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5월 마침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다. 빌 클린턴 미
국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앞으로 2개월후 인간의 유전표지인 게
놈(Genome) 해독 작업의 완성을 발표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클린턴 대통령의 발언은 인간 생체의 비밀을 밝힐 유전자 지도가 거
의 완성 단계에 들어갔고, 이 분야에서도 미국이 선도하고 있음을
선언한 것으로 해석된다. 인체의 비밀을 푸는 「게놈 프로젝트」의
핵심인 유전자 지도는 21세기 생명공학의 전초이다.
그 파급 효과는 이루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3,000메가 바이트
, 책 수천권 분량의 유전자 지도가 완성되면 어떻게 사람이 사람
모양으로 생겨나는지, 생물학적으로 살아가는지 알 수 있게 된다.
장기적으로 볼때 이같은 유전자 정보는 피부색깔과 키는 물론이고 노
화의 정도 까지 조절하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개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따른 「맞춤 의약품(Personal Drug)」의 개발도
가능해 진다.
유전자 지도는 특히 난치병 치료 분야에 획기적 전기를 마련할 전망
이다. 정상 유전자와 질병 유발 유전자에 관한 데이터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유전 정보는 불과 우표 크기의 DNA 칩에 담긴다. 사
람의 세포 하나를 떼어내 유전자 칩에 반응시키면 질병에 걸릴 가능
성이 드러난다. 만약 비정상 유전자가 발견되면 건강한 유전자로 대
체해 간단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과학자들은 유전자 요법이 유전질환, 후천성질환, 신경·근육질환,
낭포성섬유증, 에이즈 및 일부 심혈관 질환과 암을 치료하는데 응용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유전자 지도의 완성이 인류에게 장밋빛 미래 만을 시사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이들 정보에 대한 지적 재산
권을 행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말뚝을 먼저 박는 사람이 땅의
임자가 됐던 18세기 서부개척 시대가 21세기 생물학 분야에 재현
될 조짐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인류 공동의 재산을 특허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비윤리적』이라고 비난한다. 그러나 유전공학 및 제약업계는 『거액의
투자에 대한 대가는 당연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1996년
2월에 열린 인간게놈프로젝트 국제전략회의는 『사회에 대한 혜택을
극대화하고 연구개발을 촉진시키기 위해 인간과 생물의 유전자 염기서
열을 무료로 공개한다』고 선언했지만 어떻게 공개할 것인지에 대해선
분명한 규약이 없다.
여기에다 유전정보가 공개되면 인간에 대한 유전적 차별 문제가 대두
될 수도 있다. 최근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논란의 촛점이 되고 있
는 「유전자 프라이버시권」문제이다.
개인과 가족의 유전적 질환 때문에 생명보험 가입이 좌절되거나 취업
에 실패할 수도 있다. 더구나 미완성 유전 정보가 난립할 경우 인
간에 돌이킬 수 없는 해악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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