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와 영상⑨

김명준/노동자뉴스제작단 대표

지구를 지키는 ‘노동자TV 인터내셔널’

너무 거창한 이야기라고 겁부터 먹지는 말자. 지금부터 밝히는 시나리오는 아득한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 그 준비작업에 착수할 수 있는, 아니 착수해야 하는 우리의 구체적인 계획이니까.

간단한 전제부터 확인하자. 신자유주의 공세가 전세계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된 지 오래며, 작년 12월의 시애틀 투쟁은 그러한 자본의 공세에 대한 전세계 민중의 전투적인 반격이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피할 수 없는 전세계적 투쟁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대중적으로 공유하고,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서 노동자계급의 단결을 강화해내는 작업은 아직도 미약하기만 하다.

만일 우리에게 세계적 수준에서 노동자 TV가 있다면, 우리는 이 국제연대의 폭과 깊이를 발전시키고, 투쟁경험을 외국 노동자와 서로 교류하는 소중한 기회를 지닐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가능한 일일까? 물론 가능하다. 디지털 비디오를 무기로 삼는 노동자 영상활동가들은 세계 각국에 퍼져 있고, 인터넷을 통한 일상적 교류는 국제노동미디어회의를 통해 그 위력이 입증된 지 이미 오래다. 노동자 투쟁을 언제든 인터넷 생방송으로 볼 수 있는 ‘웹캠’이라는 기술적 무기가 이미 싼값에 판매되고 있고, 노조의 자원을 동원한다면 인터넷 혹은 위성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전세계 노동자 TV를 만들어내는 것도 그리 대단할 것 없는 일이다.

바로 올해 노동절은 이러한 국제 노동자 TV의 가능성을 실험해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 노동운동의 정보통신 네트워크 ‘레이버네트’와 한국 활동가들이 현재 각국 노동절의 역사, 그리고 노동절 당일의 투쟁상황을 동영상으로 동시다발 중계하는 계획을 논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항제철에 맞서 지금도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삼미특수강 노동자 말대로, “노동운동이 진정 지구를 살리는 운동”이 되기 위한 길고 긴 여정에 한 획을 그을 수 있는 실험이 본격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위기를 공세적으로 돌파할 ‘노동자TV 인터내셔널’을 실현할 수 있는 인류역사상 최초의 시대가 어느새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온 이상, 우리의 선택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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