖춰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를 노조 조직체계와 운영에 적용하려는 노력도 활발하다.
공공연맹은 4인 이내의 부위원장 가운데 1명은 반드시 여성으로 선출토록 규약에 못박고 있다. 조폐공사노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부위원장 2명 가운데 1명을 여성으로 뽑고 있다. 관우회나 세진컴퓨터랜드노조는 상급단체에서 여성관련 회의가 열리면 업무시간에라도 참석할 수 있도록 우선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연맹 또한 여성활동가들의 퇴근 후 가사·육아부담을 고려해 반드시 업무시간에 회의를 연다.
한편 금속산업연맹은 2월29일 중앙위에서 ‘성폭력 예방과 근절을 위한 규정’을 만들어 눈길을 끈다. 이 규정은 성폭력의 정의를 명시하는 한편 사건이 터질 경우 피해자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고 유급휴가나 치료비 등을 지원하며, 가해자는 노조에서 징계토록 함을 주요내용으로 담고 있다. 특히 성폭력 예방을 위한 노조교육을 못박은 점이 돋보인다. 이는 노동현장은 물론 노조 안에서도 종종 벌어지는 성폭력을 더 이상 지나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김진선 민주노총 여성국장은 “노조 안에서 여성문제는 늘 뒷전에 밀려왔는데, 성차별을 근본적으로 없애기 위해서는 노조가 이를 우선과제로 놓고 노력해야 한다”며 “이 문제를 전담할 조직체계를 갖추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황미 leehm@kctu.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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